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일본 대표 건축가”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누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은 안도 다다오, 혹은 구마 겐고를 말씀하실 텐데요, 같은 국가에서 비슷한 시대에 활동했고, 함께 동경대 교수직을 지냈었지만, 둘의 건축은 너무 다른 느낌이죠.
개인적인 견해로는 안도의 작품은 감탄과 경외를, 구마의 작품은 신비로움과 즐거움을 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구마 겐고의 책 『점·선·면』(안그라픽스,2021)을 바탕으로 그 특유의 경쾌함과 신비로움이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책에서는 점, 선, 면의 요소에 따라서 순서대로 정리해 놓았지만, 저는 구마 겐고는 어디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었는지에 대해 그것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작품에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덧붙이자면 그는 “책을 많이 쓰는 건축가, 일본 전통 건축을 사랑하는 건축가, 정체성이 없는 건축가” 등등 많은 별명이 있지만 제 나름대로 그의 특징을 서술해 본다면, 특이한 재료, 독특한 스케일, 창의적인 기법을 통해 본인만의 방법대로 표현해내는 “신기한 건축가”입니다. 많은 작품에서 물성을 깊게 파악하고 그것을 본인의 리듬으로 재해석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감각적인 부분이기에 예술가적 기질이 강하다는 느낌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 본인의 건축에 대해 짧게 이야기한 부분을 소개해 드린 후에 본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본인의 건축에 대한 묘사

구마 겐고는 미스, 르코르뷔지에와 같은 건축가의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한 콘크리트의 볼륨감을 싫어하기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윗글을 통해서 그 배경과 그가 추구하는 건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얇고 가벼우며 외부와 연결되는 그런 오두막집은 지금 그가 행하는 건축과 매우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겁고 단단하고 에워싸는 콘크리트의 두께감과 볼륨감으로 우리는 안정감과 규모적, 시공적 효율성과 편리함을 얻었지만, 자연풍, 자연광과 같은 외부의 세계와 점점 멀어지는 것에서 그는 어떤 위화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신기술에서

콘크리트 볼륨을 거부하는 그가, 그렇게 지어진 건물을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는 단순히 콘크리트와 철골을 덧댈 수도 있었지만, 합성 섬유 기업의 연구소라는 특징과 신소재인 탄소섬유를 통해 해법을 찾아냅니다. 건물의 용도를 직관적으로 나타내주면서도 필요한 기능을 하는 복합적인 디자인 해법에서 건축의 3요소인 “기능, 구조, 미”가 정확히 표현된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여러분이라면 윗글에서 나타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저라면 납품업체와 싸우고 있거나 비슷한 자재를 만드는 해외 업체를 탐색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겐고는 현지 자재의 불규칙성을 디자인의 한계, 혹은 좌절의 요인이 아닌 불규칙성 자체를 디자인적 요소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수 가공의 불규칙성은 공장의 균일함과 대비되며 자연과 인공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 결과로 밋밋한 체스판 무늬가 되었을 수도 있는 기와 스크린이 한층 알록달록하고, 미묘한 아름다움을 가지는 것처럼요.
예술작품에서

여담이지만, 히로시게의 <아타케 다리에 내리는 소나기> 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도 큰 영향을 준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흐는 이 그림을 유화로 모사하기도 하였고, 라이트는 이 그림을 유독 좋아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위 그림에서 나타난 소나기는 길이도, 방향도, 굵기도 모두 다른 직선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그것은 평면인 그림에 공간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구마 겐고는 길이도, 방향도 굵기도 모두 같은 삼나무 선재로 미술관을 구성하였습니다. 그것은 본문에는 나타나 있진 않지만 제가 감히 그 의도를 생각건대, 겹을 더해주는 선형의 레이어링은 유지하되 건축은 3차원의 예술이니, 같은 요소를 반복해도 우리가 보는 방향과 거리, 빛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옴을 생각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생물에서

겐고는 파빌리온 건축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내부와 외부가 불분명하고,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것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파빌리온은 그의 건축을 보여주기 더 적당한 작업이지요. 방장암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건축 양식인데, 유목민족의 임시 가옥과 비슷한 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랑하며 수레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초소형의 거처이며, 전란, 자연재해, 기근이 잦았던 일본에 특화된 일종의 구명선 같은 가옥 형태입니다. 이런 원초적인 가옥 형태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달라는 의뢰는 정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너무 세련되지도, 너무 구시대의 것과 비슷하지도 않으면서, 실용성과 미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이죠. 여기서 그는 해삼이라는 전혀 건축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아직도 비밀이 풀리지 않은 해삼이라는 동물을 통해 디자인을 해결합니다. 흐물거리면서 동시에 단단하고 커졌다가 줄어드는 것이 자유로운 이 생물은 어쩌면 방장암의 모티브로 더할 나위 없이 적당 한 것 같습니다.
Outro
이렇듯 구마 겐고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지면서 생각을 전환하거나 비슷한 특성을 가진 오브제를 찾아내고, 그 건물에 꼭 필요한 요소를 캐치하여 그것과 잘 들어맞는 재료를 선택하고, 그 재료를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조합하여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건축가 혹은 건축학과 학생이 디자인을 할 때는 주로, 정해진 콘크리트 벽체 혹은 마감 선에 맞추어 입면선을 배치하고, 그 입면은 콘크리트 벽에 뚫린 창호와 개구부에 의해 제한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구마겐고는 볼륨이 가지는 위계보다 건물이 가지는 조화로움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에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설계의 주제, 혹은 메인이 되는 부분에 디자인적 요소를 하나쯤 그려 넣는다면 설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