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2023년이 밝은 후, 일주일 동안 미세먼지로 뿌옇게 물든 하늘과 함께하니 푸르고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간절했다. 자연을 보고 싶었다. 바깥에서는 미세먼지와의 만남을 피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실내공간이 떠올랐다. 그래서 ‘공원이나 숲 말고도 실내에서 자연의 따뜻함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곳’ 하면 생각나는 근처의 실내정원 세 곳을 직접 가보기로 했다.
서울시청 신청사: 수직 정원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서울특별시청 1F
이용 가능 시간: 평일, 9:00 ~ 18:00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서울시청 신청사의 수직 정원이다. 서울시청 신청사는 2012년 8월에 완공된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물로, 현재 지하 1층의 시민청, 1층의 시민 라운지, 9층의 하늘 광장이 개방되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번이 서울시청 신청사 첫 방문이었는데, 건물 전면을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곡면의 커튼 월이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멀리서는 내부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만남을 피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실내공간이 떠올랐다. 그래서 ‘공원이나 숲 말고도 실내에서 자연의 따뜻함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곳’ 하면 생각나는 근처의 실내정원 세 곳을 직접 가보기로 했다. 건물과 가까워질수록 커튼 월을 통해 보이는 수직 정원의 실루엣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회전문을 통하여 시청 내부로 첫발을 내디딘 후, 고개를 들어 마주한 수직 정원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거대하고 푸르렀다. 수직 정원은 각종 식재로 푸르게 채워져 있었고 한겨울이라는 계절과는 역설되는 풍경이었다.

7층 커튼 월의 거대한 수직 정원, 이와 같은 텍스트로는 과히 어떤 규모인지 실감 나지 않았는데, 두 눈으로 마주한 순간 무언가 압도되는 느낌이 드는 규모였다. 1층 한편에 마련된 소파에서는 시민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건물 내부를 가득 채우는 푸르고 따뜻한 분위기는 잠시 앉아 쉬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도록 했다.

전면 커튼 월로 들어오는 햇살이 수직 정원의 식물에 내릴 때는 마치 거대한 온실 식물원에 들어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서울시청 신청사는 건물 전면부의 고성능 유리 사용으로 자연채광 효과를 극대화하고 태양에너지를 활용하여 일 년 내내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층부터 7층까지 약 2000 의 벽면에는 식재를 설치할 수 있는 인공토양층인 에코 플랜터를 설치하여 10만 본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1층에서 발견한 식물명 태그는 3개로, 호야, 고드세피아나, 산호수 등이 있었다. 여러 종의 식물들이 비대칭적으로 배치되어 있었으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자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조화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종각역: 태양의 정원
위치: 종각역 3번 출구 지하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지상의 빛을 지하로 전달하는 기술을 적용하여 조성한 실내 정원인 종각역 태양의 정원이다. 서울시청의 수직 정원은 외부의 날씨, 햇빛의 변화에 따라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실내 정원이었다면 지하에 있는 태양의 정원은 그러한 변화 없이 언제나 감상할 수 있는 실내 정원이다.

태양의 정원은 위 사진과 같은 집광기가 종각역 3번 출구로 나갔을 때 보이는 종로 타워 쪽 지상에 설치되어 있어 햇빛을 지하로 전달한다. 오른쪽 사진과 같이 빛이 지하로 전달되어 식물의 생장이 이루어진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자동으로 LED 조명으로 전환되어 일정한 조도를 확보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태양의 정원 측면에 있는 통로로 걷는다면 위 사진과 같은 빛의 전달 통로를 실제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식재들이 자라고 있어서 종류별로 식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무채색의 지하철 통로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초록빛을 통해 공간의 분위기가 한층 싱그러워진 걸 느낄 수 있었다. 한쪽 편에는 더 종로로 들어가는 입구가 위치하여, 책과 문구 잡화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DDP: D-숲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81 디자인 랩 1F
이용 가능 시간: 연중무휴, 10:00~20:00 (휴관일 : 1월 1일, 설날, 추석)

이번에는 실제 식물과 조형물로 구현한 실내 정원으로 DDP의 디자인 랩에 위치한 D-숲이다. DDP는 평소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하여 자주 찾는 공간이라 이번 실내 정원 주제가 생각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기도 하다. D-숲은 'DDP 디자인 숲, D-숲 누구나 디자이너가 되는 곳'이라는 공간 컨셉을 가진 시민 라운지로, 식물도 존재하지만 다른 요소들이 공간을 한층 더 '숲'같이 느끼게 하는 곳이다.

먼저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바닥이 그 요소 중 하나이다. 색감을 이용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명암을 활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단색이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명암이 넣어진 바닥은 마치 이곳, 저곳 사람들이 걸어 다녀 자국이 난 잔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회색빛의 타일 모양의 바닥은 길 같은 느낌을 주어 메인 통로처럼 사람들의 이동을 유도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나무와 같이 형상화된 미디어 트리이다. 얇은 기둥에서 상단부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모양의 조형물은 자연스럽게 나무를 연상하게 한다. 나무가 모여 숲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곳곳에 배치된 미디어 트리가 해당 공간을 채워 D-숲이 만들어지는 듯하게 느껴졌다.

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내에서 생육이 가능한 식물도 자라고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닥, 미디어 트리에서 충족되지 못한 실제 정원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이 채워지는 순간이다. 자연의 요소인 실제 식물이 존재함으로써, 숲의 이미지를 굳히고 실내 정원이 주는 경쾌하고 상쾌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OUTRO
겨울의 춥고 차가운 날씨는 실내 정원에서 느껴지는 식물의 푸릇함을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게 했다. 서울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넓은 한강과 그 주변을 둘러싼 한강공원, 주변의 각종 공원이 많아, 도심 속에서도 쉽게 자연을 즐길 수 있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게 되어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실내정원에서는 날씨에 상관없이 푸른 식물과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을 보내며 뿌연 하늘에 기분과 마음마저 지친다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정원을 찾아가서 그저 바라보고, 곁에 있으면서 식물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