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선생님께_21살의 르 코르뷔지에가 쓴 편지

INTRO

여러분들은 “건축학과의 책”하면 어떤 책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건축을 향하여(르 코르뷔지에)”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책에 대해서 들어본 경험 다들 있으실 텐데요.

먼저 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드리자면, 르코르뷔지에가 당시의 건축 상황과 근미래에 대하여 가진 생각들을 단호하고 강직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글로 정리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뒷부분에 있는 부록에 지금 제가 이야기해드리고 자 하는 부분이 숨어있습니다.

285페이지를 펼치면, “르 코르뷔지에가 샤를르 레플라트니에에게 보낸 편지”라는 제목과 함께 “친애하는 선생님께”라는 인사말로 편지는 시작됩니다. 스위스의 작은 도시 라쇼드퐁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던 샤를르 에두아르 쟌느레(르 코르뷔지에의 본명)는 공예학교의 스승님인 샤를 레플라트니에를 만나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 편지는 공예학교를 졸업 후 파리에서 공부하던 그가 21세가 되던 1908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파리에서의 생활

편지는 파리에서의 생활하던 그의 근황과 최근 든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시작합니다. 여기에서 그는 당시의 파리를 마치 High risk-High return의 공간으로 표현합니다. 풍요롭고 배울 것도 많은, 기회의 도시이지만, 그것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은 너무 매력적이어서 스스로를 놓치고 휩쓸린다면, 갈피조차 잡을 수 없는 도시라고 말이죠.

그 안에 있는 힘

졸업 후 스승님과 몇 번의 편지를 주고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 편지는 그가 어떤 큰 결심을 하고 꽤 오랜만에 작성한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스승님에게 파리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 그 과정에서 생긴 신념과 가치관을 매우 당당한 어조로 풀어나갑니다. 그가 말한 개념은 아마 그가 현재까지도 위대한 건축가로 불릴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지 않을까요? 21살에 이렇게 당당하고 확신에 찬 말투로 스승님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낼 수 있는 패기와 안목은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넘어서 어떤 삶을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개념을 삶에 적용하며, 진리와 싸우고 잘못된 것들에 대해 독설을 퍼붓는 것을 즐거워하며 살아가겠다는 그의 말을 읽으면, 그가 건축에 대하여 숙명적인 과업을 가진 투사의 느낌도 들고, 무언가에 대하여 굉장히 분개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Art Nouveau

당시 파리는 아르누보의 예술가들이 활동하던 무대였습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으로, 기하학이나 직선적인 요소보다는 자연을 바탕으로 하여 꽃이나 덩굴에서 찾을 수 있는 장식적인 곡선 요소를 사용하는 예술사조였습니다. 이것은 회화와 조각은 물론 인테리어, 가구, 도예, 금속공예 등 거의 모든 예술 분야에서 유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그는 이것을 독설하고 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르누보 예술가들에게 깊은 고민에 빠진 르 코르뷔지에가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당신은 건축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소.” 정도였다고 하니, 진리와 완벽한 것을 좇는 그에게는 눈앞에 아름다움을 좇는 아르누보의 예술가들이 거짓말쟁이처럼 보였을 것 같습니다.

콘크리트와 미래의 삶 예견

1908년 르 코르뷔지에는 오귀스트 페레의 사무소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데, 이것이 그가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접하는 첫 계기가 됩니다. 당시 페레는 에콜 데 보쟈르(프랑스의 유명 미술학교) 출신의 명망 있는 건축가였습니다. 그렇게 비판적이고, 다른 예술가들을 사조에 휩쓸리는 거짓말쟁이라고 칭하던 르 코르뷔지에도, 페레는 자신의 회초리이며 그는 자신에게 작품과 토론을 통하여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말한다고 할 정도로, 그에게 영감과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이때부터 철근 콘크리트의 가능성을 예견합니다. 현대에 지어지는 건축물 대부분은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합니다. 그는 이때부터 고층화, 고밀화된 도시에 대응하여, 건축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내일의 예술을 향한 우려

르 코르뷔지에는 스승님의 교육관, 동창생들의 현실에 빗대어 당시의 교육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위의 구절을 보면, 큰 식물은 스승, 작은 식물은 제자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스스로 오랜 시간 투쟁하여 학문적 경지를 이루어낸 스승은 자신의 그늘에서 무지와 공허로 가득한 제자를 충분한 시간과 깊이 없이 양성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무너지는 그들을 보며 자신도 슬퍼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대부분의 독자 여러분이 르 코르뷔지에가 이 편지를 썼을 때 그의 나이대와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껏해야 교수님께 카톡으로 하소연하는 정도인데, 스승님과 이렇게 수준 높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장 건축가가 되려면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그가 현대의 건축을 보면 어떤 말을 할까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시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