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에서 탈출하기 (취업편)

칼바람이 몰아치는 12월 어느 날 저녁, 저희는 건축학과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군요.
훌쩍, 훌쩍…..
아니, 이게 무슨 소리죠? 아, 저길 보세요! 아직 취업을 못한 5학년이군요! 졸업하기 전에 취업을 확정짓지 못해서 울고 있는 모양이군요…
졸업설계 이후에도 건축학과 학생들은 빠듯한 일정 탓에 쉬지 못하고 바로 취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합니다.
INTRO
반갑습니다! 아키그릴스입니다. 졸업설계를 무사히 마치신 5학년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 이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예전에 했던 프로젝트들을 리터칭 하셔야 합니다. 포폴만 하면 쉴 수 있냐고요? 어림도 없죠! 이력서와 자소서도 쓰시고, 면접, 실기시험도 준비하셔야 합니다.
미리 준비를 차근차근 해오신 분들이라면 미리 포트폴리오를 제작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편에서 제 졸업설계 이후 어떤 준비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취업 준비를 했는지 제 경험담 위주로 몇 가지 팁을 드리려고 합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드리는 이야기니까 무조건 제 말과 경험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특징과 강점을 살려시되,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범생도, 재능러도 아니던 제 조언을 통해 조금이라도 취업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같이 출발해 볼까요?
포트폴리오
우리는 구글이나 핀터레스트에서 다른 대학생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언젠가 나도 저런 멋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만한 작품도 몇 없거니와, 당장 눈앞에 닥친 졸업설계에 모든 시간과 여력을 투자하느라 포트폴리오는 하루이틀 우선순위가 미뤄지기 마련이죠.

당장 졸업설계가 끝나고 포트폴리오를 시작하려면, 어디에서 보고 참고할 포트폴리오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Pinterest와, Issuu 사이트를 추천드립니다. 핀터레스트는 대부분의 건축학과 학생들이라면 알만한 사이트고, Issuu는 각종 출판물, 개인 포트폴리오 등을 볼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저는 Issuu 사이트에서 10개 정도 되는 포트폴리오를 정해서 제가 갖고 있는 프로젝트와 가장 잘 맞는 포트폴리오를 찾았습니다. 그 포트폴리오를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하는 방법으로 저는 제 첫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보는 것과 동시에,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면 더 도움되겠죠? 유튜브에 Architecture Portfolio를 치면 다양한 팁과 만드는 과정들을 담은 영상들이 나오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멋진 3D? 크고 웅장한 프로젝트?
저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디자인입니다. 포트폴리오의 전체적인 디자인 틀과 구성, 색감의 통일감은 너무나 기본적이고, 그만큼 중요한 부분이죠. 아무리 좋은 내용과 생각을 담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읽어야 그 가치를 알게 될 텐데, 다른 사람이 내 포트폴리오를 보게 만들려면 포트폴리오의 디자인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아이디어입니다. 현직자가 되고 나서 제 인사를 결정하셨던 분의 말씀에 따르면, 학부 졸업생들은 어차피 신입사원 뽑으면 누구든 처음부터 많은 것을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많은 지원자들 속에서 건축적 상상력을 가진 사람, 건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을 뽑고 싶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가지고 있는 도면을 그리거나 다이어그램을 만드는 능력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돋보이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토대로 설계를 진행하시고, 이를 포트폴리오에 잘 녹여내시는게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이디어란,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구조, 공간, 분위기, 색감, 용도, 사이트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돋보이게 할 아이디어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이력서… 참 채워도 채워도 몇몇 칸은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이 이력서는 어떻게 써야할까요? 이 또한 몇 가지 팁을 준비해왔습니다! 천천히 같이 보시죠.
첫째, 내가 지금 쥐고 있는 것들을 알기
제가 취업 준비를 할 때, 가장 숨이 턱 막히는 부분은 이력서였습니다. 어학자격증, 자격증 여부… 이곳저곳 빈 칸이 많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를 채웠겠지? 지금이라도 빠르게 따야하나? 이런 고민들을 참 많이 했습니다.
자신감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정말 꼭 필요한 자격증이나 조건이 아닌 이상, 우선시 되야하는 건 이력서의 한 칸을 채워 넣는 것보다 포트폴리오나 서류들을 다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또한, 생각보다 지금 손에 쥐고있는 것들이 많으실 겁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건축학과에서 살아남기 2편에서 이야기 나눴던 현장실습은 ‘실무 경험’ 칸에 당당히 쓸 수 있는 좋은 카드입니다. 한글이나 ppt, 엑셀같은 프로그램들을 다룰줄 아시나요? 사용하는 프로그램 칸에 넣으세요! 이런 것도 써넣어도 되나? 싶은 카드들은 모두 집어넣으시는게 좋습니다. 직무 및 직장생활에 완전히 관련이 없는 게 아닌 이상, 최대한 칸을 채워넣는게 좋습니다.
비어있는 이력서를 좋아할 면접관은 없을테니까요.
만일 지원하시는 회사에 정해진 이력서 서식이 없다면, 약점이 되는 부분들은 애초에 개인 이력서 서식에서 지워버리고, 강점이 되는 부분의 서식을 강조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어학 점수가 약점이라, 이 부분을 지우고 사용하는 프로그램, 경험 등의 칸을 더 강조했습니다.
둘째,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기
자기소개서에서 제가 썼던 방법입니다. 저는 제 자기소개서에 꼭 집어넣었던 문장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은 …입니다”, “선 하나하나 소중히 긋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모든 자기소개서에 써넣었습니다. 면접관들은 수많은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읽습니다. 영화나 책을 읽으면 인상깊었던 문장이 하나씩 있듯이, 자신을 잘 나타내고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문장을 하나씩 필살기로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면접

