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를 졸업하고 : 건축 구조기술사 이야기

발행
2023.12.25

INTRO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철근 누락 사건으로 건축 구조를 향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이 유입되고 있다. 잘잘못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자신들의 거주지의 안전성에 관해 의심하는 사람들 등 각자 자신만의 시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관련한 이슈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직업인 구조기술사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자주 들었으나 어딘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구조기술사는 도대체 어떤 직업인지, 그리고 구조기술사로써 바라보는 이번 사건은 어떠한지를 포함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이번 인터뷰에선 ㈜비에스 구조엔지니어링의 대표이자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겸임 교수이신 이주현 건축구조기술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에스 구조엔지니어링에서는 건축물들의 안전진단이나 성능 설계를 포함해 건축물의 구조를 검토하고 제안하는 업무들을 진행하며, 현재 교수로 계신 홍익대학교에서는 구조와 관련된 수업들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ABOUT. 건축구조기술사 이주현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구조를 21년째 하고 있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건축사 이주현입니다.


Q. 구조기술사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이유를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이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부터 구조를 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건축 구조 학과가 있는 건 아닌 만큼 다들 처음에는 건축이라는 게 하고 싶어서 건축의 길을 선택을 한 것이고, 대부분이 설계의 꿈을 갖고 시작해요. 물론 현재는 건축공학과도 생기고 하면서 좀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요. 어쨌든. 당시 건축학과을 가면 설계를 하는 것이었고, 거기서 ‘나는 설계를 안 할 거야.’ 라고 하면 그때는 다른 길을 찾는 거였죠.

 

저 역시도 내가 내 집을 짓고 싶다는 그런 꿈을 가지고 건축학과에 왔고, 건축학과를 와서 설계도 되게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2학년 때 ‘구조 역학’이라는 과목을 딱 수업을 들었는데 ‘이게 딱 내 길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부터 수학이랑 과학도 좋아했었는데, 구조 시험에서 100점을 받았거든요. 잘 하는 것과 별개로 100점을 줬다는 건 그 점수를 줄 만 하니까 교수님께서 그 점수를 줬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걸 계기로 구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때부터 구조를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대학원을 나오게 되었죠.


Q. 생각보다 진로를 일찍 정하셨네요?

 

A. 일찍 정했죠. 근데 진로는 최대한 일찍 정해야 해요. 물론 결정을 일찍해도 당연히 진로를 바꿀 수 있죠. 그치만 결정을 해야지만 거기에 대해 좀 더 깊게 가볼 수 있는 거거든요. 가다가 안되면 다시 돌아나오면 되는데, 어디로 갈지를 모르면 아얘 시도조차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학생들이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여행도 가보고, 책도 많이 읽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학교 안에만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잖아요.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며 봤을 때 학생들의 제일 큰 문제가 뭐냐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게 뭔지 잘 몰라요. 5학년 졸업반 수업에 들어가서 ‘너 뭐 하고 싶어? 뭐 할거야?’ 이렇게 물었을 때 절반이 아직도 결정을 못 했다고 답해요. 근데 그게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것도 있겠지만, 설계 이외에 뭐가 있는지를 잘 모르는 거예요.

 

예를 들어, 교수님들이 구조 교수도 있고, 설비 교수도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이 있으면 각자 내 직업이 어떤 직업이고, 이 직업에선 이런 일을 할 수 있고. 그리고 요즘엔 벌이도 중요하니까. 난 대략적으로 얼마 정도 벌 수 있고. 이런 이야기들을 해서 그런 쪽으로 관심 있는 학생들이 본인의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거의 설계 위주의 교수님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학교에서 다양한 분야에 계신 교수님을 만날 수 없는 게 좀 안타깝죠.


Q. 그렇다면,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건축 교육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앞서 말했듯, 현재 학교에서는 너무 설계 위주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설계가 건축학과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은 맞지만, 너무 설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타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그리고 무엇보다, 설계를 하더라도 타 분야에 대해 더 높은 이해도를 가질수록 더 자유롭게 설계를 할 수 있어요.

