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 KGDVS: 경계와 방, 그리고 가장 단순한 건축③
문법의 완성: 오브제에서 도시, 전시에서 캠퍼스까지
1편의 초기 오브제 실험(07~47번대), 2편의 방 집합과 도시 확장(51~124번대)에 이어, 이 3편에서는 OFFICE kgdvs의 문법이 성숙기에 이르는 과정을 마주한다. (125) Artist’s Atelier부터 (184) VRT까지의 작업은 더 이상 단일한 방이나 상자에 머물지 않고,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 얽힌 방들의 네트워크와 도시 속 장치로 확장된다. 이 시기의 프로젝트들은 공간을 새로 “만드는” 데서 나아가, 이미 존재하는 조건을 어떻게 더 정밀하게 읽고, 그 위에 어떤 최소의 개입을 더할 것인가를 묻는다.
특히 이 시기의 OFFICE는 주거, 전시, 교육, 방송, 음악, 사무 같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다루면서도, 늘 같은 질문으로 돌아간다. “하나의 강한 기하학적 생각과 하나의 디테일만으로 공간 전체를 바꿀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Artist’s Atelier의 유리 파사드, Solo House의 사막 속 프레임, Architecture Library의 책장-건축, Arvo Pärt Centre의 방들의 시퀀스, VRT의 내부 도시로 이어진다. 이번 3편은 그 완성된 문법을 따라가며, OFFICE가 왜 동시대 건축에서 유독 단단한 언어를 가진 사무소인지 보여준다.



사람, 하나의 사무소, 한 가지 집요한 태도 OFFICE kgdvs는 2002년, 헨트 출신의 케르스텐 기어스(K…

초기 문법의 확장: 중간 스케일에서 도시 스케일로 1편에서 살펴본 초기 작업들(07~47번대)은 OFFICE…
1P : (125) Artist’s Atelier, Brussels
● 벽을 허물고 생긴 또 하나의 둘레선
프로젝트 125번인 Artist’s Atelier, Brussels는 두 개의 인접한 롯트를 하나의 작업실과 정원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한쪽에는 기존의 콘크리트 지붕을 가진 차고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OFFICE는 이 둘을 모두 허물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결정을 “벽을 제거하는 것”으로 한정한다. 벽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 지그재그로 접힌 유리 파사드가 들어서며 작업실과 정원을 조정하는 새로운 경계가 생긴다.
이 유리 파사드는 단순한 외피가 아니다. 지붕 아래에서 시작해 지붕과 정렬되다가 다시 정원으로 튀어나오는 이 선은, 실내와 실외를 세 구역으로 나누면서도 서로를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다. 유리는 투명하지만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지붕은 기존 구조를 존중하지만 새 공간의 성격을 바꾼다. OFFICE는 이 프로젝트에서 “기존 건물은 그대로 두고, 경계선만 바꿔도 공간은 충분히 새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아틀리에는 방을 새로 만드는 프로젝트라기보다, 하나의 경계선이 얼마나 강한 건축적 장치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작업이다. 빛, 시선, 정원, 작업실이라는 네 요소가 유리 파사드 하나를 중심으로 다시 배열된다.


