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chitecture & Texture
건축은 무엇인가?
어떤 건축가에게 건축은 이론이다. 어떤 이에게는 공간이다. 어떤이에게는 형태다. 어떤 이에게는 삶을 담는 그릇이거나 시대정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헤르조그 앤 드뫼롱에게 건축은 “건축”이다.이 말은 건축의 현실성과 물질성을 뜻한다. 건축은 콘크리트이고, 유리며, 벽돌이고 나무이다. 그들에게 건축은 형상학이 아니라 물질학이며, 구체적으로는 재료인 것이다.
_건축을 시로 변화시킨 연금술사
건축은 형상학이 아니라 물질학이며, 구체적으로는 재료라는 것, 나는 이 말을 매우 공감한다. 건축은 뼈대가 되는 구조체를 기본으로 공간이 만들어지며, 그 공간을 둘러싼 벽과 외피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실체를 만들어낸다. 좋은 공간을 바탕으로 좋은 외관을 입었을 때 비로소 건축은 예술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 중 구조와 공간, 그리고 외관을 모두 하나로 합쳐주는 접착제인 외장재료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
그 첫 이야기는 벽돌이다. 벽돌하면 가장 먼저 적색 벽돌을 떠올릴 것이다. 벽돌에게 적색이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가진다. 오늘은 적색 벽돌로 이루어진 건물과 그 속에 담겨진 의미들을 알아보자.
붉은 벽돌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

마리오 보타는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로 붉은 벽돌과 원형의 기하학적 구조가 특징인 건축가이다. 그의 건축 철학은 빛과 기하학, 그리고 자연재료 등이 있다. 그 중 자연재료라는 철학을 통해 벽돌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벽돌은 흙이라는 자연재료로부터 만들어지며 내구성 또한 좋기 때문에 벽돌을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그는 미술관, 박물관, 주택 등 수많은 작품들을 내놓았는데 특히 그는 종교건축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에게 많은 의미를 가진다.
“교회 건축은 대지의 집이, 주변 지세, 하늘을 향한 빛과 대화할 수 있어야하며 , 또한 누구에게도 열려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모두를 포용하고 안아줄 수 있으며, 그들의 영혼이 위로받을 수 있고 안식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_마리오 보타: 영혼을 위한 건축
남양성모성지는 짓는 과정에서부터 종교적 건축물에 대한 그의 신념이 담겨 있으며 그가 근간에 실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공들인 프로젝트다. 설계부터 착공 등 공사기간 중 6개월마다 현장을 찾으며 꼼꼼히 체크하고 수정하며 보완하는 작업하며 이곳 남양성모성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글을 시작하며





이 건물을 짓는데 사용된 60만장의 벽돌은 마리오 보타의 시그니처로 멀리서도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알린다. 한 걸음 건물 가까이 다가갔을 땐 그의 세심한 디테일과 웅장함도 느낄 수 있었다. 벽돌은 재료 특성상 사선과 원형의 형태를 만들기 어렵다. 지금의 대성당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벽돌의 2mm 차이가 주는 느낌마저 조절하며 만들어냈다.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은 디테일들이 자글자글하게 모여 커다란 존재가 되어 큰 스트럭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벽돌은 다른 재료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만들어낸다. 밋밋할 수 있는 형태를 벽돌만의 색상과 패턴, 질감을 표현하며 새로운 표정을 만든다. 정교하게 쌓여진 벽돌은 건물에게 묵직함을 더하며 규칙적으로 쌓여진 모습으로 안정감을 준다.
벽돌은 까마득히 먼 옛날부터 사용되어왔다. 큰 석재를 깎거나 다듬어서 사용하는 형태부터 진흙과 짚을 사용해서 태양에 건조시킨 후 벽돌을 제조하는 것까지 시대와 지형 그리고 시간에 흐름을 따라 발전해왔다. 그 결과 벽돌은 현재 건축에서도 빠질 수 없는 재료이며 트렌디한 인테리어 재료로 변형되며 수많은 파생품들을 만들어 내며 발전해왔다. 그렇기에 벽돌은 지나온 과거의 역사부터 현재를 관장하며, 미래를 그려나간다. 그것들은 벽돌에게 그대로 스며들어 히끗히끗 역사성을 보이며 긴 이야기를 가진 건축물에겐 제격이다. 특히 종교건축에선 더더욱 빛을 내는 재료라 생각한다.
마음 속 고심을 담는 것
의뢰를 맡긴 신부는 마리오 보타에게 3가지 요구를 부탁했다. “관리비가 많이 안드는 대성당”과 “빛으로 충만한 공간”, “소리가 좋은 공간”을 요구한 것이다. 이 요구를 들은 마리오 보타는 대성당은 디테일이 생명이니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고심하고 설계한 공간에는 수없이 많은 고민에 흔적들이 남아있다.

