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월간 문화생활
다들 지난 한 달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친구나 가족을 만날 때 늘 비슷한 패턴이 지겹지는 않으신가요? 때로는 새로운 자극을 원하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매번 새로운 컨텐츠를 찾기에는 금전이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여러분을 위해 이번 달에도 부산시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알려 주는 캘린더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부산시 월간 문화생활 캘린더



부산시 월간 공연 [클릭]
부산시 월간 전시 [클릭]
더 많은 정보는 링크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저렴하고 좋은 공연과 전시를 했었나‘ 싶을 정도의 스케줄이 꽉꽉 차 있으니, 여러분이 한층 더 문화와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렉크 유정의 문화생활
이번 달엔 컨텐츠 제작자로서 어떤 문화생활을 즐기고 왔는지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이번엔 특별히 렉크 A팀과 함께 ’부산현대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미술관 바로 옆이 을숙도 공원이기 때문에 가는 길에 강과 드넓은 들판이 보이지만, 보기와 다르게 전면이 큰길가기 때문에 접근은 용이했습니다. (단, 대중교통은 한정적임.)

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건축물 외벽을 둘러싼 수직 정원으로, ’패트릭 블랑‘의 작품인데요. 건축적 이슈로 인해 외관을 덮는 용도로 시작된 전시라고 볼 수도 있지만, 18년도부터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입니다.
현재는 겨울이라 채도가 많이 죽은 상태이지만, 여름에 오면 더 산뜻한 기운을 받을 수 있을 듯싶습니다. 존재만으로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는 식물들. 멋진 작품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의 뒤로는 이렇게 을숙도 공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공원은 미술관의 수직 정원에서 연결되어 또 하나의 작품처럼 보임은 물론, 주민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저는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산책을 위해서라도 꼭 현대미술관에 한 번 정도 들려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팀원 집결이 늦어지는 바람에 같은 A팀인 렉크 규태님과 함께 공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요. 사람이 많진 않지만, 한적한 분위기와 거기서 살아 숨 쉬는 생명들. 그리고 중간중간 위치한 조각품들이 저희의 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강을 향해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도, 혼자 사색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니 여러분도 꼭 한 번,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산책을 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저희가 관람한 전시(실외 전시 제외)는 총 두 종이지만, 그중 하나인 포스트모던 어린이를 소개하겠습니다. 사실 처음 목표는 현재 미술관에서 하는 모든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었으나 모든 전시의 규모가 매우 크고 그만큼 아주 알차서 하나만 보기에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두 가지만 보게 되었습니다.

<포스트모던 어린이>는 현재 지하 1층에서 전시 중입니다.
이 전시는 처음 접했을 때부터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키치한 스타일의 포스터와 굉장히 기이한 느낌을 주는 ’포스트모던 어린이‘라는 제목 때문에 너무 보고 싶었던 전시였습니다. 제가 이끌렸던 포스터 디자인이 떠오르는 그런 색깔이 입구에서부터 강렬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키치. 느낌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정확한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속악한 것, 가짜 또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등을 뜻하는 미술 용어‘(문학비평용어사전) 또는 저속한 작품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키치하다고 하면 정돈되지 않은 듯한, 원색의 정보가 무수히 쏟아지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위에 첨부된 이미지를 통해 <포스트모던 어린이>가 표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보편타당 지식을 해체하고 다양한 존재와의 화합을 이뤄가는 복잡한 과정‘을 키치한 디자인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전시를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선,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쳐선 안 됩니다. 벽면에 작게 그려진 그림과 작게 적힌 글씨, 작게 설치된 작품이 전체 관람 포인트가 되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림에 적힌 문구나 전시 설명을 읽어 보았을 때, 마치 이 전시는 ’보편타당의 틀, 규칙을 깨 보자!‘라는 포부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재밌는 것은 이 그림을 본 다음. 전시장에 진입한 직후에 마주하는 광경입니다.


방금까진 틀을 깨부숴 보자고 말하던 전시는 정형화된 ’길‘을 제시합니다.
마치 따르라고 무언의 협박을 하듯 “계단이 있어요“ 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요.

그리고 저는 이런 제시된 길 사이에서 시선이 통하는 곳을 보았습니다. 자유롭게 교차하고, 원할 때는 계단을 내려가 길을 벗어나고. 어떤 때는 원치 않게 벽에 가로막혀 너머를 보지 못하지만, 다시 시야가 확 트이기도 합니다. 이런 막힘과 뚫림의 조화라든지, 벽을 통한 공간 분리 및 동선 유도는 건축학과인 사람들이 공간을 구성할 때 주로 염두에 두는 것인데요. 이 부분은 왜 이런 모양으로 길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면 재미가 두 배가 됩니다.

안태원 작가
OOO 작가
엑스칼리버 팀
토담 작가
이 전시를 보고 느낀 것은 정말 표현과 담아내는 것엔 한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시에서 인터넷에서 한 번 정도는 봤을 법한 고양이의 얼굴이 보인다든가, 인스타에서 활동하는 네컷만화 작가님의 작품이 보인다든가, 심지어는 엉성한 3D 영상과 함께 NFT 등을 설명하는 묘한 영상도 만날 수 있습니다. 보다 보면 ’이게 대체 뭐지?‘ 싶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주 보편적이거나,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거나. 그럼, 대부분이 다 있다는 것 아닌가, 싶겠죠. 그 말도 틀리진 않았을 것입니다. 보편타당을 깨고 다양한 인간이 공존하게 되더라도 기존의 보편타당을 따르던 인간들은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이 전시는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한데 모아놓은 그 자체라고 생각됩니다.
함께 나누고픈 것이 많지만, 섣불리 다루기에는 심오한 것도 많고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오하기만 해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기만 한 그런 전시가 아니라, 다양한 전시품 덕분에 눈까지 행복한 전시입니다. 영상까지 차근히 둘러보려면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니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서 오래도록 전시를 즐기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사실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당장 나의 능력치를 눈에 띄게 상승시켜 주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너무 바쁜 현대인의 경우 이런 경험을 등한시하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하지만 늘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다 보면 그 모든 것 하나하나가 영감이 되어 언젠가 폭발적인 힘을 줄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한 번 정도는 너무 바쁘고, 지루하고, 다리가 아프더라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온전히 문화생활에 빠져들어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경험한 작품은 결국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