2p: (126) Centers for Traditional Music, Muharraq & Riffa, Bahrain
● 나무를 말리는 가장 박스 같은 박스
프로젝트 126번인 Centers for Traditional Music은 바레인 무하라크와 리파에 들어서는 전통 음악 센터다. OFFICE는 이 프로젝트에서 지역의 문화와 프로그램을 존중하면서도, 익숙한 방 문법을 국제적인 방식으로 적용한다. 공연, 연습, 교육, 아카이브 공간은 각각의 방으로 조직되고, 전체는 단순한 상자 구조로 정리된다.
중요한 것은 외형적 이국성이 아니다. 오히려 OFFICE는 현지 맥락 안에서 전통 음악이라는 시간성을 건축으로 어떻게 담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방과 둘레선, 상자라는 기본 문법이 바레인의 문화 프로그램 속에서 조용히 작동한다.
이 프로젝트는 OFFICE가 유럽 내부를 넘어 다른 문화권으로 확장되었을 때도, 자신의 언어를 잃지 않으면서 맥락에 맞춰 조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P : (130) Solo House
●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선 상자
프로젝트 130번인 Solo House는 스페인의 사막 지형 위에 놓인 주택으로, OFFICE가 “자연 속 상자”라는 주제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프로젝트다. 이 집은 주변 풍경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풍경 속에 단정하게 놓인 하나의 정사각형/직사각형 프레임처럼 작동한다. 외부는 단순한 볼륨이지만, 내부는 중앙 아트리움과 주변 방들이 구성되어 있어, 사막의 거친 환경을 내부에서 프레임된 시퀀스로 경험하게 만든다.
Solo House의 핵심은 고립이 아니라 절제된 프레임이다. 집은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서 있지만, 오히려 그 고립 덕분에 하늘, 그림자, 열기, 바람이 더 선명하게 인식된다. OFFICE는 이 프로젝트에서 자연과 경쟁하지 않고, 자연을 읽게 하는 상자를 만든다. 즉, 집은 풍경을 가리는 장벽이 아니라 풍경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이 주택은 OFFICE가 빌라를 설계할 때 반복하는 태도, 즉 “가장 적은 제스처로 가장 강한 풍경 경험을 만드는 것”을 잘 보여준다. Solo House는 상자가 장소를 덮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더 또렷하게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4P: (152) Incubator, Waregem
● 스타트업을 위한 박스들의 집합
프로젝트 152번인 Incubator, Waregem은 단일한 사무실이 아니라 스타트업과 소규모 기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다. OFFICE는 이 프로그램을 하나의 거대한 오픈 플랜으로 풀지 않는다. 대신 여러 개의 상자를 하나의 구조 안에 쌓고, 그 사이 틈을 공유 공간으로 활용한다. 각 상자는 독립된 작업실이면서도, 복도와 계단, 공용 라운지를 통해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독립과 협업을 동시에 담는 구조”다. 각 회사나 팀은 자기만의 방을 갖지만, 건물 전체는 박스들의 네트워크로 작동한다. OFFICE는 이처럼 상자들을 분절적으로 배치해, 스타트업이라는 유동적인 프로그램에 맞는 공간적 유연성을 확보한다.
Incubator는 OFFICE가 단순히 주거나 전시를 잘하는 사무소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박스 문법을 정교하게 바꿔 사용하는 사무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정된 단일 건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의 방들이 공존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P: (155) Housing Complex, Brussels
● (155) Housing Complex, Brussels
프로젝트 155번인 Housing Complex, Brussels는 브뤼셀 도심의 좁고 밀도 높은 부지에 세워진 주거 복합체다. OFFICE는 이 프로젝트에서도 외부에 강한 형태를 과시하기보다, 도시 조직에 잘 녹아드는 단정한 상자를 쌓아 올린다. 그러나 내부는 단순하지 않다. 각 세대는 독립된 방처럼 구성되면서도, 중정과 테라스, 계단과 복도가 서로를 연결하는 관계망을 형성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밀집한 도시 속에서도 빛과 공기, 시선의 흐름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이다. OFFICE는 상자를 닫아버리지 않고, 그 사이와 위아래에 작은 공공성을 넣는다. 결과적으로 Housing Complex는 압축된 도시 주거가 답답함으로만 귀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브뤼셀의 도시적 조건을 고려할 때, 이 주거 복합체는 OFFICE가 밀도와 프라이버시, 공공성과 개별성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정확히 읽는지 드러낸다. 같은 상자라도, 그 사이의 간격과 배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생활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6p: (164) Office Refurbishment, Kortrijk
● 사무실을 다시 짜는 방들
프로젝트 164번인 Office Refurbishment, Kortrijk는 기존 사무실을 개조하는 프로젝트다. OFFICE는 이 작업에서 파괴적인 리노베이션을 택하지 않는다. 기존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고, 방의 배열과 문의 위치, 동선의 흐름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새롭게 읽어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무실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분절될 수 있는가”보다, “어떤 방의 관계가 더 좋은 작업 환경을 만드는가”이다. 단순한 파티션 대신 명확한 벽과 문으로 프로그램을 나누고, 그 사이 복도를 공용 영역으로 활용함으로써, 사무실은 단절된 칸막이 집합이 아니라 느슨한 시퀀스가 된다.
Office Refurbishment는 OFFICE의 문법이 주거·문화뿐 아니라 기능적 사무 공간에서도 유효하다는 걸 보여준다. 기존 건축을 버리기보다, 그 안의 질서를 다시 쓰는 방식이다.


