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중국 본토에서부터 약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대만은 민족적으로나 문화적, 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으나, 대만 자체의 역사는 1912년에 건국된 이후 약 1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한국이나 중국, 일본과 같이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고건축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때문에, 현재 대만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건축물들은 대다수 일본에 의해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입니다.
이번 탐방기는 대만의 근대 시기(19세기~20세기)에 지어진 건축물들을 함께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 본 탐방기는 날짜의 순서와 관계없이 여행 중, 마주친 대만의 건축물들을 분류에 따라 소개 드립니다.
1. 세계 4대 박물관(?) ‘대만고궁박물원’

대만 타이베이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야시장과 대학가로 유명한 ‘스린 구’에 위치한 ‘대만고궁박물원’은 대만의 4대 관광지로 손꼽히는 국립박물관으로, 고대 당나라 시기부터 송, 원, 명, 청나라 시기까지의 중국 본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본래 중국 베이징 자금성의 박물관과 각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유물들을 20세기 중국 본토에서 벌어진 ‘국공 내전’으로 다수가 파손되거나 소실될 우려가 있어 전쟁 막바지 국민당 정부가 대만 섬으로 패퇴하며 옮겨 온 것들입니다. 유물들의 종류만 해도 도자기, 서적, 조각상 등 고가치의 유물 29만 여점과 중국 본토 각지의 유물 60만 8,000여 점으로 중국의 상징적인 유물 대다수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장하고 있는 유물의 규모 등으로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 그리고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전시되고 있는 유물이 중국에 한정되고 있다는 것과 다른 박물관들에 비해 규모가 작아 공식적으로는 별도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소장 중인 유물의 수가 매우 많다 보니, 상설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유물들을 제외하고 도자기, 회화, 청동 등의 수장고의 유물들을 3개월마다 순환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데 순환배치되는 작품들은 연 8,000여 점에 이르며, 1965년 11월 12일 개관한 이후 2018년까지 전시 작품들이 한 번도 중복되어 전시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대만고궁박물원은 제1전시장과 보조 전시장인 제2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제1전시장은 상설전시와 함께 대만고궁박물원을 상징하는 유물들이 대거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유물들의 분산배치를 위해 대만의 남쪽에 남부분원을 설치하여 일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되고 있는 유물들의 상당수가 전쟁 중 자금성과 박물관에서 급하게 가져온 유물이기에 중국 전통의 민간 문화나 예술 등의 작품들보다는 궁궐 문화나 상류층의 예술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물의 수준이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 대만고궁박물원의 유물들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대만고궁박물원은 앞의 ‘대만 건축 탐방기 : 근대 건축 – 중’편에서 소개 드렸던 ‘중정기념당’의 설계자인 ‘양탁성’이 설계한 건축물로 중앙의 광장을 중심으로 상징성을 띄고 있는 메인 건물을 배치, 양옆을 좌우대칭으로 구성하는 전통적인 중국의 궁궐 건축 배치 양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궁박물원 또한 중국 본토의 자금성에서 영향을 받아 목재로 기둥을 세워 지붕을 지지하는 정통적인 동양의 건축 방식보다 석재나 벽돌, 콘크리트 등으로 거대한 아랫단을 형성하고, 그 위에 지붕을 올리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의 ‘대만 건축 탐방기’에서 소개한 ‘타이베이 중앙역’이나 ‘중정기념당’ 등 20세기 초 ~ 중기 지어진 대만의 공공 건축물의 상당수가 이러한 방식으로 건축이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만고궁박물원의 제1전시장의 하부를 살펴보면 거대한 벽체의 끝에서 바로 지붕의 처마 돌출되어 형성되어 있고, 처마의 아래에는 목조에서 나타나는 ‘공포’와 대들보 등을 형상화한 장식들이 묘사되고 있습니다.


