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 KGDVS: 경계와 방, 그리고 가장 단순한 건축

사람, 하나의 사무소, 한 가지 집요한 태도

OFFICE kgdvs는 2002년, 헨트 출신의 케르스텐 기어스(Kersten Geers)와 데이비드 반 세버렌(David Van Severen)이 함께 설립한 브뤼셀 기반 건축사무소다. 두 사람은 헨트 대학과 마드리드 ETSAM에서 함께 공부했고, 이후 맥스완, Neutelings Riedijk, Stéphane Beel, Atelier Maarten Van Severen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네덜란드·벨기에·스페인 건축 문화 속에서 단순한 기하학과 강렬한 디테일을 체화했다.

 

엘 크로키스 No.185에 실린 Enrique Walker와의 대화에서 OFFICE는 반복해서 “하나의 기하학적 아이디어와 하나의 디테일”을 언급한다. 이들에게 건축은 매번 새 스타일을 발명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상황을 거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정확한 하나의 장치-방, 둘레선, 상자를 더해 전체의 읽기를 교정(correction)하는 작업에 가깝다. 이번 1편에서는 그런 OFFICE의 태도가 초기 프로젝트들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그들의 초기 작품들인 07~47 프로젝트 사이의 작업을 따라가며 살펴본다.

 

Kersten Geers과 David Van Severen 및 엘크로키 185 표지의 모습 (출처 : ©office kgdvs)

 

 

1P : OFFICE kgdvs의 건축 개념

● 하나의 기하학, 하나의 디테일

 

Walker는 OFFICE 초기 작업의 공통점을 “기존 건축에 하나의 방, 혹은 방들의 집합을 더해 교정하는 프로젝트”라고 정리한다. 헨트 건축도서관에서 그들은 기존 홀과 측실의 평면을 거의 손대지 않고, 주변부에 3층 높이의 연속된 책장과 슬라이딩 펜스를 둘러세워 공간의 성격과 사용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도서관용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둘레(perimeter)에 설치한 하나의 가구(bookshelf)가 곧 건축이 되는 순간이다. 책장-기둥-슬라이딩 펜스-카운터웨이트로 이루어진 장치는 구조·파사드·내부 인테리어·동선을 동시에 규정하며, 기존 홀 위에 얇게 겹쳐진 새로운 방의 층을 만든다. OFFICE는 이를 “기하학적 교정(geometrical correction)”이라 부르며, 하나의 디테일이 전체 공간의 경험을 뒤틀 수 있음을 보여준다.

 

Project 78 ARCHITECTURE LIBRARY, Ghent 의 평면 및 내부 모습 (출처 : ©office kgdvs)

 

2P : (07) Summerhouse, Ghent

● 겨울 집 옆에 생긴 또 하나의 계절

 

07번 프로젝트인 Summerhouse, Ghent는 19세기 타운하우스를 확장하는 작업으로, 결과적으로 하나의 집을 ‘겨울 집(winter house)’과 ‘여름 집(summer house)’으로 나누어 읽게 만든다. 기존 겨울 집 옆의 불규칙한 외부 공간에 정밀한 모듈의 철골 프레임을 세우고, 포도덩굴이 타고 오르도록 계획했으며, 그 중 좁은 스트립은 금속 그릴 지붕과 유리 슬라이딩 도어로 덮여 중간 기후(intermediate climate)의 방을 만든다.

 

프레임 주변 코너에 설치된 미러 글라스 도어는 결정적 장치다. 사용자가 여름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반사와 겹침으로 인해 뒤에 있는 기존 겨울 집은 시각적으로 ‘사라지고’, 철골·덩굴·유리만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우주가 전면에 등장한다.

 

여기서 OFFICE는 둘레선으로 구축된 방을 통해 기존 건물의 위계를 조정한다. 기존 집을 허물거나 덧칠하지 않고도, 철골 프레임과 유리문의 얇은 레이어만으로 “이곳의 중심은 더 이상 겨울 집이 아니라 여름 집”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Project 07 Summerhouse, Ghent 의 평면 및 내부 모습(출처 : ©office kgdvs)

 

3P: (10) Berlin Library

● 두 개의 상자가 만드는 세 번째 방

 

10번 프로젝트인 Berlin Library는 야콥·빌헬름 그림 대학도서관으로, 두 개의 동일한 볼륨을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해 그 사이에 도서관 광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모든 출입구는 이 사이 공간으로 열리고, 1층 높이에는 거울 유리로 된 보행 브리지가 두 상자를 연결하며 지나가는 S-Bahn 전철을 반사한다.

