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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건축 탐방기 ③ 대만 근대 건축 편 – 중

INTRO

중국 본토에서부터 약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대만은 민족적으로나 문화적, 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으나, 대만 자체의 역사는 1912년에 건국된 이후 약 1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한국이나 중국, 일본과 같이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고건축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때문에, 현재 대만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건축물들은 대다수 일본에 의해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입니다.

이번 탐방기는 대만의 근대 시기(19세기~20세기)에 지어진 건축물들을 함께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 본 탐방기는 날짜의 순서와 관계없이 여행 중, 마주친 대만의 건축물들을 분류에 따라 소개 드립니다.

1. 대만 최초 극장의 재탄생, ‘시먼 홍러우

시먼 홍러우의 모습

대만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시먼, 타이베이 도시철도 BL(반난선)라인과 G(송산신점선)라인을 타고 시먼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시먼’의 상징이자 대만 최초의 극장 건물인 시먼 홍러우입니다.

‘시먼의 붉은 건물’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깊은 인상을 주는 붉은 벽돌로 만들어져 있는 ‘시먼 홍러우’는 1908년 일본의 강제 통치기에 일본인 건축가 곤도주로가 설계하여 지어진 건축물로서 대만으로 이주하는 일본인들을 위한 공영시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곤도주로는 동경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건축가로서 일제의 대만 강제 통치 시기에 대만 총독부 소속으로 시먼 홍러우를 포함하여 대만의 학교, 병원, 기차역 등 도시 근대화의 기반을 세운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시먼 홍러우를 포함하여 대만 대학병원이나 대만당대미술관 등의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붉은 색의 벽돌과 함께 정면성이 강한 입면과 좌우 대칭의 평면과 함께 양 옆은 화려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으로, 서구의 르네상스 양식에 여러 스타일을 절충하여 표현한 형태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한국의 근대 건축물도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먼 홍러우는 팔각형의 공간과 십자가 형태의 공간이 결합되어 있는 평면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으로, 팔각형의 공간은 사방에서 사람들이 내부로 들어올 수 있게 하고자 하는 의미로서, 실내 광장의 역할을 위해 이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계획 당시의 도면에는, 팔각형 공간의 중앙이 비어있고, 십자가의 공간 내에는 빽빽하게 상점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외부에서 시먼 홍러우를 살펴보면 붉은 벽돌과 콘크리트 미장 그리고 유리까지 3가지 재료만으로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철근 콘크리트로 구조를 형성하고, 벽돌은 외부 마감재로서만 사용되었지만 창문이나 출입구는 조적식 구조에서 사용하는 아치형으로 디자인하여 르네상스 시기 선호되던 미의 기준을 철근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기술로 재해석하였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0년 전 당시 르네상스 양식의 절충식으로 구성되었던 건축물들만이 가진 독특함이자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100여 년의 오랜 세월이 흐른 시먼 홍러우의 흔적들은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풍화가 되어 버려 여기저기 깎이거나 깨진 벽돌과 개보수를 하며 새롭게 쌓은 벽돌까지 이러한 점이 오래된 근대 건축물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맛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제 통치시기의 시먼 홍러우

1908년 처음 들어선 이후, 1945년 대만의 해방까지 시장으로 쓰이던 시먼 홍러우는 1945년 대만 정부의 문화 정책을 통해 극장 및 문화시설로 증축을 실시하며 대만 최초의 극장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시장의 실내 광장으로 쓰였던 팔각형의 공간은 경극이나 연극 등을 하기 위한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게 되고, 1963년부터는 서양 영화들이 대거 수입, 상영을 하기 시작하며 대만 타이베이 영상, 연극 문화의 중심지가 되게 됩니다.

시먼딩 거리에 즐비해 있는 영화관과 영화 광고판들

시먼 홍러우의 영향으로 시먼에는 많은 영화관과 극장들이 들어서게 되는데, 현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영화관과 극장 때문에 시먼 홍러우가 밀려나 문을 닫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2000년에는 화재까지 발생하며, 파손까지 발생하게 되자, 2008년에 대만 정부 차원에서 복원 사업 및 재개발을 통해 현재의 시먼 홍러우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현재는 복합문화시설로서 내부에는 상점과 극장, 카페, 공방 등이 들어서 있으며, 시먼 홍러우의 과거를 담은 전시장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시먼 홍러우의 야외 광장의 모습

시먼 홍러우의 주변에는 과거 시장으로 쓰였던 광장에서는 실내의 공간들이 문을 닫으면 플리마켓이나 콘서트, 노천 레스토랑 등이 열리며 야간 조명이 켜진 붉은 시먼 홍러우를 배경으로 타이베이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무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 시먼 홍러우 (The Red House)

– No. 10, Chengdu Rd, Wanhua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8

– MRT 반난선(BL Line), 송산신점선(G Line) 시먼역에서

– 오전 11시 ~ 오후 18시

2. 대만 국부를 상징하는 타이베이 4대 명소 중정기념당

중정기념당의 자유광장(중정광장)

중정기념당은 대만 건국 초기의 초대 총통인 장제스(Chiang Kai-shek)’를 기념하기 위해 1975년 장제스의 사망 이후, 1980년 건립된 국가 기념관입니다. 장제스의 본명인 ‘장중정’에서 따온 것으로, 중정기념당이 있는 지역구의 명칭 또한 이곳 중정기념당에서 유래가 되었습니다.

