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ure in Cinema 01 _ 프리퀼

발행
2023.12.21

INTRO

@Pixabay

 

건축은 자연, 사회과학,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분야로 건축학도와 건축가들은 사회의 어느 구성원들보다 자신이 속한 사회를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노력과 시도들은 많은 인문학과 철학을 통해 설명되는데, 그 과정에서 건축은 많은 사람들에게 ‘건축은 어려워’ 혹은 ‘다양한 미사여구로 수식된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창문 뚫려있는 박스’ 정도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과연 건축이 그렇게 어렵거나 혹은 지나치게 단순화될 수 있을까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건축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기에,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공간을 담아내기에 우리의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건축을 조금 더 쉽지만, 가볍지는 않게 건축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 건축과 영화 시작합니다.

 

제 1의 예술부터 제 7의 예술까지

독일의 철학자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은 그의 미학 강의(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에서 건축학을 제1의 예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건축이 정신의 합리성과 자의식의 표현이며, 세상에 형태와 구조를 부여하려는 정신의 추진력을 물리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건축은 자연에서 원재료를 가져와 질서 있고 목적이 있는 구조로 변환하고, 건축물은 창조자의 의도와 아이디에 따라 외부 세계를 형성하려는 정신의 노력이 구현된 예술의 하나인 것입니다.

 

프리드리히 헤겔 (좌), 리치오토 카뉘도와 「6번째 예술의 탄생」(우)

 

영화 이론가 리치오토 카뉘도(Ricciotto Canudo, 1877-1923)는 그의 에세이 「6번째 예술의 탄생」(The Birth of the Sixth Art, 1911)에서 영화가 이전의 모든 예술 형식의 정점이며 “7번째 예술”로 간주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영화가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무용, 시의 요소를 독특하게 결합하여 전통적인 경계를 초월하는 새로운 예술적 언어를 창조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영화가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특정 경험이 어떤 공간적 효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가를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건축과 영화가 본질적인 특성을 공유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Shutterstock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영화 3편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아래 영화들을 보며, 건축이 단순한 배경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고 캐릭터의 심리를 형상화하는 역할을 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객에게 공간적 효과에 따른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건축이 주인공의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

영화 포스터(좌), 영화 스틸컷(우) / @Cine 21 (배급 : ㈜디스테이션)

 

1. 화양연화 (2000)

 

  • 장르 : 드라마, 로맨스

  • 러닝타임 : 97분

  • 감독 : 왕가위

  • 각본 : 왕가위

  • 주연 : 양조위, 장만옥

  • 평점 : 로튼토마토 92% / Metascore 87점 / IMBd 8.1점

 

“영화에서 건축적 설정의 신중한 선택은

관객의 감정과 인식을 지시하는 잠재의식 가이드 역할을 한다.”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영화 감독

 

1960년대 홍콩을 직접 방문하는 것만큼이나 본능적이며, 보여지는 장면 그대로 관객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감정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면서 내용이 전개됩니다.

 

영화 예고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홍콩의 좁은 골목길 풍경과 아파트 복도가 교차되며 보여지는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좁은 공간의 스케일감은 적절한 서로의 거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두 주인공의 감정을 담아냅니다.

 

영화 예고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또한 화려한 패턴과 색상의 가구가 있는 방의 디자인은 각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잘 보여줍니다. 금지된 사랑에 대한 배우들의 절제된 대사와 연기와 함께 침실, 마작 방, 호텔 방, 복도, 인테리어, 계단, 모퉁이, 거리의 공간이 어떤 구도로 변화하는지 영화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건축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

영화 포스터(좌), 영화 스틸컷(우) / @Cine 21 (배급 : ㈜영화사 오원)

 

콜럼버스 (2017)

 

  • 장르 : 드라마, 로맨스

  • 러닝타임 : 104분

  • 감독 : 코고나다

  • 각본 : 코고나다

  • 주연 : 존조, 헤일리 루 리차드슨

  • 평점 : 로튼토마토 96% / Metascore 89점 / IMBd 7.3점

 

“영화와 건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는 움직이는 이미지를 통해,

다른 하나는 건축 환경을 통해 우리 삶의 이야기를 형성한다.”

렌조 피아노(Renzo Piano), 건축가

 

건축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 1910-1961),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 1917-2019) 등이 설계한 모더니즘 건축물들이 가득한 미국의 도시, 콜럼버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건축’을 매개로 소통하고 위로하면서 지친 일상에 따뜻하고 강력한 울림을 전합니다.

 

에로 사리넨의 Irwin Conference Center (영화 예고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이오 밍 페이의 Cleo Rogers Memorial Library (영화 예고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에 두 인물은 많은 건축물을 오가며 자신의 삶과, 꿈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에로 사리넨의 Irwin Conference Center와 이오 밍 페이의 Cleo Rogers Memorial Library의 모더니즘 건축의 공간감은 이들의 성찰의 순간과 성장을 담아냅니다. 캐릭터와 건축 환경 간의 시각적 대화를 영화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건축이 시대상을 소묘하는 영화

영화 포스터(좌), 영화 스틸컷(우) / @Cine 21 (배급 : CJ ENM)

 

기생충 (2019)

 

  • 장르 : 드라마, 스릴러

  • 러닝타임 : 131분

  • 감독 : 봉준호

  • 각본 : 봉준호

  • 주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 수상 : 제87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 평점 : 로튼토마토 99% / Metascore 96점 / IMBd 8.5점

 

“영화의 건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스토리 주인공의 행동과 심리를 형성하는 살아 있는 캐릭터입니다.”

봉준호, 영화감독

 

친숙하고 현실적인 두 공간을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의 움직임으로 보여주면서, 현대 사회를 그려내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현대 사회의 양극단에 있는 두 가족이 겪는 사건을 통해 반전을 거듭하며 알 수 없는 결말로 빠져들게 됩니다.

 

영화에 나오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터널 계단
기생충 프랑스판 블루레이 커버아트 (by. 최지수 작가) / @The Jokers 공식 페이스북 (ⓒThe jokers films)

 

영화 후반의 폭우를 계기로 생기는 일련의 사건들, 빗물과 함께 시작되는 하강의 시퀀스는 지상-반지하-지하로 구성되는 다층적 공간 구성과 함께 인물들의 대조적인 삶을 보여줍니다.공간 배치와 사회 계급, 공간 이동과 서사의 상호작용을 영화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OUTRO

이번 컨텐츠는 건축과 영화의 관계를 영화 예고편처럼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 건축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으셨길 바라면서, 다음 컨텐츠는 [Architecture in Cinema_S#2 : Mise-en-Scène]으로 다양한 건축양식과 영화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소개해드린 영화 재밌게 감상하시길 바라며, 더 유익한 건축 이야기와 그에 맞는 좋은 영화로 돌아오겠습니다!

 

2023.12.21 · 읽는 시간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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