 

건축가 중에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라는 건축가가 있어요. 이 사람은 건축학 학위를 전공한 뒤에 토목공학을 또 전공했거든요. 이 사람들의 작품들을 보면 되게 별의 별 작품들이 많아요.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와 버즈 칼리

 

이런 것들 보면 되게 날렵하잖아요. 자기가 기본적으로 계산을 할 줄 아니까 이런 디자인을 막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구조를 좀 더 알면 어떤 한계를 알 수도 있고, 부재 사이즈 등 부재에 대한 감이 있기 때문에 더 다양한 설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죠. 일반 건축에서는 아예 도전도 못해보는 시도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니까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다른 건축물들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설계 이외에 어떤 부분에 대해 더 많은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재료나 설비에 관해서도 좀 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아예 건축 외적인 분야에 관한 교육도 좀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 같아요. 건축가가 알아야 할 법이나, 계약 관계, 금융 등 실제 사회에서 일을 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네요.


Q. 관련 학과를 나오는 것 이외에도 현장 경력을 갖춰야 하는 등 구조기술사 시험의 응시 자격이 꽤나 복잡하던데, 기술사 자격을 얻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A. 기본적으로 건축 기사를 따고 4년 정도의 경력이 있으면 시험 자격은 주어져요. 문제는 시험 문제라는게 단순히 뭘 푸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근거한 문제들이에요. 그러니 대부분 빨리 합격하면 30대 중반에서 40대 정도가 되는거죠.

 

그리고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면접도 있어요. 지금 인터뷰 하고 있는 거리 정도에서 면접 위원 3명이서 실무적인걸 물어보죠. 예를 들면, 이번에 지진이 났는데 내진 설계에 관해 설명해라. 아니면 뭐 이슈가 된 건물이 무너졌는데, 저런 건물이 무너진 원인이 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야기해봐라. 또는 아얘 계산기를 줘서 직접 계산해보라고 하기도 하죠.

 

때로는 아얘 말도 안되는 것에 대해 질문하기도 해요.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면 내가 아는 것만 접할 수만은 없으니까요. 전문가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고를 다뤄야 할 수도 있고, 그런 경우에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해내는 임기응변도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실무 경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죠.


Q. 그렇다면 학업에서 배운 내용들과 실무에서의 차이는 얼마나 있나요?

 

A. 학교에서 배우는 구조는 매우 이상적인 구조에요.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건물은 없거든요. 수업에서 배우던 것과는 달리 매우 복잡하고, 답이 있는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실무로 넘어오면서의 어려움이 있죠. 뿐만 아니라 건축주의 요구사항이나 일정, 비용 등과 같이 현실에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과, 끊임없는 시안 수정 등은 학교 다니면서는 해보기 어려운 경험일 거예요. 특히 구조 작업은 어느정도 설계 안이 나오고 난 뒤에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보니 작업 시간도 부족해지고, 디자인과 타협해야 하는 부분에서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Q. 최근 LH의 철근 누락 사건과 관련해 많은 이슈들이 있었는데요, 구조 기술사로써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현재 문제가 된 구조는 무량판 구조에요.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무량판 구조에 대해 잠시 이야기 하자면, 자료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시공이 용이하고 거푸집 공사가 간단하고 층고가 절감되고… 좋은 점이 참 많은 구조에요. 다만, 중간에 보가 없다 보니 슬라브 두께가 두꺼워지고, 이로 인해 하중이 엄청 커지게 되어요.

 

 

근데 여기서, 지진은 자중에 비례하기 때문에 두꺼워진 슬라브로 인한 콘크리트의 면적 부피는 자중을 늘리고, 늘어난 자중은 지진의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되는 결과를 낳죠. 그렇기 때문에 큰 자중은 비싼 내진 설계 비용과 큰 기초와 큰 지붕을 낳고 결론적으로 비용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번 사건에서 중심이 되는 힘은 뚫림 전단이라고 불러요. 예를 들어 우리가 펜으로 종이를 뚫을 때, 종이가 얇으면 금방 뚫리지만 종이가 두꺼우면 뚫리지 않잖아요. 그걸 바로 뚫림 전단이라고 표현하는 거에요. 건물에 적용하면 펜이 기둥이 되고, 종이가 슬라브가 되겠죠.