Project 164 Office Refurbishment의 평면 및 외부 모습 (출처 : ©office kgdvs)
7p: (171) Arvo Pärt Centre
● 음악가의 방들
프로젝트 171번인 Arvo Pärt Centre는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를 위한 문화센터다. OFFICE는 이곳에서 음악의 구조를 공간의 구조로 옮긴다. 연주실, 아카이브, 전시실, 연구 공간 같은 프로그램은 각각 독립된 방처럼 배치되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공용 공간과 중정이 전체를 하나의 리듬으로 묶는다.
이 프로젝트의 매력은 음악가의 작업 세계를 단순한 기념관으로 번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OFFICE는 아르보 패르의 음악이 가진 침묵, 반복, 여백의 감각을 건축의 방과 틈으로 옮긴다. 건물은 조용하지만 비어 있지 않고, 절제되어 있지만 단순하지 않다.
Arvo Pärt Centre는 OFFICE가 문화 프로그램을 다룰 때 얼마나 섬세하게 태도를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방의 문법은 여기서 소리와 침묵의 문법이 된다.


Project 171 Arvo Pärt Centre의 평면 및 내부 렌더 모습 (출처 : ©office kgdvs)
8p: (176) Campus RTS, Lausanne
● 대학 캠퍼스의 상자 네트워크
프로젝트 176번인 Campus RTS, Lausanne는 EPFL와 연결된 캠퍼스 프로젝트로, 여러 기능 블록을 상자 형태로 조직한 계획이다. 강의실, 연구실, 사무실, 공용 공간은 각기 다른 상자 안에 배치되며, 브리지와 아트리움, 연결 복도를 통해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룬다.
이 프로젝트에서 OFFICE는 캠퍼스를 하나의 거대한 건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여러 상자들의 도시처럼 조직한다. 각 상자는 독립적이지만, 서로 완전히 고립되지는 않는다. 이 방식은 대학이라는 프로그램의 개방성과 복잡성을 잘 반영한다.
Lausanne은 OFFICE가 대형 프로그램을 다룰 때도 여전히 방과 상자의 논리로 충분히 복잡한 조직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캠퍼스가 도시의 축소판이자 상자들의 군집이 되는 순간이다.


9p: (184) VRT, Brussels
● 방송국의 내부 도시
프로젝트 184번인 VRT, Brussels는 벨기에 공영방송 본부로,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방송 시스템을 건축으로 번역한 프로젝트다. OFFICE는 이 건물을 하나의 거대한 오픈플랜으로 풀지 않고, 스튜디오와 편집실, 사무공간을 각각의 방처럼 조직한다. 그리고 그 사이를 복도, 아트리움, 공용 공간이 이어준다.
방송국의 특징은 끊임없는 생산과 교차하는 프로그램이다. OFFICE는 이 복잡한 흐름을 방들의 네트워크로 정리해, 도시처럼 작동하는 내부 구조를 만든다. VRT는 외관보다 내부 조직이 중요한 건축이며, OFFICE가 프로그램의 밀도를 어떻게 공간적으로 조율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OFFICE의 공공건축이 단순한 상자 조합이 아니라, 운영과 리듬을 고려한 세밀한 조직 작업임을 확인시킨다.


마무리: 오늘날 건축의 새로운 시각
세 편에 걸쳐 살펴본 OFFICE kgdvs의 작업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완전히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상황 위에 정확한 한 수를 두는 건축. 초기의 Summerhouse나 Berlin Library에서부터, 3편의 Artist’s Atelier, Solo House, Arvo Pärt Centre, VRT에 이르기까지 OFFICE는 늘 방과 둘레선, 상자의 조합으로 공간을 다시 쓴다.
중요한 점은 이 문법이 결코 단순한 미니멀리즘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OFFICE는 늘 프로그램, 운영, 맥락, 동선, 프라이버시, 공공성 같은 현실적 조건을 세밀하게 읽어내고, 그것을 기하학 하나와 디테일 하나로 응축한다. 그래서 그들의 건축은 작아 보여도 가볍지 않고, 단순해 보여도 단단하다.
오늘날의 건축은 흔히 새로운 이미지 경쟁에 휘말리기 쉽다. 하지만 OFFICE kgdvs는 다른 길을 보여준다. 과장된 형태보다 더 강한 것은 정확한 관계의 설정이고, 화려한 제스처보다 더 오래가는 것은 사용자가 체감하는 공간의 질서라는 점이다. 이 시리즈 전체를 통해 보이는 OFFICE의 태도는, 결국 건축이란 하나의 완성된 오브제가 아니라 “관계를 정밀하게 다시 쓰는 일”이라는 깨우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