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건축학과, 건축학과와 어떻게 다를까?
INTRO
처음 건축학부로 입학하여 2학년이 되기 전, 건축학과, 실내건축학과, 건축공학과 이렇게 3개의 학과 중에서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설계를 하고 싶어 건축학부에 왔기에 건축학과와 실내건축학과를 고민하게 되었는데, 검색을 해봐도 마땅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고, 친한 선배도 없어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곧 전공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면서 계속해서 후배들에게 ‘건축학과와 실내건축학과 차이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같은 고민을 했던 선배로서 선택의 늪에 빠진 학생들을 위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실내건축학과는 건축학과와 달리 4년제 학과로, 공간의 심리적, 미적, 기능적 조건을 극대화하고 사람이 최적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실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탐구하는 학과입니다. 실내 공간을 위주로 다루는 만큼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가구, 조명, 색채 등의 실습수업을 진행합니다.
실내건축학과라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을 하나 손에 꼽으라면 당연히 ‘실내건축학과는 인테리어만 하지 않아요?’입니다.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 저는 항상 전혀 아니라고 답합니다. 설계를 할 때 단순히 주어진 평면에 인테리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사이트 조사, 컨셉 스터디, 매스 스터디 모두 진행하여 건축학과와 같이 아예 새롭게 시작합니다.
여기서는 건축학과와의 차이점이 안 느껴질 수 있지만, 차이점을 묻는다면 실내건축학과는 좀 더 ‘사람과 공간의 관계성’에 집중하여 설계를 한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설계에 있어서 사람이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의 감정, 동선, 생활 모습 등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세부적인 느낌까지 잡아내기 위해 색채, 조명 등의 수업으로 디자인을 파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재학 중인 가천대학교의 건축학과와 실내건축학과를 예로 들자면, 두 학과의 전공 수업 커리큘럼은 차이가 큰 편이고, 같은 이름의 수업이라도 건축학과의 수업과 실내건축학과의 수업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커리큘럼에서도 느껴지듯 건축학과는 건축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구조적인 지식과 조형, 배치 등을 배워간다면 실내건축학과는 디자인적으로 공간 속 요소를 파고 들어가며 배워갑니다.
공통 수업 : 설계, 건축시공, 건축재료와 구법, 건축환경학, 구조 디자인, 건축법과 제도, BIM 설계, 건축계획 행태론 등
건축학과 : 건축구조 시스템, 건축 조형론, 단지계획, 건축설비, 도시디자인, 건축사 등
실내건축학과 : 색채 디자인, 가구 디자인, 실내계획론, 조명 디자인, 스페이스 마케팅, 디스플레이 등

설계 수업 주제에서도 차이가 도드라지는 편입니다. 건축학과에서는 공유주택, 도서관, 주민센터, 단지계획, 공공성 등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실내건축학과에서는 단독주택, 브랜드 쇼룸, 카페, 복합문화공간 등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실내건축학과도 건축학과와 같이 사이트 선정부터 완전히 새롭게 시작합니다. 공간의 규모에도 제한을 두진 않지만, 실내건축학과에선 화장실까지도 컨셉에 맞춰 디자인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디자인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선정하는 공간의 규모가 건축학과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입니다.

실내건축학과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디자인 스튜디오 ‘어제는 지루했다’를 운영하고 계신 가천대학교 실내건축학과 최준용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제는 지루했다’라는 회사의 공동대표 최준용입니다. 저희는 공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희 회사 이름이 조금 특이한데, 뭔가 깊은 뜻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문자 그대로 ‘어제는 지루했다’라는 뜻인데, ‘오늘도 생각해보면 어제는 지루했다’,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전공자로서 ‘실내 건축’이라는 직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제가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라는 것이 가진 힘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그저 편의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되게 많은데, 저희는 누군가의 추억을 조금 더 멋지게 담아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디자인을 합니다. 조금만 더 공간이라는 것을 진중하게 대한다면 어느 순간 내가 설계하고 디자인한 공간에 나만의 힘이 깃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하신 선배님으로서, 그리고 실내건축학과 교수님으로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 중 직무에 가장 도움이 된 점은 어떤 점인가요?
처음에는 사실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쓸모있는 것은 딱히 없다고 느꼈는데, 최근에 느낀 것 중 하나는 내가 어느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그 지점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이런 말도 있잖아요, 내 한계를 믿지 않겠다. 저는 그 전공에 대한 열정 같은 것을 학교에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학교에서 배운 것 중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실내건축학과’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일단 전 학교 다닐 때도 실내건축학과는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곳만의 강점을 생각해본다면 반전의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만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논리적이어야 하지만 감수성이 풍부해야 하고, 또 되게 똑똑해야 할 것 같지만 때로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생각이 굉장히 많아야 할 것 같지만 상상 속에서 사는, 동화 같은 친구의 마음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런 게 실내 건축의 매력 같습니다. 저희는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인,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실내건축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너무 현실의 안에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고민의 영역이 현실 안에 존재하는 무엇이라기보다는 지금 학생 때에는 나만의 세계를 찾아 나아가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세계관에 갇혀서 여러 가지 자기만의 상상에 빠져서 사는 것, 그게 저는 학생 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막상 졸업하고 나면, 그게 예전에는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노력해도 되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들을 절대 후회하지 말고, 그건 절대 나쁘고 어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고, 결국 제 나이쯤 되면 그 시간들이 언젠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런 순간처럼 ‘도대체 나라는 디자이너를 이 세상에 무엇이라고 정의해야 하는가?’ 라는 순간이 왔을 때 아마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OUTRO
전공 선택으로 한창 고민할 때, 실내 건축은 어차피 건축 안에 속한 분야이니 차라리 건축학과를 전공하고 후에 진로를 실내 건축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 방향과 설계 프로젝트 주제에서부터 차이가 있으므로 후에 취업할 때 포트폴리오를 제출할 때에도 방향성에 차이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두 전공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면, 본인의 학교에서 두 학과의 전공 수업 커리큘럼을 비교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학교마다 작품 아카이빙 사이트나 SNS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진로에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