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공간 속 유니버설디자인 : 제주안전체험관

공중화장실 세면대 높낮이가 본인에게 맞지 않아서 손을 씻을 때 불편했던 기억, 무거운 짐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었던 기억이 다들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아이, 노인, 혹은 지체장애인과 같이 몸을 쓰기 불편한 사람뿐만 아니라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환경을 없애고 편리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디자인을 소개한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은 나이, 성별, 국적, 신체, 질병 등을 불문하고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디자인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던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로부터 개념이 확립되었다. 로널드 메이스는 개념 확립과 함께 유니버설디자인의 7원칙을 설정하였다. 7원칙은 다음과 같다.
<유니버설디자인 7원칙>
1. 공평한 사용: 다양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판매될 수 있는 디자인
2. 사용의 융통성: 폭넓은 개인의 선호도와 능력을 수용하는 디자인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사용자의 경험•지식•언어 등과 관계없이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
4. 인지할 수 있는 정보: 필요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디자인
5. 실수에 대한 관대함: 위험한 상황이나 의도하지 않은 조작에 의한 나쁜 결과를 최소화하는 디자인
6. 적은 신체적 노력: 피로 없이 편안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7. 접근과 사용을 위한 크기와 공간: 사용자의 신체•이동 능력 등에 관계없이 이동•사용할 수 있는 적정 크기와 공간을 제공
유니버설디자인 사례

유니버설디자인은 일상생활 속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계단 이용이 어려운 보행자를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있다. 또한 많은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에 마주하는 서울 지하철 노선도는 색약자도 구분하기 쉽도록 채도 조절이 된 유니버설디자인이다.
해외에서도 다양한 유니버설디자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웃 나라인 일본은 유니버설디자인 강국으로 정부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정책에 도입하고, 건축, 교통, 시설물, 제품 등 사회 전분야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법제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OTT 플랫폼 중 하나인 넷플릭스는 자막 및 음성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통해 시청각 장애인은 미디어를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시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들 또한 미디어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영화관에 도입했다. 일본 영화에 일본어 자막과 일본어 음성 안내를 넣어 상영하는 유니버설 영화는 다양한 장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모두가 함께 모여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주거공간 속 유니버설디자인 – 제주안전체험관

그렇다면 주거공간 내에서는 어떤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을까? 필자는 주거공간에 적용된 유니버설디자인을 알아보기 위해 제주도 애월읍에 위치한 제주안전체험관을 방문했다. 제주안전체험관은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 발생 시 스스로 행동하는 방법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지진•수해 체험, 선박•태풍 체험, 화재•구급 체험과 유니버설디자인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그중 유니버설디자인 체험관을 살펴보았다.
<제주안전체험관>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평화로 1885(어음리 41-4)
운영시간: 화~일 09:00~18: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이용문의: 064-710-4010
*각종 체험을 즐기려면 최소 하루 전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은 필수이다.
주방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관절이 좋지 않은 노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설치된 주방가구의 높이와 행동반경이 맞지 않아 선반을 이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용자의 신체에 맞게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상부 장식장과 싱크대를 이용해 요리 및 설거지를 하는 데에 불편함을 없앤다.
화장실

변기 옆 잡기 쉽고 미끄럽지 않은 소재의 안전 손잡이와 등받이로 인해 누구나 안전하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거울은 손으로 밀면 각도가 조절이 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신체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욕실

샤워 시 서 있기 힘든 경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욕조는 고령자나 휠체어 사용자가 접근하기 쉽도록 측면에 개폐할 수 있는 문이 있다. 내부도 좌식으로 되어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제주안전체험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외에도 주거공간 내 유니버설디자인에는 자동 조절 침대, 단차 없는 현관, 미끄럼 방지 타일 시공 등이 있다.
마무리하며
1980년대 이후 주택의 양적 공급이 늘어났지만 주택의 대량 공급 과정에서 개개인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후천적인 요인의 지체장애인,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신체적 노화를 겪는 사람들이 이러한 주택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주택 개조 및 이사를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니버설디자인 주택이 공급된다면 여러 이유로 신체적 불편을 겪는 사람들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주택을 변경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친척 혹은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에도 큰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국내에는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 법, 보행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 등의 베리어 프리 중심의 법률이 마련되어 있지만 더 넓은 범위인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모두의 편의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이지만, 국내에서는 인식이 부족하다. 베리어프리 이상의 개념으로 확장해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고 관련 법규를 제정해 의무적인 적용과 지속적인 관리가 진행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