축하합니다! 당신은 방금 서류전형 통과 문자를 받으셨습니다. 멀게만 느껴지고 남일 같던 면접이 막상 코앞으로 다가오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할지, 난감하실 겁니다.
저도 반년 전까지 취업 준비를 하던 학생이던 만큼, 유튜브나 선배들이 안 알려줄 만한 저만의 노하우 몇 가지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대략적인 면접에 대한 내용들보다는, 놓치기 쉬운 내용들 위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가시죠!
첫째, 자소서를 달달 외우기
기업은 면접 대상자들을 어떻게 뽑을까요? 당연히 서류를 보고 뽑겠죠. 그 중에서도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 이력서 이 세가지 위주로 보고 뽑습니다. 그 중 포트폴리오는 만드는데 가장 오랜 시간을 쓰기도 하고, 자주 접하게 되는 서류다 보니 충분히 자신의 포트폴리오의 내용은 파악하고 계실 겁니다. 이력서도 특별한 부분이 있는게 아니라면, 자신의 능력이나 경험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기업마다 기업에 맞춰 조금씩 다른 내용을 쓰기도 하고, 간혹가다 기업에서 질문을 먼저 용지에 제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면접을 보러 가기 전 자신이 이 기업에 제출한 자소서에 어떤 내용을 썼는지 숙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흔히들 말하는 돌발질문들은 자소서에서 나올 확률이 큽니다. ‘자소설’인지, 자기소개서인지 구분하기 위해 자소서의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하기도 하고, 관련 질문을 하곤 합니다.
둘째, 면접 경험을 쌓기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목표하는 기업에만 지원하지 않고, 이곳 저곳에 많이 지원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기업에서 면접제안을 받게 되실겁니다. 원하는 기업의 서류전형에 붙어서 면접을 보게 되었더라도, 적어도 한두번은 다른 기업들에서 면접 경험을 쌓아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유튜브나 선배들의 조언, 제 글에서 표현이 안되는 면접장의 분위기, 면접을 하는 동안의 자세, 목소리 톤 등 모든 것들을 점검한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게 면접에 몇 번 임하셔서 워밍업 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저도 몇 번의 면접을 경험하고 나니 어떤 것을 말해야 하고, 어떤 것을 말하면 안 되는지를 그제서야 몸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셋째, 언제나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질문은 나온다
저희가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만큼, 기업들도 좋은 인재들을 뽑고 싶어합니다. 특히 새로운 직원을 뽑는 것은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흐름이 생기는 것인 만큼,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들도 면접에서 면접자들에게 던지는 필살기 같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기업마다 그런 질문들은 다르고, 면접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무슨 질문이 나온다 라고 콕 집어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어떤 돌발 질문이 나오던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가장 반응이 좋았습니다.
업무에서든, 사회생활에서든 우리보다 훨씬 윗 기수인 면접관들은 저희의 허세나 허풍, 잘 알지 못하는데 어둘러 대답하는 것들을 다 알아차립니다. 돌발 질문이 나와도 당당함은 잃지 말되,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그 기업에 대해 미리 조사해가기
누구나 유명한 대기업, 중견기업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본인의 능력, 상황에 맞춰 다소 유명하지 않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럴때에는, 면접에서 그 회사에 대한 관심과 조사를 적극적으로 내비치는 것이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에서 최근에 한 작품이나 전체적인 작품의 분위기를 조사해 가면 면접에서 그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도움되실 겁니다.
다음 카페에서 “연봉을 알려주마”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건축 실무자들이 자신들의 연봉이나 면접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풀어내는 일종의 건축 커뮤니티인데, 여기에서 회사의 정보를 알아가는 것도 좋습니다.
OUTRO

참 긴 5년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일궈둔 건축학과에서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수확하실 시간입니다. 잘 정리해서, 포트폴리오와 서류들에 잘 녹여내리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건축업계에게 좀 힘든 한 해였습니다. 그만큼 당분간 더 힘든 취업준비 기간이 되실것으로 예상되지만,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건축을 향한 그 열정을 더 다듬으셔서 좋은 결과를 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파이팅!!
다음 편에는 대형 설계사무소, 아뜰레에에 다니는 선배들을 인터뷰해 설계사무소에서의 이야기들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01. 건축학과에서 살아남기(학과 적응 편)
02. 건축학과에서 열심히 살아남기(현장실습 편)
03. 건축학과에서 잘 살아남기(현실적인 성적 상승 경험 편)
04. 건축학과에서 늦깎이로 살아남기(졸업 설계편)
05. 건축학과에서 탈출하기(취업편)
06. 건축사사무소에서 살아남기(대형, 아뜰리에 인터뷰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