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모형만들기 ①

INTRO : 3D 프린터를 이용해 모형 및 오브젝트 만들기

 

3D 프린터를 활용한 건축 모형 제작은 빠르게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개인이 장비를 구비하거나 학교에서 공용 장비를 제공하는 사례도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설계 과정에서 3D 프린팅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은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글은 3D 프린팅을 처음 접하는 건축학도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모형을 제작할 수 있도록, 기본 개념과 슬라이서 설정 방법을 간단명료하게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저학년은 손모형 먼저 익히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만… 기술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니 천천히 따라오시면 됩니다.)

 

Part 1. 3D 프린터 사전지식 이해하기

① 열관리 (Heat Management)

 

3D 프린터는 열을 이용해 필라멘트를 녹이고, 이를 정교하게 적층하는 장비입니다. 따라서 출력 과정뿐 아니라 출력이 끝난 이후에도 열 흐름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장비 안정성과 출력 품질을 결정합니다.

 

 

첫 번째로, 출력이 끝난 직후 프린터 전원을 바로 끄면 안 됩니다.

노즐과 히트블록에는 높은 온도가 남아 있고, 이를 식혀주는 쿨링팬은 전원이 유지된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회전해야 합니다. 만약 전원을 바로 차단하면 팬도 동시에 멈추기 때문에, 노즐의 잔열이 상부로 전달되며 히트브레이크나 냉각부품에 과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열역류는 장비 고장의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두 번째로, 여름철 PLA 출력 시 챔버형 프린터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PLA는 약 55~60°C만 되어도 연화되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챔버 내부 온도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합니다. 이 경우 노즐 주변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출력 품질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챔버 도어를 개방하거나 내부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열축적을 방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② 필라멘트 보관 (Filament Storage)

 

습기 찬 필라멘트를 통해 출력할 시 생기는 거미줄 현상의 예시 이미지입니다.

 

필라멘트는 기본적으로 습기를 머금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PLA는 주변 공기 중의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관리 방식에 따라 출력 품질이 크게 달라집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에 수분이 쌓이면 출력 중 노즐을 통과하면서 순간적으로 팽창해 ‘톡톡’ 튀는 소리, 표면 거칠어짐, 레이어 균일도 저하 등이 발생합니다. 이는 출력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필라멘트는 사용하지 않을 때 반드시 밀봉 보관해야 하며, 가능하면 실리카겔 또는 전용 건조보관함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필라멘트는 별도로 보관해 두어야 습기 축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습기 찬 필라멘트는 단순히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노즐 막힘의 원인도 될 수 있습니다.결국 필라멘트 보관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쓰지 않을 땐 밀봉하고, 오래 쓸 예정이면 건조해 두는 것. 이 기본만 지켜도 출력 안정성은 크게 개선됩니다.

 

③ 적층 원리와 출력 조건 (Layering Principles)

 

3D 프린팅의 모든 출력물은 가느다란 실을 한 층씩 쌓아 올리는 적층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구조적 특성 때문에, 출력물의 강도·표면 품질·변형 가능성은 대부분 “층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쌓아올리는 구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입니다.

 

우선, 적층 구조는 XY 방향으로는 강하지만 Z 방향으로는 약한 특성을 가집니다. 층과 층 사이의 결합부는 연속적인 재료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두께라도 수평 적층면에 비해 수직 적층면이 쉽게 분리되거나 부러질 수 있습니다. 출력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특히 얇은 기둥, 손잡이, 브래킷 등은 적층 결 방향에 따라 강도가 극단적으로 달라집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첫 레이어(First Layer)입니다. 첫 레이어는 모델 전체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표면과 노즐 사이의 간격이 조금만 어긋나도 휘어짐, 들뜸, 접착 실패가 발생합니다. 첫 레이어가 안정적으로 붙지 않으면 출력물 전체가 흔들리거나 중간에서 떨어져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출력 초반부를 지켜보는 것을 권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오버행(Overhang)입니다. 적층 방식 특성상 공중에 떠 있는 영역은 지지할 재료가 없기 때문에 형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45도 이하의 완만한 기울기까지는 자체적으로 지지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서포트가 필요합니다. 이 오버행 각도 기준을 이해하면, 모델링 단계에서부터 출력 가능성을 고려한 형태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결국 적층 원리는 복잡한 기술 이론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명확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쌓을지, 첫 층이 안정적으로 시작되는지, 공중에 떠 있는 부분이 없는지.

