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디자인에서의 모더니즘

INTRO

1972년 7월 15일 오후 3시 22분, 모더니즘의 정상이자 주택단지 설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프루이트 아이고철거와 함께 모더니즘이 끝난 순간. 하지만 모더니즘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불씨를 이어받아 온 두 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20세기 중후반 모더니즘을 계승한 디자이너인 ‘디터 람스’는 현대 디자인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한 산업 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모더니즘 이후 포스트 모더니즘이 떠오르던 때인데, 당시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발생하던 난잡함 속에서 그는 모더니즘적 디자인, 시대를 역행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의 명언 ‘Less but better’에서부터 알 수 있듯 그는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등 모더니즘 시기의 거장들에게 영감을 받았고, 그들이 쫓던 이성적이며 본질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렇기에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건조할 정도로 논리적이며 이성적이고, 효율적이며 동시에 본질에 다가선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21세기 모더니즘을 계승한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적 혁신을 일궈낸 거장 디자이너이다. 애플의 모든 디자인은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이어받아 본질에 다가서는 것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 미니멀리즘은 모더니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조너선 아이브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디터 람스를 뽑았으며, 자신의 디자인이 디터 람스의 브라운 제품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기에 조너선 아이브의 애플 디자인 역시 본질에 다가선 디자인을 보인다.

그리고, 이 두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만나보고자 그들이 디자인한 거의 모든 작품들을 직접 접할 수 있는 ‘4560 디자인 하우스’에 방문하였다.

4560 디자인 하우스

4560 디자인 하우스에 처음 들어서면 음료를 주문하고 마실 수 있는 큰 공간이 나온다.

입장료 – 일반 : 12000원, 학생 인증 시 : 10000원 (음료 제공)

(전시 공간에서는 음료 섭취 불가)

첫 전시 공간에는 실제 가정의 집처럼 배치된 디자이너 가구들이 존재한다. 곳곳에 디터 람스의 브라운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좌측에는 60-80년대 브라운의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각자 다른 용도의 제품이 모여있음에도 통일된 듯한 느낌이 든다. 디터 람스가 모든 제품 디자인에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적용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브라운의 헤어드라이어, 믹서기, 벽시계 등 디터 람스의 손길이 닿은 일상 속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심지어 제품들이 전시 된 선반까지 디터 람스의 작품이다.

이곳은 디터 람스의 집무실을 재현한 공간이라고 한다. 흔히들 한 사람의 공간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디터 람스의 ‘Less, but better’라는 디자인 가치관이 확연히 드러나는 심플하면서도 효율적인 가구 배치와 뺄셈의 미학이 나타나는 공간이다.

디터 람스 전시 공간의 일부 모습이다. 디터 람스의 탁월한 컬러감각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자칫 지루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색을 더함으로써 각각의 제품들이 하나의 오브제로 느껴지도록 했다.

다음 공간은 조너선 아이브애플 디자인을 다룬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애플의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각의 제품 하나하나가 당시 업계에 혁명을 불러일으킨 제품들이다.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2000년대 중후반 이후의 애플 제품들이다. 날렵한 곡선과 미니멀하면서 모든 기능을 담는 디자인, 그리고 10년을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어딘가 디터 람스의 디자인과 닮아있는 모습이 보여진다.

초기 애플의 데스크탑 역시 관람할 수 있다.

최근들어 애플에서 컬러풀한 맥을 출시하고 있는데 위 사진 속 맥의 컨셉을 이어가는 듯 하다. 이러한 색상의 적극적인 사용 역시 브라운 전시 공간에서 확인 할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의 제품 디자인과 닮아있다.

조너선 아이브 전시 공간의 일부 모습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애플과 브라운의 디자인의 직접적인 비교를 통해 조너선 아이브가 어떤 방식으로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차용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으며, 동시에 기술의 발전이라는 흐름을 타고 이어져 내려오는 모더니즘적 디자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OUTRO

4560 디자인 하우스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었다. 전시 공간을 돌아다니는 내내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영감이 샘솟는 그런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디터 람스가 모더니즘 시기 근대건축 거장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듯, 디터 람스와 조너선 아이브의 작품들을 보며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 역시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일 거라 확신한다.

또한, 이곳의 대표님께서 직접 도슨트를 자처하며 방문자들에게 각 제품들을 설명해 주시는데, 제품들에 담긴 의미와 여러 일화들, 디터 람스와 조너선 아이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와주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셔서 디터 람스나 다른 디자이너들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대표님의 설명을 통해 4560 디자인 하우스를 즐길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 진정으로 좋은 디자인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4560 디자인 하우스에서 디터 람스와 조너선 아이브, 그리고 그 외의 거장 디자이너들의 작품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들이 지닌 질문에 가장 완벽한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 아티클은 LECTUS의 창작활동지원 프로젝트인 렉-크레이션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