남양성모성지에 도착하여 조금만 걷다보면 나오는 풍경이다. 입구에서부터 약 40m 높이의 원통형 타워가 굳건히 서있는 것이 보인다. 원통형 타워는 마리오 보타 건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 끝이 사선으로 잘려있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하고 있으며 그 모습은 남양성모성지 그 어느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원통형 타워는 건축주가 요구한 첫번째 요구를 해결한다. 건물에서 배기구의 기능을 하며 자연 통풍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가 유지되도록 돕는다. 공기가 흘러가는 터널이 되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고, 겨울에는 따듯한 공기를 넣어준다. 실제로 이 원통형 타워는 냉난방 에너지를 약 40%까지 절약하게 해준다.
실제로 마주한 타워의 모습은 너무 강렬하여 성지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대성당을 바라보며 그 곳을 향해 걷게 된다. 마리오 보타는 “타워가 이 장소의 풍경을 바꿀 것이다.” 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 말은 곧 실제가 되었고 타워는 남양성모성지의 전체를 관장하는 초점이 되었다.


대성당 내부에 들어와 예배장의 들어오게 되면 그 중심을 잡고있는 제대를 볼 수 있다. 제대가 위치한 곳은 밖에서 보았던 원통형타워의 안쪽이다. 타워에 지붕은 유리로 되어있어 빛을 그대로 쏟아내는 빛의 타워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곳 바로 아래에 제대가 위치한 것이다. 유리 천장은 하늘을 그대로 보여주는 스크린으로 때로는 구름을, 빛을 보여주며 지나가는 천사를 만나기도 한다. 해의 위치에 따라서 빛의 모양은 시시각각 변해, 어느 순간에는 천사의 날개 모양을 보이며 숭고함을 더한다.




신부님의 두번째 요구인 “빛이 충만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천장에는 빛을 끌어들이기 위한 천창을 정교하게 설계하였다. 천창은 북쪽으로 냈다. 강한 빛이 직접 내리쬐는 것이 아닌 부드러운 빛의 결이 내리쬐어 “빛이 충만한 공간”을 완성했다. 그리고 세번째 요구인 “소리가 좋은 공간”을 위해 트러스 구조를 택하여 소리가 고이지 않고 통과할 수 있게 설계했으며, 흡음재 역할을 하는 목재루버를 아주 섬세하게 만들어냈다.
이 조건들을 해결하는 과정과 그 결과에서 장엄함과 엄숙함, 그리고 빛과 디테일이 만드는 웅장함은 공간의 감동을 만들어내며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그 느낌을 담을 수 없었다. 30m가 넘어가는 대공간에 거대한 지붕 구조체, 그 속에 숨어있는 절묘한 천창과 외부 타워가 내부 공간에서도 완벽히 활용됨으로 외부와 내부가 소통하는 것까지 딱 맞게 어우러져 대성당의 완벽한 공간, 즉 영성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마리오 보타의 흔적

대성당 후면에서 바라본 천장과 두개의 탑 마리오보타가 대성당의 모든 부분을 볼 수 있어, 가장 추천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하늘의 빛을 끌어오는 천창과 건물 피날레를 장식하는 두개의 탑까지 모두 한 눈에 볼 수 있다.

대성당 후면 모습으로 정확한 대칭성과 놀라운 비례감을 보여준다. 스케일 또한 굉장히 커서 그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하고 군더더기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대성당 후면부 통로 계단으로 직선적인 조형미를 잘 살렸으며 외부를 통하는 계단으로 하늘을 열어 계단에 하늘을 끌어들인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며, 놀라운 비례와 직선으로 그 그림자까지 함께 강조되어 다시 한 번 눈길을 이끈다.
글을 마치며

도달하기 위한 여정
남양성모성지는 병인박해(1866)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순교지이다. 많은 천주교 신자가 순교하여 이곳은 1991년 한국 천주교회의 첫 성모성지로 선포된 곳이다. 성지에 사용된 벽돌들은 그저 그냥 단순한 벽돌들이 아닌 전국 신도들이 간절한 소망들을 담아 벽돌 봉헌을 하여 한장 한장 쌓아올려 정성을 보태서 완성했다. 1866년 병인박해부터 성모성지로 선포된 1991년을 지나 20년간의 봉헌과 10년간의 설계와 공사까지 차근차근 쌓아올려진 시간은 두꺼운 이야기의 역사가 되었고. 남양성모성지가 완성됨과 동시와 두꺼운 역사는 현재와 미래가 함께하며 도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조적”이란 건설용어로 돌이나 벽돌 따위를 쌓는 기술을 뜻한다. 우리가 벽돌하면 떠올릴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쌓여올려서 완성한다 라는 것이다. 벽돌이란 존재는 탄생을 하면서부터 쌓아올려져왔다. 켜켜이 쌓아짐으로 인해 공간이 탄생했고 건물이 생겨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과 장소, 그리고 건물 사이에서 우리의 역사는 만들어져갔고, 그 역사 위에 쌓여져가며 앞으로의 미래를 조적하고있다. 우리는 벽돌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한조각을 조적하며 현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벽돌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여져, 도달하기 위한 여정의 재료다.

“본 아티클은 LECTUS의 창작활동지원 프로젝트인 렉-크레이션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