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감을 느끼다
사람들은 감각에 의해 살아간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오감으로 나뉘며 즐거움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그중 필자는 시각의 즐거움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색채심리’라는 언어가 만들어질 만큼 색깔, 즉 시각의 자극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각자가 좋아하는 색깔이 있고 많이 입는 옷이 있고 ‘퍼스널 컬러’ 또한 요즈음 유행하는 것 중 하나이다. 어떤 색은 활기를 주고, 어떤 색은 식욕을 돋우고, 어떤 색은 마음에 안정을 주는 등 사람에게 여러모로 영향을 많이 미친다.
색깔의 심리학
빨간색: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고 긴박감 위험을 전달/사랑과 혐오를 동시에 상징/역동적이고 매혹적
노란색: 눈을 빠르게 지치게 함/모순의 색 – 선과 악, 낙관주의와 시기심, 이해와 배반을 모두 나타내기 때문
초록색: 성장 및 재생의 색이며 건강, 자연, 상쾌함 및 평화와 관련/짙은 초록색은 돈, 경제 및 부르주아의 상징
파란색: 조화, 충실함 및 동정/영적인 면과 환상에 깊게 연결된 색
검은색: 우아함, 은밀함, 신비함 등 힘과 관련/죽음의 종말을 상징
흰색: 무죄와 순결/새로운 시작/평화, 치유 및 평온함/의류의 흰색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
일상에서 이런 색들은 어떻게 사용이 될까? 라는 의문점이 생겼다. 그래서 컬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마일드 알드리지의 사진전을 살펴볼 것이다.
컬러의 제왕_마일드 알드리지

강렬하고 압도적인 색감의 사진으로 잘 알려진 마일즈 알드리지는 패션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0~70년대 흑백 영화부터 팝 문화, 여러 미술사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정교하게 연출된 미장센을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색은 잠재의식에서 작용하는 추상적인 언어다. 나는 어두운 생각들을 행복한 색깔들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일드 알드리지: 컬러 픽쳐스

컬러 픽쳐스는 서울 서초구 소재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마일즈 알드리지 사진전이다.
마일즈 알드리지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컬러’와 ‘영화’를 주제로 기획된 전시이고 여덟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눈에 매혹되는 강렬한 색채, 영화적 미장센으로 완성한 초현실적인 분위기, 레트로의 정석(빈티지한 패션과 인테리어), 아시아 최초 최대 규모 마일즈 알드리지 개인전, 한국 전시 기념 한정판 아트 포스터를 View Point로 소개하고 있다.
Section 1. Drama



사람을 흥분시키는 색으로, 마케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색상 중 하나이다. 섹션1에 들어가는 순간 헉하며 숨이 막힌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괜찮아지고 적응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빨간색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적 자극을 나타내듯이 사진은 대부분 밝은 색 배경에서 무표정의 여성들 또는 화난 표정의 여성들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진의 배경이나 옷 등에 강렬한 색을 사용해 빨간색 배경에 묻히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다.
Section 2. Heroine


마일즈 알드리지의 사진 속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은 대부분 어머니를 오마주한 여성상이며, 어머니로서의 여성에 대한 찬사와 경외를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사진으로 풀어낸다.
“나의 사진을 보면서 아름다우면서도 불안하다고 느끼길 바란다.”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을 것이다. 열정, 탁월함, 평온 등등.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라는 이미지와 흰색 배경은 잘 어우러지지만 사진 속의 여성들은 무표정으로 있다. 아름다우며 주체적인 모습으로 묘사된 것이라 하지만 어머니의 고단함을 나타낸 것인가 싶기도 하다.
Section 3. Thriller


컬러의 제왕이라는 수식어에 알맞게 비비드한 톤뿐만 아니라 어두운 톤도 특유의 미스테리한 느낌으로 표현해낸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모델의 풍부한 표정이 돋보이고 서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대체로 어두운 조명과 어두운 톤의 사진들이 걸려있고 중간중간에 어두운 곳과 대비되는 흰색 천으로 시야를 가림으로써 긴장감을 자아낸다.
Section 4. G-rated




밝고 다채로운 배경은 집을 화사하게 만들어주지만, 주위의 환경이 밝은색일 때, 인체의 기관이 근육을 많이 쓰는 일에 알맞도록 조절이 되고 오히려 정신적 활동에서는 밝은 빛에 방해받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러한 배경에 있는 모델의 무심한 표정은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Section 5. Fantasy


위에 써 놓았듯이 파란색은 영적인 면과 환상에 깊게 연결된 색인데 우연인지 의도인지, 판타지 사진들 속에 대표적인 사진들에 대부분 파란색이 많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Section 6. Teen

하이틴 특유의 감성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진한 색깔들의 옷, 나팔바지, 상·하의 청색 패션(일명 ‘청청’ 패션) 등 옛날의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형광 빛과 통통 튀는 색감들로 잘 살려서 잠시나마 사람들을 레트로 감성에 젖어 들게 만든다.


다른 곳에 비해 이곳은 색감을 좀 더 따뜻한 톤이라 그런지 형광빛이 있음에도 시각에 편안함이 있다. 이러한 따뜻함과 편안함은 레트로한 하이틴 시절을 연상시키며 롤러스케이트를 타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와 노래가 흘러나온다.


밝은 배경과 사진에는 약하게 나오는 형광 네온을, 어두운 배경과 사진에는 강하게 나오는 형광 네온을 두고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Section 7. Documentary


마일즈 알드리지는 자신을 포함한 모델, 건축가 예술가, 영화감독 등을 사진에 담으면서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함께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Section 8. R-rated
마일즈 특유의 몽환적이고 정교한 연출을 잘 느낄 수 있으며, 고전미 가득한 그리스 신화 속 여신상부터 풍자와 해학의 대부 마우리치오 카탈란과 콜라보한 작품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속 진한 색감과 화장으로는 정열적인 느낌을 냈고, 순수/순결함을 나타내는 대표색인 흰색 배경과 화장하지 않은 사진은 여성 그 자체를 알게 해줬다.
마치며
‘마일즈 알드리지: 컬러 픽쳐스’는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항상 무채색의 옷만 입고, 비슷한 인테리어, 비슷한 공간, 비슷한 일만 하던 필자에게 간만에 간 전시관이었고 오랜만에 보는 강렬한 색채에 잠시 놀라있었다.
강렬한 색채 속에서 보이는 추억들이 있고 쏟아져 나오는 감정들이 있으며 감탄 또한 있다. 여러 주제 속에서(특히, 섹션 2, 4, 6) 많은 생각을 하며 사진들을 지나치고, 다시 돌아와서 보길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전시를 보면 다른 사람들도 추억을 회상하게 되고 감성에 젖어 들게 되는 섹션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이곳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시각의 즐거움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