 

 

뚫림 전단으로 인한 균열은 기둥으로부터 대각선으로 발생해요. 그래서 그 대각선과 슬라브가 맞닿는 지점을 기준으로 슬라브가 잘려나가게 되죠. 이 문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잘려나가는 면의 면적에 따라 뚫리려는 힘을 견디는 힘이 커지니까 슬라브 두께를 두껍게 하는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뚫림 전단이 발생하는 부분에 수직으로 철근을 넣어 보강해 전단력에 저항하도록 하는 방법이죠. 이번 사건에서 빠졌다는 철근이 바로 이 보강 철근이에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슬라브 바닥에 넣는 철근을 뺐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거에요. 누가 보더라도 왜 철근을 뺐냐며 반문 했을걸요? 근데 이번에 빠진 철근은 수직으로 들어간 철근이거든요. 이건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빠져도 현장에서 빠졌는지 조차를 인지하지 못하는거예요. 그게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애초에 인식 조차 하지 못하니 많은 건물들에서 공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된거죠. 이러한 맥락에서 또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네요.


Q. 구조 기술사라는 직업은 전문성이 높은 만큼 충분한 역할과 지위가 보장되어 있는 직업일텐데, 어떤 계기로 또 다시 교수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A. 우선 앞서 말했던 것들과 연결되는데,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설계를 하더라도 기본적인 구조 정도는 알 수 있도록. 그래야 각자가 자신만의 설계를 더 마음껏 펼칠 수 있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설계 이외의 것 중 하나인 구조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더 지원해 주고 싶기도 했구요.

 

사실 구조기술사 라는 직업은 엄청난 부담감과 자부심을 갖는 직업인 것 같아요. 이번 사건과 같이 좋지 않은 소식을 들으면 내가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안타깝기도 하고 부담도 되죠.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실수 없이 안전하게 공사 할 수 있을지 매번 고민하게 되어요. 물론 이제 와서 엄청난 시스템을 만들고 이럴 순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앞으로 수업과 사무실을 통해 배출되는 인재들이 밖에 나가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건축학도들에게

Q. 진로에 관해 고민을 하고 있을 건축학도들이나, 교수님과 비슷한 길을 걷고 싶은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일단 무조건 ‘설계는 열심히 해라.’ 지금 구조를 하고 싶다고 해서 구조 공부만 하는 사람은 바보예요. 우리가 건축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큰 틀에서 봤을 때에는 모두 건축의 테두리 안에 있으니까 건축과 관계되는 모든 것들을 다 하는게 가장 좋죠. 내가 구조를 잘 하고 싶다면 구조는 당연히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구조 외적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설계 또한 당연히 잘 해야 되는 거예요. 거기에 추가적으로 법규라던지, 설비라던지 관련되는 분야들에 관해 추가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그리고 또 하나는 다양한 경험을 해봐라. 뭐든지 결국에는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학창 시절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경험 없이 섣불리 결정을 해버리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적어져요.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하기에 쉽지 않아지죠. 물론 갔다 돌아가도 되겠지만 이왕이면 한 번에 길을 잘 찾으면 좋잖아요. 아직 사회 출발도 안 했으니까. 내 목표가 어디가 될지 알 수가 없는데, 무조건 한 길만 주장하기엔 너무 비효율적이잖아요.

 

한마디 더 얹자면 구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구조에 관심 있는 학생 들 중에 이게 맞나? 의심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치만 그런 친구들에게 말을 하자면 구조를 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거꾸로 좋은 점도 많아요. 예를 들어서 모두가 다 설계를 하면 모두가 다 경쟁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가운데에서 내가 혼자 구조를 한다면 그 많은 친구들이 다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는거죠. 그러니까 너무 어렵게만 생각 하지 말고 인턴을 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도 하면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OUTRO

이번 인터뷰에선 ㈜비에스엔지니어링의 대표이자 홍익대학교 겸임교수이신 이주현 구조기술사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신 기술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이번 아티클이 관련한 이야기를 궁금해 하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023.12.25 · 읽는 시간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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