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김근태기념도서관 답사기
서울시에서는 매년 서울 건축문화제를 주최하며 서울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한 건축물에 건축상을 수여하고 있다. 2022년에 제40회를 맞이한 ‘서울특별시 건축상’의 대상은 신길중학교, 최우수상은 김근태기념도서관, 강감찬 도시농업센터, 퀸마마 빌리지가 수상했다. 이번에는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건축물 중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라키비움형 도서관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김근태기념도서관을 방문해보고자 한다.
김근태기념도서관 소개
위치: 서울시 도봉구 도봉산길 14
운영 시간: 평일(9:00~20:00), 주말(9:00~17:00), 매주 월요일 및 법정 공휴일 휴관

도봉산과 북한산, 수락산 등 산으로 둘러싸인 위치에 있는 김근태기념도서관은 1호선 도봉산역에서 내려 약 10분 정도 걷다 보면 도착할 수 있다. 등산로로 가기 직전 각종 음식점과 카페가 즐비한 거리에서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위 건물이 바로 김근태기념도서관이다.

김근태기념도서관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운 고 김근태 선생을 기리는 공간이면서 도서관, 기록관, 전시관 세 가지의 기능을 융합적으로 수행하는 라키비움형 도서관이다.
라키비움(Larchieveum)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 전시관(Museum)의 영어 합성어로, 세 가지 기능을 모두 가진 복합 문화 공간을 의미한다. 책을 읽는 것, 전시물을 감상하는 것, 소장품들을 모아 놓는 것, 이 세 가지는 무엇인가를 감상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감상하는 방식이나 대상에서 분명히 차이점이 존재하기에, 건축물을 방문하기 전, 어떤 식으로 조화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을까 궁금증이 들었다.

위 사진과 같이 김근태기념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공간이 이루어져 있었으며 크게 도서 공간인 생각곳과 기록물과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있는 기억곳으로 나누어져 있었기에 더욱 궁금증이 커졌다.
정해져 있지 않은 공간
도서관을 둘러보며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라키비움형 도서관의 특징은 도서관이 전시관 같고 기록관이 전시관 같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어느 곳에서나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먼저, 도서관 1층에서 생각곳으로 불리는 도서 공간으로 가는 통로에서 전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잠잘 땅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전시였는데, 본 건물의 바닥 곳곳에 면적을 표시해놓으며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다.

위 사진은 왼쪽에서부터 1층 통로 공간, 2층 도서 공간, 전시 공간인 생각곳인데 사진과 같이 장소에 상관없이 전시를 위한 공간만 있다면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도서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을 때 바로 보이는 공간에서도 체험형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도서를 보는 비교적 조용한 공간에서 헤드셋으로 감상하는 전시는 또 다른 전시관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계단에는 사진, 드로잉 공모전 당선작품이, 통로 구간에는 곳곳에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의 기능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여 용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공간에서나 전시물을 보고 감상하며, 어떤 것을 감상하느냐에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 라키비움형 도서관이 가지는 특징이라고 느껴졌다.

2층에 있는 다목적공간인 공간 마루도 정해져 있지 않은 공간 중 하나이다.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가벽을 세우거나, 밀어서 넣을 수 있는 구조를 이용하여 전시, 공연, 강연 등 사용 목적에 따라 공간을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위 사진과 같이 천장에 레일이 있어서 공간의 분리가 필요할 때는 오른쪽 사진에 있는 가벽을 이동시켜 사용하고, 대공간이 필요할 때는 벽을 위 사진처럼 넣어두고 대공간으로 사용 가능한 곳이다. 어떤 공간에서든지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부에 있으나, 외부에 있는 것 같은 공간
중정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공간으로 건물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 1층에서는 폴딩도어를 통해 중정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2, 3층에서는 창문이 많아서 쉽게 중정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건물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건물 내부에 있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외부의 풍경을 보게 되어 내부에 있지만, 외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기록관에서는 계단으로 올라갈 때 시선이 닿는 공간에 크게 뚫려 있는 창문도 인상적이었다. 전시를 보고 올라가려고 했을 때 고개를 돌리며 자연스럽게 시선이 닿는 위치에서 바깥의 풍경, 파란 하늘이 보이니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산뜻하게 환기된 기분으로 다음 전시를 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이름을 딴 도서관으로써 김근태라는 인물은 본 건축물에서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해당 건축물은 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 건축물로써, 인물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들 것 같다.

그러한 궁금증은 이 건물을 설계한 홍규선 건축가님의 ‘공간의 기록’ 인터뷰에서 도서관 건축 설계 과정에서 김근태라는 인물이 어떻게 구현되었을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아래는 김근태기념도서관에서 진행한 인터뷰 중 한 부분이다.
’저는 이 건물 자체라고 생각해요. 김근태 전 의장님이 민주화가 되지 않았던 나라에서 민주화라는 시스템이 스스로 돌아가는 체계로 만들고자 했던 노력을 건축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또, 대지와 건축이 서로 소통하고 조율하는 관계를 녹여냈습니다. 자서전, 유족들을 만나 뵈면서 느껴지는 김근태 전 의장님의 인간적인 모습들, 그리고 밖에서는 투사적인 이미지였지만 가족들에게는 따뜻하고 포용하는 모습들이 대지와 건물이 소통하며 자기의 공간을 시민들에게 내어주고 열어주는 개념으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본 건물을 답사하면서 직선이 많은 공간에서 오는 깨끗하고, 올곧은 느낌과 어느 공간에 있어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나무 마감재가 주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으로부터 건축물이 김근태 의장님을 표현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 김근태 선생의 평전이나 관련 책, 기사 등을 읽어봤을 때, 사람들이 기억하는 고 김근태 선생은 ‘올곧으면서 다정한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 문장이 잘 녹아든 건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설계를 통해 의도된 바를 실제로 느낄 수 있어서 조금은 신기하기도 했다.
OUTRO

해당 공간을 방문한 후, 김근태기념도서관은 언제나, 누구나 방문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층에는 큰 글씨 도서와 어린이 열람실이 있고 2, 3층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추위가 물러서고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김근태기념도서관을 방문해서 책을 읽기도 하고, 전시를 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