고궁박물원의 주변의 제2전시장과 행정동 또한 같은 형태로 건축이 되어 있으며 박물원 앞에는 선형 광장(가로)과 함께 정원을 설치하여 전통적인 궁궐 배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좌우 대칭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만고궁박물원의 내부는 1층부터 3층까지 열린 공간을 중심으로 전시실과 동선이 배치되어 있는 형태이며, 중앙의 계단을 통해 각 층으로 이동하며 전시공간을 아울러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평면을 기준으로 앞쪽의 큰 전시실이 각 층의 메인 전시실, 중앙의 작은 전시실이 보조 전시실로 구성되고 있으며 후면의 전시실은 보조 및 기획 전시공간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각 전시실의 입구와 출구는 모두 복도로 열려 있어, 계단에서 올라와 자유롭게 각 전시실로 입장하여 관람을 할 수 있는 형태인데, 이는 시대별로 전시관이 구성되어 있는 박물관으로서는 다소 전시 순서가 복잡하게 이어지게 되어, 관람객 입장에서는 역사의 연대별로 전시를 관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각 전시실의 내부는 벽면을 따라 각종 유물들을 배치하여 차례로 전시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박물관의 동선 구성을 가지고 있어 동선을 따라 벽면 혹은 유리 전시대 안에 있는 전시물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그럼 대만고궁박물원에 전시되어 있는 일부 유물들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유물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취옥백채’와 ‘육형석’과 함께 대만고궁박물원의 4대 보물로 손꼽히는 ‘상아투화운룡문투구’로 청나라 시기 코끼리의 상아로 만든 공 모양의 장신구로 구경 11.7cm의 공 내부에 17개의 얇은 공들이 들어가 있는 형태로, 한 가문에서 3대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용도는 왕실 왕자의 장난감…)




청나라 시기에는 서양과의 교류를 통해 전통적인 중국의 묘사 방법과 함께 서양의 방식들이 함께 사용되며 다른 시기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의 예술품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때 만들어진 도자기나 장신구들이 다시 유럽 쪽으로 수출되기도 하였습니다.

대만고궁박물원에는 이외에도 청동기 시기 등 당나라 시기 이전의 다양한 유물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으며, 고대부터 청나라 말기까지의 다양한 유물들을 한 공간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60만 여점이 넘는 전시물들을 모두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세계 4대 박물관(?)으로 불리며 대만 타이베이의 4대 명소로 손꼽히는 ‘대만고궁박물원’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대만에 방문하여 중국 본토의 다양한 역사와 시대 흐름이 나타나 있는 유물들을 대만고궁박물원에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 대만고궁박물원(National Palace Museum of the Republic of China)
– No. 221, Sec 2, Zhi Shan Rd, Shili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1
– 대만 철도 MRT 단수이신이선 ‘스린 역’에서 버스(홍 30)로 환승
– 오전 09시 ~ 오후 17시 (매주 월요일 휴무)

2. 학교에서 시청, 시청에서 미술관으로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

한국과 마찬가지로 20세기 초 일본제국의 식민지 지배를 위해 대만에 설치되었던 ‘대만총독부’에서는 대만의 도시화와 근대화를 위해 각종 기반 시설들을 총독부 주도로 세우게 됩니다. 이 당시 세워진 건축물들은 앞서 소개한 고궁박물원이나 중정기념당과 같은 형식과 달리, 르네상스 양식이나 후기 고전주의 양식과 같은 유럽의 건축 양식을 대거 수렴한 ‘절충식’ 또는‘의양풍건축’의 양식들이 나타납니다. ‘대만 건축 탐방기 : 근대 건축 – 중’에서 소개 드린 ‘시먼 홍러우’나 대만의 청와대로 불리는 ‘대만 총통부’ 등 현재 대만 타이베이에 남아 있는 근대 시기의 건축물의 상당수가 절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 드리는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 또한 20세기 초 절충식으로 지어진 대만의 근대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은 타이베이 현대 미술관(MoCA Taipei)라고도 불리며, 좌우 대칭의 디자인과 함께 붉은 벽돌로 되어 있는 외관이 인상적인 건축물입니다.
건물의 지붕 중심에 있는 ‘큐폴라(cupola)’를 기준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중심에서 외부로 뻗어 돌출되어 있는 현관인 ‘포치(porch)’가 형성, 포치와 2층의 입면에서는 로마식 기둥인 ‘코린트식 기둥’과 ‘터스칸식 기둥’이 묘사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유럽 후기 고전주의 양식의 영향을 받은 흔적으로,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르네상스 양식과 이로부터 영향을 받은 고전주의(후기)가 일본의 근대화와 함께 전달되며 19세기 20세기의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양식들이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전달되었던 건축 양식들이 일본에서 토착화가 되며 일본의 목조 건축 양식과 결합이 되며 ‘절충식’ 혹은 ‘의양풍건축’의새로운 양식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외관 및 내부는 벽돌의 조적식이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지지만, 지붕은 목조 및 기와로 만들어지는 형태를 가집니다.

