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서울대 건축학과
feat. 1회 과제전

최근 렉터스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제1회 과제전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프라인 전시는 2023년 3월 9일 목요일부터 3월 11일인 토요일까지 전시가 진행되었고 토요일 오전에 방문하며 과제전의 작품들을 관람하였습니다. 또한 추후에 온라인 전시가 기획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한 굴레 속 건축학과
앞서 전시회를 설명하기에 앞서서 포스터에서부터 재미요소가 보였는데요. 이 하나의 포스터 한 장으로 건축학과를 표현하기엔 매우 적절한 이미지였습니다. 포스터는 펜로즈의 계단의 이미지를 하고 있는데요. 노트북으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패널을 출력하고 모형을 만들고 쪽잠을 자는 모습이 무한히 돌아가는 이미지를 보며 건축학과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는 다른 외부인이 봤을 때 건축학과가 어떤 곳인지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포스터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Q. 과제전의 출발점
A. 이번 제1회 서울대 건축학과 과제전은 1~3학년들이 매 학기 작업했던 작업물들이 학기가 끝날 때마다 누군가에게 공개되지 않고 사라지는 것을 아쉽게 생각해서 학기 중에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냈고 그것이 이번에 처음 시작한 과제전입니다.
또한 이러한 과제전을 통해서 1~3학년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내외적으로는 다른 학년의 학생들의 다른 학년의 작업물을 구경하면서 다른 학년은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고 대비할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과제전이 잘 진행될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이번에 렉서스와 같은 건축 관련 매개체를 통해 홍보를 하여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고 2회, 3회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서울대 건축학과의 교육과정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A. 1학년 때 설계는 매우 당황스러웠는데 제일 처음에 했던 작업은 클린 랜드, 자유의 감옥과 같은 책을 읽고 그 속에 해당되는 구절 혹은 상상으로 표현된 공간을 설계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이런 게 설계인가 의문이 많이 들기도 했지만 나중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1학년 때는 주로 한강공원에 건축을 하는데 이번 전시회에도 보였던 유희, 쉼, 전망에 대한 아이디어를 분절 구조, 형태 지배 구조, 3차원 형태와 연속체 등으로 구분하여 설계하게 됩니다. 2학년 때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배운 후 그라스 호포를 사용하여 형태생성을 하는 설계를 합니다. 3학년 때는 건축공학과 건축학으로 구분되는데 3학년 때부터는 본인의 전공을 살려서 조금 더 실제 건축설계와 가까운 프로젝트를 하게 되고 분반마다 주제가 다릅니다.
또한 3학년 과정에서는 개인적인 설계작품도 진행하지만 분반이 한 팀이 돼서 약 10명 이상이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Q. 2학년 작품중에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한 작품들이 많던데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건축을 배우는 학년이 있나요?
A. 1학년때 전공을 6학점을 이수하게 되는데 건축설계 3학점, 건축과 컴퓨터 3학점을 이수하게 되는데 건축과 컴퓨터라는 과목에서 라이노의 기본지식 및 그래스호퍼를 배우게 됩니다. 1학년때는 학생의 수가 50여명 되기 때문에 분반을 나눠서 설계를 진행하는데 교수님에 따라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툴을 다루는 정도에서만 끝나기도 합니다. 다만 디자인 레포트라고 하여서 학기마다 전공수업에 대한 포토폴리오를 제출해야 하는데 건축과 컴퓨터 과목도 프로젝트를 마감 할 때 포토폴리오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살짝 힘들었습니다.

Q. 제가 모형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질문 드립니다. 학교 내에 모형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나요?
A. 많은 공간들이 구비되어 있는데 출력실, 촬영실을 대부분 사용하며 유독 출력실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데 그 이유는 학교 내에서 패널을 출력할 만한 곳이 마땅히 없고 학교에서 나가는 것이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사진실 외에도 지하 1층에 메이커스 팩토리라는 공간에서 레이저 커팅기나 3D 프린터, CNC 장비 등이 있습니다.
전시회 관람 후기
전시는 앞서 말한 것처럼 1~3학년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학년은 한강의 공간을 스튜디오 별로 주제를 다르게 하여 진행되었습니다. 3가지의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1. 보고 관찰하고 전망하는 공간/스스로 세워지는 공간 (분절 구조-보와 프레임, 트러스)
2. 그늘 아내 낮잠 자는 공간/매달리거나 기대서 만들어지는 공간 (형태 지배 구조-케이블, 아치)
3. 한강에 부유하는 공간/ 떠있거나 확장된 공간 (3차원 형태와 연속체- 단위와 집합, 변위)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그중 관심이 생겼던 작품은 권병진 학생의 연잎 건너기였습니다.


한강의 공간을 수공간으로 확장시킨 방식과 보로도 이 알고리즘을 이용한 형태생성, 패턴에 의한 차양이 마치 아쿠아리움에서 일렁이는 물의 빛이 반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한강이 비록 물속을 쳐다보고 구경할 만한 수공간이 되지는 않지만 연잎을 형상화하면서 우리가 항상 똑같이 바라봤던 한강의 모습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2학년 작품으로 넘어가 보면 분반이 팀이 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와 본인의 이름으로 만든 명패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운데에는 2학년 2분반의 큰 프로젝트 모형이 놓여 있었는데요 아래 보여드리는 이미지는 임종훈 교수님 반의 프로젝트입니다.
(영어로 패널이 제작되어 있어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luis barragan은 평생 집에서 홀로 보내왔고 그곳은 외로운 요새와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루이스 파라간이 가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고 기존의 내부 넓은 정원에 있던 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는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고 나무를 닮은 파빌리온을 통해 대체하려고 했습니다.]




나무를 형상화하고 아이들에게 친화적으로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나무만 자라던 중정이 아니라 가족친화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구축에 대한 주제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 의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중 이 작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부정된 의미, 초연은 예술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며 여기서 색다르게 접근한 점은 연극의 무대를 구성하는 공간에서는 재연의 연극들이 많은데 특이하게 우리나라의 대학로 극장 거리는 초연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고 전 세계에 이러한 공간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평범하게 생각했던 대학로를 다른 방면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아이디어, 작품 등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던 과제전이었습니다. 또한 김정빈 학생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궁금했던 서울대 건축학과 학생들의 삶을 조금 알게 되어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서울대 건축학과 과제전, 졸업전시회와 같은 것들도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