공간에 글을 담다 : SPACE지 방유경 기자님 이야기

발행
2024.03.21

INTRO

 

월간 「SPACE」 空間은 1966년 고 김수근 건축가가 건축, 도시, 연극 등 예술을 주제로 창간한 잡지입니다. 매 호 마다 설계 프로젝트나 현재 건축계에서 다루어지는 심도 있는 이야기들을 전해주어 건축, 공간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꼭 한 번 들어보았을 친숙한 이름입니다. 공간의 방유경 기자님을 통해 한 편의 기사가 나오기까지, 한 권의 잡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건축과 글을 엮어주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INTERVIEW

Q. 공간 잡지의 방유경 기자님을 모셨는데요. 간단히 기자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방유경입니다. 공간 잡지에서 일한 지는 20년에 들어와서 4년 차 기자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기자가 되기 전까지 대학원에서 이론, 비평에 대한 공부를 하고 졸업 후에는 출판사에서 단행본 편집을 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는 등 여러 일을 거쳤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자 일에 대해서 배울 게 아직 많죠.


Q. 아마 이 아티클을 읽을 친구들이 대부분 건축학도이다 보니 기자,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름 외에 자세히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A. 잡지는 여러 가지 시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서 지금 건축과 관련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한 권 안에 담아 보여줘야 해요. 잡지는 다양한 콘텐츠가 부분적으로 어떤 시의성 있는 주제나 화제에 대해 초점을 맞춰 정확히 짚어줘야 하는 게 중요하죠.


SPACE지 표지

 

Q. 흔히들 기자를 떠올리면 언론 전공이나 신문 방송이 생각나잖아요. 그런데 space magazine과 같이 건축을 심도 있게 다루려면 건축 공부가 필수일 듯 싶습니다. 기자 분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전공이신가요?

 

A. 잡지를 만드는 에디터, 기자 중에서는 한 명은 미대 출신이고 나머지는 건축 관련 학과를 나왔어요. 알다시피 건축계에서 쓰는 용어에 대한 장벽이 있기 때문에 건축과 나온 사람들을 선호하죠. 왜냐하면 건축 전문지는 건축적인 출판 자료를 정확하게 생산해서 보여줘야 해요. 건축가들의 도면, 스케치, 다이어그램 같은 시각 자료를 보고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편집해서 취사선택하고 필요하다면 건축가에게 요구할 수도 있어야죠. 그런 걸 기본적으로 선별해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해요. 현장에도 가야 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요하니까요.


취재 작품 중 일부

 

Q.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을 보면 설계부터 가구, 시공, 인테리어, 회화, 글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떠한 이유로 이 직업을 택하게 되었나요?

 

A. 학부 때 설계를 하면서 내가 설계를 평생 내 일로 해야 할 만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일찍 했어요. 설계 사무소에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건축이 싫은 것은 아니었어요. 내가 건축에 대해 잘 몰라서 혹시 판단을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좀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에서 이론, 비평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대학원에 다니면서 독서의 다양성도 넓어지고 책 보는 게 재밌어져서 건축 그리고 책에 관련된 일을 하면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후로는 출판사에 취직해 편집자, 기획자로서의 초년생 훈련을 받았고요. 그러다 돌고 돌아 결국 이렇게 기자 일을 하게 됐죠. 근데 결국 다시 돌아보면 내가 글을 읽고 그거로 소통하고 하는 일이 나랑 잘 맞는 일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취재 작품 중 일부

 

Q. 낯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시의적절한 소재를 선정하고 글을 써내려면 글쓰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A. 누가 봐도 좋은 글이라고 하는 글을 많이 읽어보고 왜 좋았는지 생각하면서 내 글을 써보고 정리해 보고 그런 것들이 쌓여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해할 수 없는 글이 아니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글들을 조금씩 섭렵해가면서 여러 장르의 책을 읽어봐야죠. 좋은 글 안에 서술어를 쓰는 법, 문장을 시작해서 끝내는 법, a4 한 장짜리 글에서 기승전결을 만드는 법 이런 게 다 들어있어요. 자기가 하려고 하는 말의 구조를 작가가 담았기 때문에 그런 걸 읽으면서 스스로 조금씩 체득하게 되죠. 그리고 읽는 것만큼이나 글을 실제로 써야죠. 지금도 내 글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좋은 글들을 계속 보려고 노력하고 글에도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찾아보고 그런 노력들을 하죠.