대만의 국부라 불리며 대만을 건국한 후, 대만의 초대 총통부터 5대까지 대만을 이끌었던 인물로서, 건국의 과정과 초기 대만의 성장에 많은 업적을 쌓았지만, 장제스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그를 기리고 업적을 나타내기 위해 그 규모가 매우 웅장하고 인상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정기념당 내의 국가희극원. 왼쪽 뒤편에 국가음악청이 있다.

대만 타이베이 MRT의 단수이신이 선(R Line)을 타고 중정기념당 역에 내리면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중정기념당 좌우에 위치한 국가 희극원(국립극장)’국가 음악청입니다. 마치 중국 북경의 자금성을 연상시키는 것과 같은 주황색의 거대한 지붕과 붉은 열주는 매우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중정기념당은 미국의 링컨 기념관에서 착안하여 장제스의 위대함의 현대적인 묘사라는 1976년 대만 정부의 현상공모전을 통해 건설이 되었는데, 근대 대만 건축의 대표적인 인물인 양탁성의 설계사무소의 제안이 채택됩니다. 양탁성은 중국 북경의 자금성과 남경의 ‘중산릉’을 모티브로 하여 설계 계획안을 제출하였고, 그의 계획안에 따라 지어진 중정기념당은 현재의 자금성과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형태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중정기념당의 배치는 전체 배치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좌우가 완전히 똑같은 대칭형 배치이며, 중앙에는 거대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중정기념관 본관)이 들어서며, 수많은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중화권의 궁궐 건축의 양식이 반영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정기념당의 본당 건물

중정기념당의 본당 건물은 3개의 기단과 이중으로 되어 있는 팔각형의 지붕과 정사각형의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본관으로 전체 4층 규모의 바닥에서부터 지붕의 꼭대기까지 총 70m의 높이의 웅장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정면부에서 4층의 본관까지는 총 89개의 계단이 있는데, 이는 장제스가 사망한 당시의 나이가 89세였다는 것을 기리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중정기념당의 본당 내의 모습. 가운데에는 거대한 장제스의 동상이 있다.

본래 미국의 링컨 기념관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건축물로, 중정기념당의 내부에도 링컨 기념관의 링컨 동상처럼 장제스의 동상이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장제스의 동상은 중국 대륙을 수복하고자 하는 염원으로서 거대한 아치문을 통해 중국 본토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본당의 가운데 앉아 있는 장제스의 동상 위에는 대만 국민당의 심벌이 새겨져 있습니다.

본당을 지나 중정기념당의 배면으로 가면 정면과 똑같이 89개의 계단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배면에서 본당을 바라보면 정면과는 다른 하얗고 밝은 대리석의 본당과 이중의 남색 팔각지붕이 정면에서 바라본 것과 또 다른 인상을 심어줍니다.

중정기념당 본당 내에는 장제스가 생전 사용하였던 차량과 그의 유품과 집무실이 재현되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내부에는 시민들을 위한 크고 작은 전시실과 문화공간이 있어 자유광장에 있는 국가 희극원과 국가 음악청과 함께 역사적, 정치적인 명소 외에도 대만 타이베이 시민들을 위한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정기념당에 대한 TMI

* 양탁성

대만 근대 건축의 대표적인 건축가로서 대만 타이베이의 중정기념당과 함께 고궁박물관, 원산 호텔 등 대만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들을 남겨 ‘Master of Chinese Classic Architecture’이라고 칭합니다.

* 중정기념관 설계공모 사건

양탁성이 참여한 중정기념당의 설계 공모는 현재까지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건으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만 정부는 장제스의 위대함의 현대적인 묘사라는 주제로 공모를 진행하여 많은 건축가들이 현대적인 방향성에 초점을 두고 설계안을 제출하였으나, 양탁성은 주제와 전혀 다른 고전적인 중국 궁궐 양식의 설계안을 제출하였으며, 1인 1개 작품 원칙인 공모에 두 개의 작품을 출품하여 공정성을 흐렸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중정기념당의 현재 배치도

결국은 기존 주제의 방향성과 다른 양탁성의 설계안이 당선되었고, 대만정부와의 무언의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설계 공모에 제출한 도면과 달리 실제 도면은 정반대로 뒤집혔고, 대상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공원은 사라지고, 평평한 잔디밭과 큰 광장만이 남게 되었다는 점에 대한 것도 현재까지 대만 건축계에서는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궁박물관, 국립 국부기념관, 용산사와 함께 대만 타이베이 4대 명소로 손꼽히는 중정기념당. 대만의 웅장한 스케일을 대만의 역사와 함께 살펴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중정기념당 (Chiang Kai-shek Memorial Hall)

– No. 21, Zhongshan S Rd,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0

– MRT 단수이-신이(R Line) 중정기념당 역에서

– 오전 09시 ~ 오후 18시

OUTRO

대만 최초의 공영시장이자 극장 그리고 대만의 국부인 장제스를 기념하는 타이베이의 4대 명소이자 대만 근대 건축을 대표하는 양탁성의 중정기념당까지 대만의 근대 건축물들을 살펴보았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 혼란한 시기를 겪으며 역사의 굴곡이 다양한 만큼, 대만의 근대 건축물들을 살펴보면 그 속에 담겨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대만의 근대 건축 이야기 하편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