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디자인의 진수, ‘TIZIO 50’

건축가는 컴퓨터 앞에 항상 앉아 있고, 책상에서 잘 벗어나기 힘든 직업인 만큼
책상을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스탠드’를 항상 쓰게 되는 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세상의 수많은 스탠드들 중에서 일명 ‘캔틸레버 스탠드’로 유명한
리처드 쉐퍼 디자이너의 ‘TIZIO 50 (이하, 티지오)’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

필자의 설계실 책상에 놓여있는 티지오

티지오는 ‘씽크패드’ 노트북의 빨간색 스위치(일명, 빨콩)으로 잘 알려진 ‘리차드 쉐퍼(Richard Sapper)’라는 디자이너의 작품입니다.

리차드 쉐퍼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한 독일의 산업디자이너입니다.
그는 그가 주로 활동했던 당대의 가장 중요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이었고,
작품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혁신’, ‘단순한 형태’, ‘재치’ 와 같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쉐퍼가 Tizio 램프를 만들게 된 계기는 너무나도 멋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본인에게 딱 맞는 작업용 등을 찾지 못해서 만들었던 것이죠.

그는 티지오를 만들었던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I wanted a small head and long arms.
I didn’t want to have to clamp the lamp to the desk because it’s awkward.
And I wanted to be able to move it easily.”

“작은 헤드와 긴 팔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책상에 고정하고 싶지는 않았고요. 그건 좀 불편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쉽게 옮기고 싶었어요.”

그가 했던 말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게 디자인된 이 램프는

2개의 균형추와 묵직한 바디, 그리고 길게 뻗은 3개의 본체부분과 조그마한 헤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굉장히 강한 선과 역동성이 느껴지는 실루엣 (사진 : 조용원)

위의 조그마한 헤드와 아래의 두 막대는 모두 360도 회전하며, 어느 방향으로든 고정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사각형의 그것이 바로 균형추인데, 단순히 박스형태가 아니고 매끈한 곡선으로 구성되어
마치, 회전의 방향으로 호를 그려주는 듯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습니다.

접합부와 스위치 디테일 (사진 : 조용원)

쉐퍼의 시그니쳐인 ‘빨간색 포인트’는 조명부 컨트롤막대에 하나, 각 접점에 하나씩, 그리고 스위치에 하나로 들어가 있습니다.

스위치를 보면 2방향으로 선택 가능하게 되어있는데, 이는 밝기조절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램프 헤드부분

특히 상부를 보면 씽크패드에서 볼 수 있었던 빨콩이 가느다란 막대기 끝에 달려있습니다.
이는 티지오가 할로겐 전구를 쓰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헤드가 매우 뜨겁게 달구어지는데,
이 때도 화상 위험없이 잘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부분이 바로 ‘디자이너의 배려’이죠.

2개의 균형추 덕분에 위의 이미지들처럼 다양한 형태로도 아주 편하게, 큰 힘 들이지 않고 고정해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처럼 가장 길게 높이면 길이가 무려 119cm에 달합니다.

가로로 가장 길게 펼쳤을 때 (사진 : 조용원)

위의 사진처럼 가장 길게 뻗치면 108cm까지도 캔틸레버로 고정됩니다.

(출처 : MoMA 공식홈페이지)

이러한 하이테크의 현대적인 디자인은 1971년, 그 당시로서는 굉장히 기술혁신적이었고,
웰메이드 디자인과 실용적이기까지 한 티지오는 MoMA에 소장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형태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대단한 부분은,
처음 생산될 당시에 티지오는
램프의 조명부분까지 전기를 닿게 하기 위해 전선이 아닌 팔(Arm)을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기술로서는 정말 혁신이었기 때문이죠.

디자인만 봤을 때는, 2022년인 현재 출시되었다고 해도 오히려 트렌디하게 받아들여 질 것만 같습니다.
티지오램프를 사용하면서 옛날제품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오직 ‘할로겐램프’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밖에 없었습니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LED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리차드쉐퍼를 공부하다보면, 비슷한 이름의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가 떠오르는데요.
그 또한 하이테크 건축으로 유명하고, 그의 시그니처 또한 ‘빨간색 구조부’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최근에 여의도에 지어진 ‘더현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이테크 건축과 하이테크 디자인을 한 두 거장은
본인의 기술적인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표현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건축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 뿐만 아니라,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험까지도 아름답게 제안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일이죠.

그러다보니, 건축가는 ‘어떤 재료를 사용할까?’, ‘여기에는 어떤 구조로 극복해야하나?’ 와 같은 질문 말고도
‘무엇이 좋은 디자인인가?’ 와 같이
이용자에게 ‘좋은’ 디자인을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됩니다.

예술가들이 자신이 평소 보고, 느끼는 모든 것에 영감을 얻고 작품으로 이어가듯이
건축가에게도 그러한 경험은 마찬가지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티지오를 사용하면서 제 설계에 캔틸래버 사용하는 빈도가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주변에는 어떠한 멋진 디자인의 가젯들이 있나요?
거장의 공간에서 거장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사용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본 아티클은 LECTUS의 창작활동지원 프로젝트인 렉-크레이션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