 

베를린의 전통적인 폐쇄 블록과 달리, 이 두 상자는 도시 조직을 미묘하게 열어젖힌다. 도서관은 단일 거대한 내부로 응축되는 대신, **두 개의 방과 그 사이에 생긴 세 번째 방(광장)**으로 재구성된다.

 

이때 광장은 단순한 남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 대학이 만나는 공공의 방이자, 전체 프로젝트의 진짜 중심이다. OFFICE는 상자 두 개와 브리지를 통해, “도시 속 공공성”을 기하학적으로 질문한다. 방·둘레선·상자라는 그들의 기본 어휘가 도시 스케일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초기 사례이다.

 

Project 10 Berlin Library 의 평면 및 내부 렌더 모습 (출처 : ©office kgdvs)

 

4P: (15) Border Crossing

● 국경 위에 놓인 흰색의 오아시스

 

15번 프로젝트인 Border Crossing은 멕시코와 미국 사이 보행자 국경을 위한 긴 직사각형 볼륨 제안이다. 9m 높이의 흰 벽이 양국 사이에 거대한 무인지대(no-man’s land)를 정의하고, 그 내부에는 규칙적인 그리드로 심어진 야자수들이 넓은 그늘을 만드는 정원이 펼쳐진다. 여권 심사와 행정용 파빌리온은 이 정원 속에 산발적으로 배치된다.

 

국경이라는 가장 강력한 선 위에, OFFICE는 다시 하나의 둘레선을 겹친다. 바깥에서는 두터운 흰 벽만 보일 뿐, 내부의 오아시스 풍경은 감춰진다. 이 단순한 장치는 국경 통과 경험을 “줄 서서 검문 받는 회랑”에서 “짧지만 밀도 높은 정원”으로 재구성한다.

 

Border Crossing은 **기하학 하나(길게 늘어진 흰 상자)와 디테일 하나(야자수 그리드)**로 정치적·심리적 질문을 던지는 프로젝트다. OFFICE의 건축이 얼마나 추상적이면서도 정치적인지, 그리고 어떻게 얇은 선 하나로 풍경과 제도를 동시에 건드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Project 15 Border Crossingt 의 평면 및 외부 투시도 모습 (출처 : ©office kgdvs)

 

5p: (19) A Grammar for the City

● 50만 명을 위한 ‘방의 문법’

 

19번 프로젝트인 A Grammar for the City는 50만 명 규모 도시를 위한 계획으로, 이름 그대로 도시를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문법(grammar)’에 집중한다. 여기서 도시의 기본 단위는 건물이 아니라 방이다. 공공, 주거, 인프라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방들로 조직되고, 이 방들이 어떤 순서로, 어떤 관계로 이어지느냐가 도시의 구조를 결정한다.

 

도시의 이미지는 특정 스타일이나 아이코닉한 스카이라인으로 미리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방들의 시퀀스와 그 사이의 틈이 반복·변주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A Grammar for the City는 이후 OFFICE가 여러 프로젝트에서 반복하는 “도시=방들의 연속”이라는 사고를 이론적으로 가장 명료하게 드러낸 작업이다.

 

여기서도 새로운 형태 발명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을 만들 것인가, 그 방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단순한 규칙을 찾는 일이다.

 

Project 19 A Grammar for the City 의 평면 및 외부 투시도 모습 (출처 : ©office kgdvs)

 

6p: (23) Bridge, Ghent

● 다리라는 선, 도시를 잇는 방

 

23번 프로젝트인 Bridge, Ghent는 강을 가로지르는 단순한 교량 프로젝듯 보이지만, 사실은 도시 공간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장치로 설계된 다리다.

 

이 다리는 도시의 두 부분을 연결하면서, 그 자체로 멈추어 서서 도시를 바라볼 수 있는 긴 플랫폼, 즉 선형의 방으로 작동한다. OFFICE는 다리를 과장된 조형으로 만들기보다, 도시 구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단순한 선 하나로 두 강변의 공공 공간을 하나의 연속된 내부처럼 느끼게 만든다.

 

Bridge, Ghent는 OFFICE의 둘레선 개념이 인프라 스케일까지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도시를 수직·수평으로 가르는 선을, 이동의 통로이자 체류의 방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다.

