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TMI서론 : 건축학과에 와서 모든 교수님이 설계 수업을 가르쳐주시며 학년이 올라가다 보면 3~4학년쯤이면 느끼는 게 있습니다. 제가 간과하고 있었지만, 교수님마다 주전공 분야가 다르다는 점이죠. 건축학과를 지망해 대학을 선택하는 신입생들에게 좋은 팁이라면 그 학교의 건축학과 홈페이지의 교수님들 소개를 보면 각자의 간단한 프로필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분야가 다양하실 겁니다. 좀 더 소개가 자세히 되어있다면 작성하신 논문이나 참여하신 프로젝트도 일부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고 선택한다면 좀 더 본인에게 맞는 혹은 맞지 않다면 왜 안 맞는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동의대학교에는 ‘디지털 건축 및 BIM 융복합’ 전공 교수님이 계십니다. 외모도 젊으시고 항상 깔끔하게 차려입고 다니시는 이권형 교수님은 학교에서 레빗을 이용한 디지털 수업 및 설계 수업해주고 계시는데요. 인터뷰를 통해 건축에 관한 얘기를 진행했습니다.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을 진행하시는지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인터뷰가 목적 지향적이기보다 편하게 진행되니 물 흐르듯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녹음 후 글에 맞게 간략화 한 점 알려드립니다. Q는 저이고 A는 교수님입니다.)


Q&A
Q : 안녕하세요. 교수님. 처음으로 궁금했던 건 교수님이 어떻게 BIM을 전공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레빗도 사용하시는데 공부를 시작하실 때도 레빗이 뭔가 주목받았나요?
A : 음 일단은 설계를 잘하고 싶어서 컴퓨터를 했어. 처음부터 컴퓨터를 잘해서 뭘 하고 싶다는 목적이 아니라 설계를 잘하고 싶은데 컴퓨터를 이용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 5학년 때까지는 나도 뭐 다른 학생들이랑 똑같았어. 그때는 라이노도 좀 했지만 3D 맥스를 더 많이 사용할 때였고 스케치업은 거의 없었거든. 그때 지금도 있는 빌딩 스마트 협회라는 곳에서 하는 학술 행사에서 BIM을 처음 접했어.
Q : 그럼 새로운 걸 접하고 나니 공부하고 싶어지셨던 거예요?
A : 대학원은 원래 진학할 생각이었어. 자기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 BIM을 접하니까 학교에서 배우는 거랑 참 다른 얘기를 하더라고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와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더라고 지금만 놓고 보면 그냥 그렇지만 멀리 보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싶었지. 대학원이든 뭐든 공부를 하는 거니까 미래를 보고 잘할 수 있게 되면 가치가 있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때는 레빗이 아니라 아키캐드라는 프로그램이었어.

Q : 그럼 모델링부터 하나하나 다 공부하신 거예요?
A : 그때는 자료가 많이 없으니까 힘들게 독학하긴 했지. 근데 공부하고 익숙해지다 보니 다시 캐드로 돌아가기 싫은 거야. 캐드는 레빗처럼 도면이랑 모델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공부하다 보니 느끼는 게 레빗 같은 프로그램은 도구야. 난 설계를 잘하는 방법으로 BIM을 공부하는 거지 BIM 전문가가 목표가 아니었거든.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게 중요해. 그런 의미에서 규태 너는 지금 레빗이 상용화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Q : 건축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걸 다 같이 사용해야 서로 시너지도 일어나고 비용도 감소하고 그럴 것 같은데 지금은 사무실에서만 사용하니까 비용만 비싸지고 익숙한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 이득이 없는 거 같아요.
A : 맞아 그런 것도 중요하지. 이유를 대자면 너무나 많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목적이 없어서 그래. 라이노가 곡선이 이쁜 것 모르는 사람이 없고 3D 맥스가 렌더링이 예쁜 것 모르는 사람이 없지. 스케치업만큼 직관적인 방법도 없는데 레빗만 만능이라고 생각해. 그것도 그냥 설계를 잘하기 위한 도구일 뿐인데 말이야. BIM은 정합성이 좋아. 정확하고 오류를 최소화하고 그게 3D로 표현돼. 그럼 정확하고 효율 높고 다양한 분석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레빗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Q : 음 지금 있는 것들의 그 중간에 있으니까 애매한 건가요?
A : 나는 카카오톡 같은 그거로 생각해. BIM은 플랫폼이야. 사실 레빗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전문적이지 못하거든. 구조검토도 그렇고 에너지 효율 검사도 내부 정보 입력도 다른 분들 도움 없으면 못 해. 처음은 카카오톡도 채팅으로만 시작했지만, 점점 세력을 확장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많은 분야를 건드리고 있잖아. 앞으로 건축계가 점점 발전해 나가는 방향에서 BIM이 그 플랫폼으로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어. 왜냐면 레빗에는 정보가 입력되어있거든. 그래픽이랑 도면만 있는 게 아니라 재료와 구조의 정보가 입력되어있다는 게 별다른 후처리 없이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해. 점점 요구되는 구조 계산서나 에너지 등급 확인 같은 부분이 많아져. 그걸 쉽게 하려고 BIM을 하는 거야.
Q : 앞으로 건축계가 그렇게 변화할 거니까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A : 카카오톡도 가입해서 입력된 정보로 나중에 은행도 쓰고 신용 등록도 하고 택시도 타고 그러는 거잖아. 플랫폼은 그런 거야. 환경과 정보가 제공되면 그걸 활용해 나가는 거지. 레빗은 그걸 위해 사용하는 거야. 그래서 정보를 다루니까 정합성이 중요한 거지.