이 세 가지를 이해하면 출력 안정성은 크게 높아집니다.

 

④ 프린터 스펙 이해 (Printer Specifications)

 

 

3D 프린팅에서 장비의 스펙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은 출력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요소입니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프린터의 출력 가능 사이즈(Build Volume)입니다. 예를 들어 빌드볼륨이 256mm라면, 이를 초과하는 모델은 단일 출력이 불가능합니다. 이 경우 단순히 억지로 축소하거나 대각선으로 눕히는 방식보다는, 초기 모델링 단계에서 적절한 파츠 분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안정적입니다. 분할선은 구조적 약점이 생기지 않는 지점, 접착면을 감출 수 있는 지점 등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출력 품질과 디테일을 결정하는 핵심 스펙은 노즐 직경(Nozzle Diameter)입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0.4mm 노즐은 최소 벽두께를 약 0.8~1.2mm 정도로 잡는 것이 안전하며, 지나치게 얇은 벽체는 출력 중 변형되거나 파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즐 직경은 가능한 레이어 높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레이어 높이는 노즐 직경의 약 70~75% 이하로 설정해야 안정적인 적층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0.4mm 노즐에서는 0.28mm 이하가 현실적인 최대 레이어 높이입니다.

 

정리하면, 프린터 스펙 이해는 단순히 “장비를 확인한다”라는 차원을 넘어서 형태를 어떻게 나눌지, 최소 두께를 어떻게 설계할지, 출력 시간을 어떤 수준으로 관리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출력 품질은 장비의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계획적으로 형태를 구성할 때 가장 안정적으로 확보됩니다.

 

Part 2. 3D 프린터 슬라이서 이해하기

Bambulab Studio (좌), OrcarSlicer (우) / Bambulab Studio 기본 인터페이스

 

① 슬라이서란? (What Is a Slicer)

 

슬라이서란 라이노(Rhino), 스케치업(SketchUp) 등에서 모델링한 3D 형상을 STL 또는 OBJ 파일로 변환하여 불러오고, 이를 기반으로 3D 프린터가 출력할 적층 경로와 내부 구조를 계산해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출력물의 표면 품질, 강도, 속도는 대부분 이 슬라이서에서 어떤 설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슬라이서는 장비 제조사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이 문서에서는 밤부랩 스튜디오(Bambu Studio)를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밤부랩 스튜디오는 범용 슬라이서로 널리 쓰이는 오르카 슬라이서(Orca Slicer)와 기술 기반을 공유하고 있어, 인터페이스와 기능 구조가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밤부랩 스튜디오를 기준으로 이해하면 다른 슬라이서로도 자연스럽게 확장하여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좌측 하단에 위치한 레이어 높이 세팅입니다.

 

② 레이어 높이 설정 (Layer Height Setting)

 

레이어 높이는 출력물의 표면이 얼마나 매끈하게 보이는지와 출력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동시에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높이를 낮추면 층자국이 덜 보이지만 출력 시간이 길어지고, 높이를 올리면 속도는 빨라지지만 표면이 거칠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0.4mm 노즐 기준에서는 0.12~0.20mm 범위가 가장 안정적으로 출력되며, 0.28mm 정도가 사실상 한계치입니다. 건축 모형에서는 1:200 외피처럼 전체적인 형태가 중요할 때는 0.16~0.20mm가 적당하고, 세부 표현이 필요한 1:100 모델은 0.12mm 이하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레이어 높이는 표면 품질과 시간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에 따라 선택하는 값입니다.

 

③ 외벽과 내부채움 설정 (Walls & Infill Setting)

 

우측화면 주황색이 외벽, 빨간색 그리드가 내부채움에 해당하는 라인입니다.

 

외벽과 인필은 출력물의 강도와 구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외벽은 모델의 겉면을 이루는 층으로, 표면 품질과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외벽 수가 많아질수록 출력물은 더 단단해지고 형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출력 시간이 늘어나고 재료 사용량이 증가합니다. 건축 모형에서는 얇은 파사드나 곡면 등 변형되기 쉬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외벽 2~3겹이 안정적인 기준이 됩니다.