Q. 공간 잡지를 읽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유익한 정보만을 얻기 위해 구독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글을 쓰는 사람들의 견해, 관점이 담겨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낀다고 했어요. 건축 잡지가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어떠한 영향을 받길 바라면서 글을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걸 생각하기보다는 제가 학생 때 잡지 읽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한 사람이에요. 근데 글은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글로는 표현이 되고 또 그런 걸 써주신 글을 읽으면 또 이해가 되고 그러니까 나는 그래서 잡지를 보고 잡지에서 어떤 건물에 대해서 소개해 주고 하면 그거 보러 내가 혼자 그냥 학생들 답사 가기도 하고 같이 선후배들끼리 같이 가기도 하고 그 건물에 대해서 이렇게 더 찾아서 역사적인 건물이면 더 찾아서 공부해 보기도 하고 그랬던 그 기억이 좀 떠올랐어요.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다양한 위계 역할이 있을 텐데 다 원본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이런 가지를 읽으면서 지금 내가 빠르게 빠르게 캐치해야 하는 부분들을 빨리빨리 짚어주잖아요. 그러니까 약간 그런 거죠. 이렇게 탁탁 털어 쓸데없는 군더더기 탁탁탁 털어내고 제일 중요한 거 일단 뼈대만 일단 남겨놓고 보면 이 뼈대가 뭐냐 그거를 좀 보게 해주는 그런 역할을 이렇게 하는 것 같아요.


취재 작품 중 일부

 

Q. 기자 일을 하시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꼽을 수 있을까요?

 

A.매달 새로운 기사들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모든 글들이 다 어렵네요. 글을 매번 쓸 때마다 힘든데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글이 없어요. 설계도 완벽한 설계 없듯이 마음에 들게 쓴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마감이 있으니까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다가 손 놓는 거죠. 그럼에도 매번 내 글과 내 톤을 만들고 싶어서 노력하는 편이고 그건 다른 모든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Q. 기자 일을 하시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즐거운 에피소드는 없나요?

 

A. 저는 시작하면서 느꼈던 즐거움 중 하나는 답사를 갈 수 있다는 거였어요. 사진으로 건축물을 볼 때와 실물로 볼 때의 차이가 현격한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건축은 결국 현장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죠. 그렇지만 우리는 사진, 이미 지나 자료를 유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실물을, 현장의 감을 잃지 않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것을 답사할 때마다 느껴요. 실제로 건물에서 너무 중요한 부분이 사진에서는 잘 안 담길 때, 지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진이 못 들어갈 때도 있지만 내가 그걸 봤고 건축가가 그걸 설명할 때 그런 걸 담아야 하죠. 사용자가 되든 감상자가 되든 직접 그곳에 가서 겪어보는 게 중요하죠. 잡지사에서 글을 쓰면서 평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건축 좋은 건축이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그 눈이 좋아지겠죠. 글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좋은 걸 봐야 좋은 걸 쓸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공간이 좋은 걸 봐야 좋은 걸 느끼고 또 할 수 있겠죠. 그걸 중재하는 우리 입장에서 우리의 눈도 계속 도와줘야 되거든요. 그런 경험치가 이렇게 쌓여가는 건 기자로서 좀 즐거움이고 유익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이제 나 자신도 이제 사진을 속지 않고 이렇게 잘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됐겠죠.


Q. 기자님의 직업병이 따로 있을까요?

 

A. 머리가 계속 돌아가니까 잘 쉬지 못하는 거요. 주말에도 전시를 보면 그냥 전시를 잘 봤다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일로 연결이 되는 게 기획자들이 갖는 병인 듯하네요. 그리고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손목 터널 증후군을 얻었습니다.


OUTRO

Q. 마지막으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에 대해, 그리고 기자 일을 꿈꾸고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는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A. 기자 일은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거든요. 여러 가지 일을 다를 수 있으니까 나의 한계도 계속 실험을 하게 되는 일이죠. 숨 헐떡이고 밤 새가면서 일하지는 않지만 모든 세포가 일에 기울이고 있어서 여유로운 일은 아니죠. 변해가는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글에 예민한데 관심 많은 친구들에게 이슈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기자 일을 꿈꾸고 있다면 좋은 책을 많이 보고 좋은 글을 많이 써보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네요.

 

2024.03.21 · 읽는 시간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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