 

Project 23 Bridge, Ghent 의 평면 및 외부 모습 (출처 : ©office kgdvs)

 

7p: (39) Villa, Buggenhout

● 숲 속에 놓인 가장 ‘상자 같은’ 상자

 

39번 프로젝트인 Villa, Buggenhout는 OFFICE가 “가장 박스 같은 박스”를 만들기 위해 몰두했던 시기의 주택이다. 숲 속에 놓인 이 집은 복잡한 지붕이나 장식을 모두 걷어내고, 하나의 직사각형 상자로서 주변 자연과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내부 프로그램은 이 상자 안에서 필요한 만큼만 조절되고, 창문 위치·크기, 코너 처리, 입면의 세부 비례는 상자를 더욱 상자답게 보이도록 조정된다. 여기서 상자는 단순한 기능적 껍데기가 아니라, 자연을 배경으로 한 추상적 기호가 된다.

 

Villa, Buggenhout는 OFFICE가 “건물처럼 보이는 건물”의 경계를 실험하는 작업이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오브제 같다가도, 가까이 다가가면 숲 사이로 스며드는 상자의 모호함을 드러낸다.

 

Project 39 Villa, Buggenhout 의 단면 및 외부 모습 (출처 : ©office kgdvs)

 

8p: (41) Lake Side Villa

● 수면 위의 프레임, 풍경을 거는 집

 

41번 프로젝트인 Lake Side Villa는 호수 옆에 놓인 또 하나의 상자다. Buggenhout가 숲 속 상자라면, 이 프로젝트는 수면과 수평선을 배경으로 선 상자다.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은 철저히 프레임된 장면으로 경험된다.

 

상자의 위치, 높이, 개구부 비율은 호수·하늘·나무를 최대한 단순한 도면처럼 읽게 만드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즉, 건축은 이곳에서 주인공이 아니라, 풍경을 걸어놓는 프레임 장치에 가깝다.

 

Lake Side Villa와 Villa, Buggenhout는 “자연 속 상자”라는 동일한 주제를 서로 다른 맥락에서 변주한다. 하나는 숲, 하나는 호수; 둘 다 OFFICE에게 상자가 풍경을 이해하는 기호이자 도구임을 보여준다.

 

Project 41 Lake Side Villa 의 단면 및 내부 모습(출처 : ©office kgdvs)

 

9p: (47) Computer Shop, Tielt

● 상자 안의 상자, 상업 공간의 실험

 

47번 프로젝트인 Computer Shop, Tielt는 일상적인 상업 프로그램에 OFFICE의 문법을 적용한 사례다. 외부에서 보면 건물은 주변 맥락 속에서 과도하게 튀지 않는 단순한 볼륨이지만, 내부에서는 하나의 큰 방 안에 또 하나의 방 같은 가구가 들어선 구조를 취한다.

 

상품 진열, 고객 동선, 계산대, 서비스 공간이 모두 이 가구 장치에 의해 규정되며, 건물 전체의 경험은 이 하나의 요소를 중심으로 조직된다.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 OFFICE의 “하나의 장치로 전체를 교정하는” 전략이 가장 소규모이면서도 명료하게 드러난다.

 

Computer Shop은 동시에 “서비스 건축도 동일한 기하학·디테일의 논리로 설계될 수 있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Project 47 Computer Shop, Tielt 단면 및 외부 모습 (출처 : ©office kgdvs)

 

마무리: 초기 작업의 문법, 그리고 이후를 향한 징검돌

● 작은 프로젝트들로 드러난 거대한 논리

 

07부터 47까지의 초기 프로젝트를 통해 드러나는 OFFICE kgdvs의 문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방(Room): 도시든 주거든, 독립된 오브제가 아니라 방들의 연속과 방 사이의 관계로 읽힌다. Summerhouse, Berlin Library, Border Crossing, Grammar for the City가 모두 “방으로 상황을 다시 쓰는 작업”이다.

 

둘레선(Perimeter): 주변을 둘러싼 선 혹은 프레임 하나가 전체 경험을 교정한다. 헨트 도서관의 책장, Summerhouse의 철골 프레임, Border Crossing의 흰 벽, Artist’s Atelier의 지그재그 유리 파사드가 대표적이다.

 

상자(Box): Drying Hall, Buggenhout Villa, Lake Side Villa, Computer Shop 등에서 반복되는 상자 실험은 “가장 상자 같은 상자”를 통해 건축과 비建축의 경계를 묻는다.

 

이 초기 작업들은 OFFICE가 어떻게 “새로 만드는 건축”보다 “이미 있는 것 위에 한 수를 두는 건축”을 실천해 왔는지 잘 보여준다. 다음 편에서는 이 문법이 이후의 대형 프로젝트와 전시 예를 들어 After the Party(벨기에관), Central Park Turnhout, Architecture Library Ghent, Everything Architecture에서 어떻게 확장·변주되는지 살펴보며, 방과 선, 상자의 건축이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는지 이어서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Project 316 25 COLUMNS ,Plintsberg의 모형 모습 (출처 : ©office kgdv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