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무한하지만 유한한 것, 그게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누구나 끝없이 무한한 “시간”을 갖고 있지만, 사람에게는 언제나 각자만의 한정된 인생을 갖게 되죠.
“시간은 쏜 화살과 같다”, “시간은 금이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등
시간과 관련한 격언들은 이미 세상에 수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 격언들이 유한한 시간의 소중함을 반증해주죠.
이번에는 그러한 소중한 시간을 알려주는 두 가지 시계를 다뤄보려 합니다.
1939년에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했던, “BANKERS 탁상시계” 와
2021년에 다니엘 아르샴이 디자인했던, “IKEA ART EVENT 2021 시계” 가 바로 주인공입니다.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1902-1971)은 덴마크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입니다.
르꼬르뷔지에와 미스반데로에와 같은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받기도 한,
현대의 기능주의 모더니즘의 대가였습니다.
오늘날 북유럽 디자인의 원형을 마련한 그의 디자인을 보면,
기능적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미니멀하기도 합니다.
그의 유명한 건축작품으로는 ‘BELLA VISTA, 1934’와 ‘Denmarks National Bank’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건축물만큼 유명한 것은 바로 의자 디자인들이죠.
여러분들이 분명 한 번씩은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




개미를 닮은 ‘엔트체어’
학원의자st의 ‘세븐체어’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스완체어’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에 단골로 등장하는 ‘에그체어’까지.
아르네야콥센의 의자들은 디자인도 예쁘지만 사실 의자 자체로서도 매우 편하다고 합니다.
그가 기능주의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일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겠죠.
아르네 야콥센은 1971년, 위에서 보았던 ‘덴마크 국립은행’의 설계를 담당하게 됩니다.
은행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시계’인데, 그는 본인의 설계 안에 적합한 시계를 직접 디자인하였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물건을 디자인 하는 것”
그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2개의 박스로 한 칸씩 밀려나며 표현된 인덱스는 “시” 를 직관적인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이는 멀리서 보았을 때, 일종의 우아한 나선형을 이루며 끝없는 시간을 나타냅니다.
더불어, 중앙의 빨간 동그라미는 시계에 위트를 더하며 중심을 잡아줍니다.
아르네 야콥센은 위의 벽시계를 디자인하기에 앞서 30여년 전에 탁상시계도 디자인하였는데,
아래와 같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원형의 시계입니다. (시계의 페이스는 이후에 BANKERS로 복각.)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탁상시계에 “BANKERS” 페이스가 들어간 이 시계는
여전히 미니멀하지만 기능은 확실합니다.
시계의 본체를 받히고 있는 스테인리스스틸 다리는 앞에서와 뒤에서 다른 느낌으로 연출되어있고,
건전지를 넣기 위해 본체의 뒷편을 열기 위한 이음새는 전혀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습니다.

어떠한 공간에서도 기능을 하면서 존재감을 보이지만, 전혀 과하지 않은 탁상시계
이것이 1939년에 아르네 야콥센이 시간을 대하는 태도로 세상에 선보인 것입니다.
시간은 우리가 알듯 모를 듯 고고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한 켠에서 분명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아티스트를 한 명 언급해보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 ‘다니엘아르샴‘을 언급할 것 같습니다.
다니엘 아르샴(Daniel Arsham, 1980-)은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현대 예술가입니다.
그는 현재 우리가 소비하고 가진 사물들이 먼 미래에서 발굴한 것처럼 보이도록 재현하는 작업들을 주로 합니다.




위의 사진들처럼 “FUTURE RELIC”이라는 이름의 작품들은 석영크리스탈, 세라믹, 하이드로스톤 등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일상에서도 접하는 익숙한 사물들이 그의 손을 거쳐 고대의 유물과 같이 느껴집니다.
어딘가 깨지기도 하고 그 사이에 석영이 자라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의 이러한 작품에 대한 영감(inspiration)들은 그의 유년시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12살 때, 허리케인이 가족과 함께 지내던 집을 파괴하는 경험을 했는데
그러한 기억에서 기인한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가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그는 건축 디자인 고등학교를 다니며 건축가의 꿈을 키웠었다 합니다.
그래서 공간 작업들도 많이 하는데, 최근에는 밀라노에서 “Divided Layers”라는 멋진 작품을 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작지만 사색할 수 있는 볼륨을 가진 공간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 외에도 멋진 작품들은 많지만, 이번에 다루어 볼 것은 “IKEA ART EVENT 2021″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그의 시계입니다.

세라믹으로 제작되어 천의 자유로운 질감이 확실하게 표현된 외피에
빨간색 포인트를 가진 시계는 마치 천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연출되어 있습니다.
마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시계가 조용히 자리잡고 기능을 하고 있기를 바랐던 아르네야콥센과 달리
다니엘 아르샴의 시계는 “시간이 빨리가고 있어요”를 보여주며, 공간을 풍부하게 차지합니다.
질감표현으로 재료의 물성까지 바꿔버리는 그의 표현법이 “시간”을 조금 더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보이지 않지만, 아르네 야콥센의 탁상시계는 초침이 틱틱 끊겨서 넘어가는 반면,
다니엘 아르샴의 시계에서는 초침이 끊어짐 없이 부드럽게 이어져서 돌아갑니다.
이 또한, 아르네 야콥센은 시계의 기능에 초점을 두었고 다니엘 아르샴은 “시간의 영속성”에 초점을 둔 것을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유한한 내 인생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매 순간을 살아보려 노력하는데,
그래서 눈에 보이는 곳곳에 “시계”를 두게 되었습니다 🙂


확 튀기 보다는 스누즈 기능과 손을 올리면 불을 켜주는 “기능”에 집중한 시계는 침대 머리 맡에 두고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는 공간의 공기를 바꿔주길 바라며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었습니다.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낮에는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할 수 있도록 하고,
하루를 잔잔히 정리하는 밤에는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게 여유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현재까지도 수많은 북유럽 디자인의 원형이 되어주는 아르네 야콥센의 디자인과
현 시대 가장 트렌디하고 이목을 끄는 다니엘 아르샴의 디자인.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여러분의 공간에는 어떠한 시계가 있나요?
그리고 그 시계는 여러분에게 어떠한 영감을 주고 있나요?
오늘의 시간은 어떤 시계에서 더 와 닿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