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히 흘러가고 있는 대림멘션의 시간


해운대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면 호텔 숲 사이에 뜬금없이 “대림멘션”이라는 오래된 건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1975년에 준공된 주거시설이라 어느덧 50살이 되어가는 건물이죠.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대림멘션’ (출처 : 네이버 지도)

왼쪽으로 보이는 큰 대로가 해운대 번화가인 “구남로”이고 그 아래로 보이는 백사장,
그리고 파라다이스 호텔 뒷 편 큰 대로가에서 보이는 “대림멘션”

(출처 : 네이버 지도 로드뷰)

해운대 번화가와 바닷길에서 살짝 옆으로 비켜나오면,
멀리서 익숙한 논픽션의 동그란 원이 창문에 자연스레 붙어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번화가에서 넘어오면 이 씬은 볼 수 없습니다. 호텔 쪽에서 걸어와야 볼 수 있어요 🙂 그래서 로드뷰로 대체,,

해운대역에서 내려서 걸어온다면,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이런 파사드를 볼 수 있어요.

겉으로 봤을 땐 되게 오래된 건물이지만 자세히보면 디테일들이 있습니다. (계단 파사드 같은)

사진으로 보이는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매력적인 향이 코 끝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조그마한 빌라식 아파트의 형태였지만,
향의 끝을 따라 도착한 곳엔, 향을 따라온 다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향을 따라서 도착한 곳은 바로 ‘논픽션 해운대 쇼룸’.

요즘 시대에 맞게 손을 논픽션 제품으로 씻으면서 시향은 시작되었습니다.

직원 분의 달콤한 목소리에 이끌려 이런 저런 향에 후각이 아즈라히 멀어져갈 즈음에,
저희의 손에는 모든 종류의 시향지가 들려있었습니다.

2층의 판매도 같이 하는 체험형 쇼룸을 나오면,
4층에 있는 프라이빗한 쇼룸에서는 좀 더 조용하게 향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다른 층의 프라이빗한 쇼룸

따뜻한 조명과 곳곳에 존재감 내는 빈티지 가구들, 조용한 공간에 생기를 주는 식물들과 잔잔한 음악까지
괜히 의자에 한번 앉아보기도 하고, 고요히 침잠하게 되는.

향기로 가득했던 쇼룸에서 나와 해운대 바닷가로 향하려는데
복도 끝에서 문 틈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고,
어느새 그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대림멘션에 위치한 또 다른 공간, ‘갤러리 ERD 부산’.

넓지 않고,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따스한 햇살과 함께
어떤 이의 잔잔한 감상들이 그려진 액자들과 깨진 화분에 그려져있던 앙리마티스의 그림.

의도치 않게 소소한 전시까지 구경할 수 있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큰 기대없이 들어갔던 세월을 품고 있던 건물에서 발견한,
50년 가까이 되어가는 건물임에도 트렌디하게 느껴지게 하는 귀퉁이의 독특한 공간들.

이전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끊기게 되고, 살던 세입자 조차 떠나가던 건물에
하나 둘 들어서는 소소한 공간들이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을 이끌어내고,

개인의 집 조차 소유하는 것이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요즘과 같은 현실에
LCT와 같이 그 끝을 보기 힘든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부산에서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변에 바로 인접한 세월이 흐르다 멈춘 채,
고요히 존재감을 뽐내는 대림멘션.

그리고 사람들의 흔적이 점점 옅어져 가는 오래된 건물들에
작지만 활기찬 사람들의 흐름을 만들어주게 된
이러한 기업들의 브랜딩.

이것이 새로움과 오래됨의 대비가 보여주는 조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하루, 부산 해운대에 방문하게 되면
사람들이 많고 정신없는 번잡한 번화가에서 잠깐만 눈길을 돌려,
자신의 취향인 향을 알아보기도 하고, “대림멘션”의 다시 흘러가는 시간에 잠깐 기대어 보는 건 어떨까요?

“본 아티클은 LECTUS의 창작활동지원 프로젝트인 렉-크레이션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