Q : 그래서 뭔가 조건도 많고 제한도 많은 거네요. 그 정보가 틀리거나 잘못 이용되면 안 되니까. 그럼 교수님은 그중에서 어떤 쪽을 주로 연구하세요?
A : 내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친환경이랑 계획 설계 쪽이야. 설계 초기에 다양한 면을 고려해서 뒤에 생길 문제들을 최소화 하는 거야. 계획 설계에서 도면과 건물 자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의 완결성을 갖추는 걸 검토하기에 BIM이 좋아. 그런 의미에서 왜 실시 설계 단계에서 BIM으로 전환하는 곳들이 있는지 모르겠어. 도면을 더 상세하게 한 장에 많이 담아내기에는 캐드가 좋은데 말이지.

Q : 그럼 연구상으로 쓰임새가 좋은 게 설계 초반인데 디자인하고 초반에는 안 쓰이는 거예요?
A : 그렇지 왜냐면 BIM 자체가 설계 후반부나 유지 관리 단계 등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예측해서 설계 품질을 향상하기에 좋은 일인데, 물론 비정형을 하고 그러면 다른 얘기지만 보통의 경우 그렇지는 않거든.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디테일로 들어가면 구조나 MEP 분야 같은 쪽에서 개입이 있으니까 건축만의 분야라고 보기 힘들어. 거기다 그 정도 수준이면 BIM 모델링 자체도 복잡해져 있는 상태라 고치기도 힘들어.

Q : 관점이 그렇게 되는 거네요. 저는 실시 설계나 구조, MEP 쪽이랑 BIM으로 연계가 될 만큼 큰 프로젝트 말고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적으로 하는 걸 못 봐서 그런 생각은 못 해 봤어요.
그럼 이런 것들이 다 설계를 잘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연구로 진로를 잡은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A : 실무에서 도면을 그려야만 건축을 하는 건 아니잖아? 건축 연구도 건축 분야에 도움이 되는 일이고 건축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건축 분야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 그리고 원래 가르치는 일도 하고 싶었어. 교수를 하려면 박사까지 해야 하니까 미래지향적인 공부를 하는 김에 아예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
Q : 그럼 학생들을 가르칠 때 좀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세요?

통합설계를 위한 수업 때문에 많은 부분을 한번에 가르친다.
A : 레빗을 하는 디지털 건축이나 빌딩 시스템 과목을 가르칠 때 중요한 부분은 통합 설계를 가르치는 눈이지. 모델링과 도면을 한 번에 다루면서 2D를 그리면 그게 어떤 3D의 형태를 갖추는지를 보고 반대의 경우도 이해하는 걸 가르치는 거야 추가로 레빗도 가르치는 거지. 지금은 2D로만 도면을 그리고 상상하는 게 아니라 통합적으로 계속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레빗이 그런 눈을 기르기 좋다고 생각해.
Q : 학교에서 레빗을 이렇게 가르치는 학교가 많이 없더라고요. 그럼 이렇게 배워서 BIM 전문팀을 간다는 학생이 있다고 하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A : 일단 BIM 팀을 간다 그러면 나는 좀 말리고 싶지. 우리가 계속 한 대화에서 중요한 게 건축하고 더 좋게 하려고 BIM을 쓰는 거지 그걸 전문으로 하려고 하는 건 아니거든. 내가 BIM을 연구하고 전문가가 됐다고 해서 그게 BIM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건축을 위한 일이거든. 건축하기 위한 도구에 대한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건 하고 싶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권하고 싶지는 않지.
Q : 그럼 디지털 건축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그게 앞에 얘기한 일과 연결되지.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프로그램이 좋아지면서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부분은 훨씬 쉬워지고 해결이 많이 될 거야. 건축하기 위한 도구에 대한 전문가가 점점 적어지고 더 고도화될 거야. 언젠가는 건축가가 태초의 의미로서 좀 더 철학자이자 스토리텔링 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많이 남았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될지도 몰라.


Outro
위의 내용 이후로도 더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BIM에 관해 얘기하면서 느낀 점은 건축을 위한 얘기라는 점입니다. 건축의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건축학과는 건축사 사무소를 보내기 위한 커리큘럼 혹은 대학교의 취업률을 위한 요소가 없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설계 수업이나 이론 수업에서의 교수님의 모습이 아니라 편하게 사석에서 하는 얘기는 결국 같은 건축을 하는 사람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는 대학원으로 진입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평생 하는 직업이라는 건축계에서의 어떤 공부는 가치가 있고 미래지향적인 시선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