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서울역을 가는 길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문화역서울284. 옛스러우면서 이국적인 외관으로 눈에 띄었지만 정작 어떤 곳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항상 궁금했었던 곳. 이번 기회를 통해 문화역서울284의 역사와 공간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 이곳을 지나칠 때 아는 척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문화역서울284 역사
284라는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284는 옛 서울역의 사적 번호이다. 문화역서울284는 새롭게 문화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한 문화역서울과 옛 역사적 가치가 함께 드러나는 상징적인 숫자인 284가 합쳐진 이름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금의 문화역서울284는 과거 1900년에 남대문 정차장으로 시작되었고 1925년 9월 남만주 철도주식회사에서 르네상스식 건축물로 새롭게 신축하며 역사명도 경성역으로 변경되었다. 이후 1947년 경성역은 서울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100년간 운행해오던 서울역은 2004년 신 역사가 완공되면서 역사로서 영업을 마치고 2009년 경성역 초기의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해 2011년에 현재의 문화역서울284로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다.

‘건축과 역사’ 부분 내부 투어 프로그램
문화역서울284홈페이지에서 공간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 ‘건축과 역사’ 부분을 신청해서 들어봤다. 먼저 1층 중앙홀부터 3등 대합실, 1,2등 남자 대합실, 1,2등 여자 대합실, 귀빈실, 역장실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서 국내 최초의 양식당 그릴, 그리고 옆의 소식당 복도를 둘러보며 투어가 마친다.

먼저 중앙홀을 보면 대칭을 이루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층에는 양쪽에 기둥이 6개씩 대칭으로 있었는데 1층 기둥은 르네상스 도리스 양식이고 2층은 이오니아 양식 기둥이다. 이오니아 양식은 도리스 양식보다 약간 더 부드러운 곡선과 장식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둥들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원래라면 대리석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겠지만 당시 비싼 대리석의 가격으로 인해 국내에 많았던 화강암으로 대신한 것 같다고 해석해 주셨다. 이 당시 공사기간은 약 3년 반, 예산은 현재 시세로 했을 때 200억이 넘는 대규모 공사였다는 말을 듣고 정말 놀랐다.



천장에는 가로 8m 세로 8m인 정사각형 형태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이 스테인드글라스의 문양은 3번이나 바뀐 것으로 현재 있는 문양은 우리 전통 강강술래를 형상화해서 디자인한 것이다. 원래 과거 1925년 준공 당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6.25전쟁으로 돔의 일부가 피해를 입으면서 파괴되었다. 이후 전후 복구 과정에서 유리 위에 ‘봉황과 태극 그리고 무궁화’로 채색된 그림이 천장에 그려졌다가 2011년 문화역서울284를 개관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다음으로 본 공간은 3등 대합실이다. 이곳이 과거 일반석 티켓을 사고 열차를 기다리는 대기실이었는데 대합실 중에는 가장 넓은 규모이지만 장식적인 요소는 가장 없었다. 하지만 당시 획기적인 신기술이었던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한 천장을 볼 수 있었는데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이 낯선 건축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음을 한번 생각해 보니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1,2등 대합실은 특실 티켓을 구매한 승객들이 대기하던 곳으로 3등 대합실과 달리 남자와 여자가 기다리는 곳이 달랐다. 1,2등 남자 대합실의 경우 3등 대합실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화려한 문양 조명과 벽 장식이 있었다. 여자 대합실은 더 좁았지만 타일이 아닌 나무 소재로 되어 더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어차피 기차 안에 들어가면 남자와 여자가 섞여 앉게 되는데 대기실은 남녀가 구분되어 있는 것이 모순적인 부분으로 당시 어지러웠던 사회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귀빈실로 가게 되면 이전과는 격이 다른 화려함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당시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고위층들이 이용하던 대기실로 가장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가 많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울은 사람의 눈높이보다 위에 있어 거울을 보는 용도보다는 공간을 더 넓고 웅장하게 보이도록 하는 장식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일로 된 다른 공간과 달리 벽지 마감으로 더 고급스럽게 실내를 마감했고 문에도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해 장식했다. 당시 비쌌던 유리를 실내 장식 요소로 활용한 것을 보면 이 귀빈실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공간에는 이오니아 문양의 서양식 벽난로가 있는데 내부에 내화벽돌이 있는 유일하게 난방이 가능한 공간이다.


외부에서 이 귀빈실로 바로 출입할 수 있는 문이 있었기에 일반 승객들과 거의 마주치지 않고 바로 대기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역장 집무실도 귀빈실 근처에 위치해 바로 귀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면 동선을 신경 써서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당시 국내 최초의 양식당이었던 ‘그릴’이 있다. 그릴은 200명까지도 수용이 가능한 식당으로 금액대가 꽤 있는 고급 식당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인맥을 쌓았다고 한다. 참고로 이곳에도 벽난로가 있는데 이곳의 벽난로는 그저 장식용이다.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소식당. 이 소식당은 1층 중앙홀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전경이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글을 마무리하며

서울 한가운데 세워진 이국적인 건축물 문화역서울284.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기차역인 만큼 이 장소는 서울의 많은 역사를 함께했다. (문화역서울284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비록 일본에 의해 건설된 역이었지만 서울 교통의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았을 옛 서울역. 더 이상 역사로서 운영하진 않아도 이제는 서울 문화의 장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다. 문화역서울284는 전시/체험/행사 등 다양한 예술 문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문화 경험들을 제공한다. 여러분도 시간이 된다면 기차를 타기 전에 혹은 그냥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와서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가볍게 문화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100년 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공간 속에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및 자료 출처 : 문화역서울284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