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면 더 재밌는 ‘문래’이야기

들어가는 말
2호선을 지나갈 때면 어쩐지 항상 귀에 익숙하게 들려왔던 ‘문래역’. “이름이 문래야?” 라며 웃고 넘겼던 장소였는데 직접 방문해 본 문래는 참 신기한 동네였다. 한쪽에는 오래된 철공소들이 쭉 있고 그 중간중간 힙하고 개성 있는 음식점, 카페, 펍들이 함께 있는 거리는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특한 하나의 문화가 되어있었다. 문래는 어떻게 이런 거리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어르신들과 젊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장소 문래에 대해서 소개해 볼까 한다.
문래동 역사
문래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다. 글이 왔다고 해서 문래동이 되었다는 설도 있고 실을 짓는 ‘물레’에서 변형되어 지금의 문래동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문래동은 1930년대 군소 방직공장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이때 방직 회사들이 문래동에 많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두 번째 가설이 더 그럴 듯해 보인다. 과거 철공소들이 밀집되어 한때 철강산업을 주도하던 문래동은 1990년대 말 IMF와 함께 값싼 중국산 부품이 치고 들어오면서 하나 둘 문을 닫는 철공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렇게 쇠퇴하는 듯했던 문래동은 때마침 저렴한 임대료를 찾던 예술가들에게 딱 맞는 장소였고 그렇게 비어버린 철공소에 예술가들이 자리 잡으면서 철과 예술이 함께하는 지금의 문래가 되었다.
문래동 지도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8가길 13-8


2호선 문래역을 기준으로 크게 문래근린공원, 영단주택단지, 문래 철강골목/창작촌 그리고 문래예술종합지원센터가 있다. 이 근방을 다 돌아보는 데에는 1시간 40분 정도 걸리며 거리로는 약 2.5km정도이다.
문래 답사기
문래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문래근린공원을 볼 수 있다.

문래를 상징하는 듯한 물레 조형물이 크게 있었다. 문래근린공원은 1986년에 개장한 공원으로 지금은 운동장, 산책로, 놀이터, 숲 체험장 등을 갖추며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문래근린공원에서 조금만 걷다 보면 금방 문래 창작촌에 도착할 수 있다. 이름에 걸맞게 가는 길에서부터 예술인들의 창작혼을 엿볼 수 있었는데 철공소 사이사이 골목마다 벽에 칠해진 개성있는 페인트 아트들을 보다 보니 왜 이곳을 철과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갤러리 문래 골목 숲길에서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아트필드 갤러리는 원래 3개의 공간으로 되어있었는데 기존 철공소의 벽을 뚫어서 지금의 전시관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과거에는 기계 소리가 들려왔을 이 공간이 현재에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관으로 공간의 기능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내가 갔을 때는 세탁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미디어 아트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무료 전시이니 문래창작촌에 오시게 된다면 한번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밖으로 나가보니 또 이렇게 예쁜 벽화가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이런 작품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되는 것 같다.



카페 ‘토우 토우’ 사장님과 함께한 인터뷰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5길 16 TOUTOU

문래동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던 중 이번에 사장님께서 직접 인테리어를 하시고 새로 개업한 카페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사장님께 왜 많은 장소들 중에서 문래를 선택하셨는지 여쭤보았는데 사장님께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래가 매력적이어서 꼭 여기서 하고 싶었다고 대답해 주셨다. 고개를 돌리면 과거를 또 그 바로 옆에서는 현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고 하셨는데 나도 이 말씀을 듣고 공감할 수 있었다. 낡은 주택들 그리고 철공소들 사이에서 은은히 나는 맛있는 냄새와 사람들 북적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현대화된 가게들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후 사장님께서 인테리어 과정도 친절히 설명해 주셨는데 과거 철공소였던 이 공간은 처음에 기계들로 꽉 차있었고 먼지에, 기름때에 너무 막막하셨다고 한다.


문도 없어서 사장님께서 문 창문, 전기, 배수 설비까지 직접 하셔야 했다고…처음 계획하셨던 인테리어를 포기하시고 차라리 이전의 철공소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셨는데 오히려 지금의 인테리어가 문래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셨다.



문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미닫이문을 사용하여 철공소 느낌을 해치지 않도록 하셨다. 스테인리스 문부터, 철 계단, 콘크리트 벽, 벽돌들까지 다소 차가울 수 있는 마감이지만 여기에 따뜻한 색의 조명과 의자 그리고 나무 재질을 사용해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사장님의 노력이 가득 담긴 인테리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래동만의 분위기를 잘 느끼고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쉬고 싶다면 ‘토우 토우’ 카페를 추천한다.

이외에도 1975년에 개업해 지금까지 이어진 문래 노포맛집 ‘신흥상회’나 철공소를 개조한 수제 맥주집 ‘올드 문래‘ 등 문래를 대표하는 장소들이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래동. 철강 산업이 쇠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잊힐 것 같았던 문래동은 예술가들에 의해 다시 활성화되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일명 ‘핫플’이 되었다. 문래동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이때 문래동만의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 실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문래동의 특색을 잃지 않고 철강 산업 종사자분들과 지역 주민분들 그리고 방문객이 어울려 함께 소통하고 발전할 수 있는 문래동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