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VISTA: 빛의 풍경

INTRO

우리는 거실 창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햇빛, 길을 비춰주는 가로등 불빛 등 일상에서 다양한 ‘빛’을 경험하며 빛과 관련된 많은 기억과 느낌을 지니고 있다. 팬데믹이 계속되는 상황과 이웃 나라의 전쟁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 사람과 사람 간 혹은 나라와 나라 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빛이 절실한 때이다.

INFO

LUCEVISTA: 빛의 풍경 전에서는 네 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각기 다른 빛의 경험을 제시한다.

  • 전시 기간: 2022. 03. 22 ~ 04. 30
  • 전시 장소: 서울 중구 KG타워 B1 아트스페이스 선
  • 입장료: 무료


본 전시회를 통해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법으로 선사하는 따뜻한 평화의 빛을 느끼며 마음을 풍족하게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휴식의 빛

황선태 작가는 선과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 속 평범한 것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자료를 재구성한다.

위 작품들은 샌딩한 강화유리에 선을 그려 공간을 만들어내고, LED 불빛을 밝힘으로써 새로운 시공간이 나타나게 만든다. 일명, ‘미디어회화’라고 할 수 있으며 스위치를 ON으로 올리는 순간 냉랭했던 유리판이 환해지며 온기가 감돈다. 이러한 황선태 작가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본인만의 감정과 경험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투영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여유로움, 고요함, 평화로움 등의 분위기와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황선태 작가의 작품에 드러난 빛을 느끼는 시간은 치열한 하루하루 속에서 잠깐의 여유로움을 느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푸른 생명의 빛

송창애 작가는 생명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관심, 인간의 본성 등을 기반으로 한 소통의 문제를 “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미학적으로 표현한다.

위 작품들은 채색이 되어있는 바탕을 워터스프레이로 물을 분산해 색을 지워나가는 ‘물 드로잉’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장치에 깊고 푸른 정통안료를 올려두고, 공기압축기를 이용해 강한 물을 쏘아 형체를 만드는 것이다. 각각의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몽환적인 빛이 감도는 신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동양적인 요소들을 엿볼 수 있다.

“물로 물을 그린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송창애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물의 이미지, 전통 한국화적 형상, 직관적이면서 감각적인 느낌 등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가 그려내는 본인만의 심상이자 생명의 본질로서의 물의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에 집중해봐도 좋을 거 같다.

특히, ‘워터스케이트_물꽃 2100’ 작품을 보면 푸른 바탕에 하얀 선이 뒤엉켜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선들이 아니다. 선들이 뒤엉켜 움직이며 산, 구름 혹은 꽃을 만들고 결국에는 빛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생명의 근원과 본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송창애 작가인 만큼, 해당 작품 역시 세상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찰나의 빛

이정록 작가는 순간광 즉, 찰나의 빛을 작업에 주로 사용한다. 작가의 작품에서는 빛이 사진에 스며든 것이 아니라, 빛이 사진에 넘쳐서 밖으로 빠져나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작가는 특정한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특정 장소 및 사물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가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저 빛은 사진일까, 그림일까?’일 것이다. 아마 ‘사진을 그린다’라는 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이정록 작가는 플래쉬의 순간광을 중첩하며 필름 위에 형상을 새기는 기법으로 작업해왔다. 이렇게 쌓인 섬광들이 위 작품들 속에서 나뭇잎이 되고, 나비가 되어 현장에서 독보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이다.

생명력과 자연, 신화적 상상력 등 실체를 잡을 수 없는 것을 오직 ‘빛’을 통해 작품에 드러내어 관객들이 빛의 의미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달의 빛

엄익훈 작가는 금속이라는 재료를 활용해 불로 녹여서 다양하게 형태를 변화하고 확장해 나가는 조각을 한다. 금속 조각을 이어 붙여서 생기는 사이사이의 공간을 빛으로 메꾸면 하얀 벽에는 새로운 회화 작품이 나타난다. 추상의 조각과 그림자가 하나가 되어 신비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쩌면 엄익훈 작가의 작품은 그림자와 금속 소재의 조각 사이의 경계에 놓여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실재와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엄익훈 작가는 3mm 두께의 처판을 잘게 잘라 정밀하게 가공한 뒤 이들을 용접하여 만드는 조소 작업을 진행했다. 금속 조각만을 본다면 무엇을 표현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조명을 이용해 조각들 사이의 벽에 투사하는 그림자는 감탄을 자아내는 반전을 가져온다. 상당히 구체적인 형상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작가의 정밀한 제작 기법에 한 번 더 주목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심지어 도면 없이 작품들을 완성했다고 하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에 집중해도 좋을 것 같다.

엄익훈 작가만의 독자적 기법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기에 본 전시회를 방문하는 관객들은 색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OUTRO

빛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당연하고 익숙한 존재이다. 모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빛에 대한 기억을 쌓아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우리는 빛과 함께할 것이다. 그러나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이러한 빛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LUCEVISTA: 빛의 풍경> 전시회는 상황에 어울리는 빛, 소재에 어울리는 빛, 감정에 어울리는 빛 등 “빛”, 그 자체에 대해 상상하고, 작품에서 빛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시장의 규모가 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약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면 네 작가의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전시회를 관람한 이후에는 마음 한 켠이 새로운 한 줄기의 빛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번쯤 방문해서 어둠을 밝히는 환희와 희망 그 자체를 의미하는 “빛”의 힘을 받아가는 것은 어떨까?

“본 아티클은 LECTUS의 창작활동지원 프로젝트인 렉-크레이션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