 

내부채움은 출력물 내부를 채우는 구조로, 비율이 높아질수록 강도는 증가하지만 무게와 출력 시간이 모두 늘어납니다. 하지만 건축 모형은 주로 외형과 표면 완성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를 과도하게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외피·볼륨 모델에서는 10~15%이면 충분하며, 특별히 하중을 견디는 목적이 아니라면 더 높일 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외벽과 내부채움은 서로 보완적이지만, 강도 확보 측면에서는 내부채움보다 외벽이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출력물이 약해 보일 때는 내부채움을 올리기보다 외벽을 먼저 확보한 뒤, 필요한 범위에서 내부채움을 조절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출력 시간과 강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 두 설정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④ 서포트 설정 (Support Setting)

 

우측 화면 초록색 나무처럼 보이는 부분이 서포트입니다.

 

서포트는 출력 중에 공중에 떠 있는 부분을 지지하기 위해 추가되는 구조입니다. 3D 프린터는 적층 방식이기 때문에 아래에 받침이 없는 형태는 그대로 출력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약 45도 이상 기울어진 면이나, 완전히 떠 있는 돌출부는 서포트가 없으면 형태가 무너지거나 표면이 흐트러집니다. 따라서 모델에 오버행이 많은 경우 서포트를 반드시 적용해야 합니다.

 

다만 서포트는 출력 후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닿는 면의 표면 품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눈에 잘 보이는 면이나 매끄러워야 하는 곡면 아래에 서포트가 생기지 않도록, 모델의 방향을 조정하거나 구조를 나누는 방식으로 사전에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서포트와 출력물 사이를 더 쉽게 분리하기 위해 서포트 인터페이스 기능을 사용하면 표면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서포트는 출력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지만,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하면 시간과 재료가 크게 증가합니다. 결국 서포트 설정은 “필요한 만큼만 쓰되, 불필요하게 생기지 않도록 방향과 구조를 먼저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⑤ 브림과 스커트 (Brim & Skirt)

 

우측 화면의 초록색 부분이 스커트, 파란색 부분이 브림입니다.

 

브림과 스커트는 출력의 시작 단계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조 기능입니다. 브림(Brim)은 모델의 바닥 둘레에 얇은 층을 넓게 깔아 접착력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높고 얇은 모델이나 바닥 접촉면이 좁은 모델은 출력 중 쉽게 흔들리거나 들뜰 수 있기 때문에, 브림을 사용하면 베드와의 고정을 확실하게 할 수 있습니다. 출력이 끝난 뒤 브림은 손으로 떼어내거나 얇게 다듬으면 됩니다.

 

스커트(Skirt)는 출력물을 직접 지지하지 않고, 그 주변에 한두 줄을 먼저 그려주는 기능입니다. 스커트의 목적은 노즐에서 필라멘트가 정상적으로 토출되는지 확인하고, 초기 압출 상태를 안정화하는 데 있습니다. 스커트만으로는 고정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주로 첫 레이어의 상태를 점검하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브림과 스커트는 출력 안정성을 높이면서도 설정이 간단해 초보자에게 특히 유용합니다. 첫 레이어 실패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므로, 모델 형태와 상황에 맞춰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OUTRO :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존의 가치들

레이저로 돌에 패턴을 새기고 정으로 깨어 만든 모형입니다. 힘들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3D 프린팅이 보편화되면서 손으로 만드는 모형의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형태가 완성되는 시대에 굳이 손을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기지만, 설계 방식에 따라 공간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종이를 자르고, 박스를 잘라 붙이고, 선을 직접 그어보는 과정에서 나오는 형태는 디지털 방식과는 다른 사고를 유도하며, 그 경험 자체가 건축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불편함이나 번거로움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3D 프린팅이 제공하는 디테일과 편리함을 충분히 활용하되, 다양한 제작 방식을 함께 경험하는 태도가 더 균형 잡힌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이 출력의 기본기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표면을 더 매끄럽게 만드는 방법, 서포트 최적화 등 한 단계 더 깊은 기술을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