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in Cinema_S#2 Mise-en-Scène
- 발행
- 2024.02.09
INTRO

지난 아티클에서 건축이 공간의 다양화 및 다학제적 융합을 통해 건축적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진 연구의 산물이고, 이는 공간을 경험하고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과정에서 영화와 본질적인 특성을 공유하는 것을 리치오토 카뉘도(Ricciotto Canudo)의 이론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건축과 영화 두 번째 이야기, 미장센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1. Mise-en-Scène

@네이버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미장센이란 ‘무대에 배치하다(placing on stage)’라는 뜻으로, 연극 무대를 연출할 때 인물이나 사물 등의 배치를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영화에서는 영화 프레임(화면) 안의 모든 시각적 요소와 요소를 다루는 표현 기법을 의미합니다.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면, 화면상의 인물과 사물부터 해서 영화감독의 의도를 보여주는 배경, 조명, 의상, 소품, 촬영구도 등이 있습니다. 영화의 미장센을 배경만을 가지고 분석할 수 없지만, 배경은 스토리가 펼쳐지는 ‘공간’으로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장면을 파악하고 기억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영화의 미장센이 특징적인 건축양식을 통해 드러나는 영화 2편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아래 영화들을 보며, 해당 건축양식의 공간감을 느껴보고 다양한 미장센 요소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2. 새로운 형태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영화 _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Cine 21 (배급 : 피터팬픽쳐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2014)
-
장르 : 미스터리, 모험
-
러닝타임 : 100분
-
감독 : 웨스 앤더슨
-
각본 : 웨스 앤더슨
-
주연 :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
수상 : 제87회 미국 아카데미 미술상 / 제68회 영국 아카데미 프로덕션디자인상
-
평점 : 로튼토마토 92% / Metascore 88점 / IMBd 8.1점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은 1930년대 중앙 유럽의 가상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호텔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슈테판 츠바이크의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르누보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영화의 중심이 되는 호텔인 그랜드 부다페스트는 아르누보 건축의 전형적인 예로, 분홍색의 외관과 복잡하게 얽힌 철제 난간, 화려한 샹들리에 등이 눈에 띕니다. 또한, 영화의 주인공인 구스타브와 제로가 타는 엘리베이터나, 구스타브가 살인 누명을 쓰게 되는 마담 D의 저택 등도 아르누보 양식의 장식과 색채를 잘 보여줍니다.
*아르누보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미술’이라는 뜻으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유럽 전역에서 성행했던 예술 사조입니다. 아르누보는 자연물, 특히 꽃이나 식물 덩굴에서 영감을 받은 장식적인 곡선을 많이 사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르누보는 순수 예술과 응용 예술 사이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여, 건축, 가구, 유리, 그래픽, 보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표현되었습니다.

영화의 주를 이루는 아르누보 양식은 단순히 배경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의 플롯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배경은 20세기 초 유럽인데, 이 시기는 아르누보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르누보는 19세기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예술에 반발하여, 새로운 형태와 표현을 찾아내려는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르누보는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에 밀려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전쟁과 혁명의 시대에 흔들리고, 구스타브와 제로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아르누보는 영화의 주제인 변화와 상실, 그리고 전쟁에 의한 상실의 시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적 양식뿐만 아니라, 의상, 소품, 색감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를 통한 풍부하고 독특한 미장센과 독특한 플롯의 스토리를 영화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3. 인공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한 영화_블레이드 러너 2049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
-
장르 : SF
-
러닝타임 : 163분
-
감독 : 드니 빌뇌브
-
각본 : 필립 K. 딕(원작자), 햄톤 팬커(각본/각색)
-
주연 :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
수상 : 제90회 미국 아카데미 촬영상, 시각효과상 / 제71회 영국 아카데미 특수시각효과상
-
평점 : 로튼토마토 88% / Metascore 81점 / IMBd 8.0점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1982년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의 30년 후를 배경으로 하며, 인간과 리플리컨트라는 복제 인간이 혼재된 미래 세계를 그려내는 SF 영화입니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리플리컨트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가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비밀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브루탈리즘 건축양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브루탈리즘은 1950~7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모더니즘 건축의 한 갈래로,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아 거친 콘크리트 그 자체를 이용하여 다양하고 자유로운 건축물들을 구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K가 처음으로 데커드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데커드가 숨어있는 버려진 카지노 건물, K가 자신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방문하는 기억 제작소의 건물과 영화 전반의 도시 풍경에서 브루탈리즘 양식의 건축물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브루탈리즘 건축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한때 정치, 사회 시대적 영향이 반영된 매우 기능적이면서 평등적 사회적 메세지를 내포한 사회적 건축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거주하기에 썩 좋은 공간이 아니었고, 지나치게 혁신적인 형태로 되려 불편했던 브루탈리즘은 점차 과거의 건축이 되어 지금은 이민자, 노인 계층들이 주로 거주하는 과거의 도시로 쓸쓸하게 잊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공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기억과 현실의 구분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K가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은 브루탈리즘 건축물들이 지닌 의미와 기능에 대한 의문과 비슷합니다.

현실감 있는 미래의 도시와 자연을 표현한 배경,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통한 몽환적인 느낌을 강조한 미장센과 영상과 잘 어우러지는 영화의 사운드트랙도 영화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OUTRO
이번 아티클은 특정 건축양식으로 구성되는 미장센이 영화의 플롯과 상호작용하여, 뛰어난 작품성을 가지는 영화를 다루어봤습니다.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 건축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으셨길 바라면서, 다음 아티클은 [Architecture in Cinema_S#3 : Animation]으로 다양한 건축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소개해드린 영화 재밌게 감상하시길 바라며, 더 유익한 건축 이야기와 그에 맞는 좋은 영화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