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래픽 노블 즉, 만화책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건축, 나아가 디자인에 있어서 새롭고 흥미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이 만화책은 그림을 잘 그렸다던가, 내용이 재미있다기보다는 글로 표현하기에 심오한 주제를 가볍게 접근할 수 있기에 추천한다. 또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만화와는 모든 면에서 다르니 기대할 만하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고, 그것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시의 사람들(히메네스 라이, 픽셀 하우스)

캐나다 건축가 히메네스 라이의 만화는 10개의 에피소드로 건축의 다양한 상상을 하게 한다.
도시를 떼어낸다든지, 지구를 왕복하는 우주 노아의 방주를 구성하여 인간을 보존한다는 둥 말도 되지는 않지만, 그 사이에서 건축가의 상상을 엿볼 수 있다.
그중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07 PLAN V SECTION: 평면 vs. 단면]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젊은 건축가와 인스트럭터의 평면과 단면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공간을 다루거나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건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해당 주제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의 시야에만 치중되어 있다 보면 다른 하나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점도 중요하지만, 여러 관점을 통해서 정보를 파악하는 방법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인간을 보존하는 노아의 방주에서는 인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당 내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가 건축하는 이유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이미 정해진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기 위함일 수 있다. 즉, 살아가려는 욕망, 열정 때문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방주에 사는 그들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열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 책은 가상의 도시 속에서 오늘날의 도시가 일으킨 무분별한 성장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이다. 책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닉 수재니스, 책 세상)
Unflattening…

에드윈 애벗의 소설 <플랫랜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책은 고정된 시각에 대해 언플래트닝하는 과정을 나열한다.
플랫랜드를 모티브로 하여 이야기는 시작된다. 플랫랜드 2차원에 사는 정사각형은 어느날 구를 만나 3차원의 세계를 경험한다. 새로운 세상과 관점을 경험한 정사각형은 수많은 가능성을 펼칠 수 있게 되었고 구에게 3차원 이상의 차원이 존재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구는 상상할 수 없고,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즉, 관점의 한계이다.

저자는 2차원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정사각형과 같이 한 차원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관점에 갇혀있다고 표현한다. 똑같은 교육에 똑같은 경로로 생산되어 대체될 수 있는 인간으로 규격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를 ‘단조로움(flatness)’이라하고 그것을 탈피하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으로 ‘언플래트닝’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10가지 주제로 관점의 다양화 즉, 사유의 방식이 새로운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가로막는 몇 가지 제한들이 있었는데, 가장 먼저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은 ‘시야’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에 접근하지 못하기에 그저 보이는 것에 만족한다고 하며 시각적 인지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사고방식과 수많은 사상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제임스 카스는 “제한적인 것은 우리의 시야이지, 우리가 보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을 의식함으로써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 p50
또한, ‘언어’도 우리의 관점을 제한하고 있었다.
인간의 복잡한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언어는 모든 생각을 표현할 수 없을뿐더러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그 언어에 갇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이와 더불어 이미지에 대한 표현도 언급하며 이미지는 ‘존재 자체’를, 텍스트는 ‘어떤 견해’를 표현한다고 한다.

당신이 디자인을 하고 있다면 언어로 그것을 표현하는 일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그의 사고로 국한된 디자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각적 표현, 예를 들면 이미지와 함께한다면, 당신의 복잡하고 얽힌 사고를 포착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가진다.


“언어는 우리를 심원한 이해로 이끄는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그 강력한 힘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또한, 덫이 될 수 있다. … 사유의 수단이 우리 시야를 규정짓는다.”…p60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습관’이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는 그 일에 능숙해진다. 그것이 하나의 습관으로 굳어지면 같은 동작을 매번 학습할 필요가 없어진다. 처음 익힐 때는 고생스럽지만 금세 제2의 본성, 즉 습관이 된다. 그러나 존 듀이가 경고했듯 이 과정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른바 ‘가소성’이 오히려 우리를 습관의 노예로 만드는 주범이 되면서 우리는 점차 유연성을 잃어간다.” … p119

정사각형이 구를 통해 새로운 차원을 이해한 것처럼 우리도 정신적인 충격을 통해 다음의 차원을 경험하고 접근 불가능한 차원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정신적인 충격은 단연, 낯선 차원으로 몸을 던지는 작은 시도들이 될 수 있다. 익숙했던 길을 대신해 새로운 길을 경험한다던가, 우스꽝스러운 걸음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습관은 말랑말랑해진다.

살아있는 것뿐만 아니라 생생하게 깨어있기 위한 신선한 방법이 필요하다.
에필로그
공간을 다루거나 디자인하는 것에 있어서 창의력과 상상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구조나 법과 같은 것들에 제한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조로운 현대 사회를 벗어나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 보는 것은 어떨까?

익숙해져 있는 것들로 인해 나의 한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면
당신이 ‘3차원의 구’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흥미로운 그래픽 노블 2권을 추천한다.
낯설게 보고 다르게 생각해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