이러한 양식들이 일제의 식민지 시절 한국과 대만 등지에 새롭게 들어서는 건축물에 적용되며 나타나게 됩니다. 한국에는 대표적으로 부산의 ‘임시정부청사(동아대학교 석당 박물관)’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은 일제의 통치가 한창이던 1921년 대만총독부 건축부 소속 건축가 ‘곤도 주로’가 설계한 작품으로 곤도 주로는 앞전에 소개 드린 ‘시먼 홍러우’를 포함, ‘국립대만대학병원’, ‘대만 총독부 관저 도서관’ 등 식민지 시절 타이베이의 핵심적인 건축물들을 설계한 인물입니다.



1921년 처음 설립되었을 때에는 ‘건성 초등학교’로 사용되었고, 1945년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이전하며 학교에서 타이베이 시청사로 1994년까지 사용되게 됩니다. 1996년 국가유적으로 등록된 이후 남쪽의 본관은 미술관으로, 다른 분관들은 건성 중학교의 건물로 현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학교로 설립되어 시청사로 사용되다가 미술관과 학교 건물로 용도가 바뀌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의 우측과 좌측의 현관 또한 돌출되어 포치가 형성되어 있으며, 정면의 현관과 마찬가지 로마의 코린트식 기둥이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건물의 외벽을 살펴보면 창문 아래에 정사각형의 작은 구멍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2층 바닥의 보를 끼우는 구멍으로 내부 구조물을 벽체에 고정시키는 것과 동시에 벽체 내부의 습기나 공기를 외기로 뺄 수 있는 숨구멍의 역할을 합니다. 현대의 ‘DA(Dry Area)’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붉은 벽돌과 대비되고 있는 하얀색의 창문은 목재로 만들어져 있으며, 현대의 창문과 달리 ‘위로 들어 올리는 식’으로 되어 있는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이외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 기단, 그 위에 쌓여 올라가고 있는 붉은 벽돌 그리고 상부 아치형으로 길게 뚫려 있는 하얀 창문까지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근대 시기의 전형적인 형태와 함께 후기 고전주의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한껏 느껴 볼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의 역사와 함께 현재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을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 (MoCA Taipei)
– No. 39, Chang’an W Rd, Dato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3
– MRT 단수이-신이(R Line) 중산역에서 도보 5분
– 오전 10시 ~ 오후 18시 (매주 월요일 휴무)

OUTRO

타이베이의 4대 명소이자 대만 근대 건축을 대표하는 양탁성의 고궁박물원, 대만 타이베이의 다양한 변천사를 함께 겪은 타이베이 당대 예술관까지 대만의 근대 건축물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로써 ‘대만 건축 탐방기 : 근대 건축 편’을 통해 6개의 건축물들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역사의 흐름을 가지고 있지만, 해방 이후에는 한국과 다른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건축을 통해 건축은 역사를 담아내고, 이를 정말 다양한 방법과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마지막 시리즈 ‘대만 현대 건축’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