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_전주를 읽다 2편

숲속 호숫가 옆 학산숲속 시집도서관

위치: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2가 산81번지

운영시간: 화~일 책 읽는 시간 이른 아홉시, 책 덮는 시간 늦은 여섯시

학산숲속 시집도서관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를 즐기며 심신을 힐링하는 시 전문 도서관이다. 숲속 풍경과 함께 책을 읽는 상상을 하며 한껏 부푼 마음으로 방문하였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길을 살짝 올라야 하지만 피톤치드를 맡으며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거리이다. 막상 마주하니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울울창창 나무들 사이 도서관은 작은 오두막집을 연상케해준다.

내부에는 큰 통창을 설치해 자연경관을 담을 수 있도록 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원목가구를 배치해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러한 이유로 부지 내 수목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주변 풍경과의 조화를 꿰했다고 한다.

1층은 크게 <고르다>,<다르다>,<반하다>를 주제로 큐레이션이 되어있다. <고르다>는 시를 수확하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이 공간에서는 ‘시 자판기’로 짧은 시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자판기에서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단어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 마음이 담긴 시를 출력해준다.

<다르다>는 세계를 담은 시, 세계 각국의 외국어 원서 시집이 비치되어 있으며 다양한 나라의 외국어 원서 시집을 만나볼 수 있다. <반하다>는 사랑과 이별, 인생, 마음, 그리움과 기다림, 계절 등 마음 가는 대로 시를 골라 읽을 수 있는 주제별 시집이 있는 공간이다.

계단 옆 <만나다>는 김용택 시인 등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저자 친필 사인 시집이 구비되어 있다. 다락방처럼 꾸며진 2층 <선하다>는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시화집이 비치되어 있다. 제일 마음에 와닿았던 공간은 2층 <선하다> 공간이다. 프라이빗하게 꾸며진 공간은 아니었지만 편안함을 가장 잘 느껴지게 해주었다.

‘시’하나의 여유를 마음껏 누리며 필사 체험도 해볼 수 있고, 통창 너머에 호수와 숲을 바라보며 시를 읽으니 홀가분한 마음이 들게 해준다. 이곳에서 할 일은 시집을 꺼내읽는 것 뿐이다. 일상 속 누구나 시와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순간을 선사해 주는 시 특화 도서관이다.

발견의 기쁨, 동문헌책도서관

위치:전북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51 토속휴게실

운영시간:화~일 보물책 찾아 삼만리 09:00~18:00

과거 삼양다방, 창작 소극장, 홍지서림 등이 위치한 전주 동문거리는 과거 많은 청년, 예술인, 지식인들의 열정으로 넘쳤었다고 한다. 책방 골목으로 불릴 만큼 많은 서점이 모여있었고 전성기에는 헌책방도 30여 곳이 자리 잡고 있어 가히 전주 문화 예술의 성지라고 불렸다.

그만큼 사람도 많은 거리였지만 현재는 헌책방이 한두 개 정도 남은 상태여서 헌책방 거리를 기념하는 의미와 軒 (집 헌)의 헌을 따와 책들의 집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헌책 도서관으로 이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주변 건물들과 어우러지기 위해 기존에 있던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구성되었다.

1층에는 <가슴이 콩닥콩닥>,<그때는 반짝반짝>,<내 마음이 두근두근>을 주제로 큐레이션 해놓았다. <가슴이 콩닥콩닥> 코너는 지금은 고전이나 명서로 읽히지만 과거에는 금서였던 책을 읽었을 때의 조마조마 해지는 마음을 담아 이름이 지어졌다. <그때는 반짝반짝>코너에는 1950년대부터 시대별 베스트셀러를 모아두었는데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내 마음이 두근두근>코너는 우리나라 명사분들의 추천도서를 비치해두었다.

서가 사이에 있는 벽은 리모델링하면서 리모델링 하기 전의 벽을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만나서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을 건축물을 통해서 보여준 의미가 뜻깊었다. 리모델링하기 이전의 건물을 아시던 분들은 바뀐 모습을 보며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 했다는 점에 감탄을 자아냈다고 한다.

월별 주제에 맞춘 일자별 추천 도서 코너 <책달력>, 추억의 옛날 애니메이션과 가족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DVD 코너 <동문극장>도 마련돼 있다. tv만 보아도 세월의 흔적이 잘 느껴진다. 곳곳에 보이는 유리조명도 유리공예 하시는 분들이 도서관을 위해 특별히 제작해 주셨다고 한다.

정원에 나가보면 일부로 담으로 막지 않고 열린 공간으로 보이게 해서 이웃 주민분들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으로 설계하셨다고 한다. ‘지식의 샘’이라고 하는 분수도 있는데 보고만 있어도 지식이 흘러넘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지하<만화야!>는 캠핑장 분위기로 꾸며놓아 색다른 만화카페 느낌이다. 뽑기나 보드게임도 있어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다. <추억책방>은 옛교과서, 금서, 잡지희귀본 등이 있어 레트로 감성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2층에서는 <책나눔>을 진행 중이다. 집에서 안 보는 좋은 책 있으면 기증하고 기증된 책하고 교환해갈 수 있도록 책 정거장 역할을 하며 헌책을 기반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역할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행사도 진행 중이었는데 도서들을 읽고 책 뒷장에 부착된 메모장에 간략한 소감이나 서평을 적는 행사였다. 다음 독서 주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느낀 점을 공유할 수 있어서 몇 줄 안되지만 글이 주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헌책에는 바로 이전에 그 책을 읽은 사람의 세계가 담겨있다. 우리가 책에 남긴 밑줄, 메모, 심지어 손때 자국까지 모든 흔적이 책에 하나의 세계를 더한다. 헌책에 예전 주인이 남긴 밑줄과 메모를 보며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여기를 보고 뭘 생각했는지 배울 수 있다. 책 옆면의 손때를 보고 그가 어느 페이지를 자주 봤고 왜 좋아했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다.

이처럼 동문헌책도서관은 세월의 흔적과 역사를 지닌 책의 가치와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추억과 가치를 지닌 책 보물을 찾는 발견의 기쁨’이 가득한 곳이었다.

마무리하며

기존 공공도서관의 공간구성은 자료 열람 부문, 학습공간 부문, 문화 교육부문, 업무관리 부문, 공용부문의 5가지 공간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도서관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이 대부분이며, 지상 4층 이상의 공간은 문화교육 또는 업무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도서관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필요로 하는 공간이 변화하기 때문에 공간구성에 대한 유용성도 중요한 것 같다.

기존의 도서관이 이렇게 탈바꿈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 혁신 등 사회의 발달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도서관 내 자료를 단순히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도서관으로 변화된 것이다. 도서관의 공간구성 비율은 문화 교육을 담당하는 공간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단순 공부를 위한 학습실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부터 도서관 방문기를 남기면서, 이용자에 맞춰 다양하게 변화된 도서관을 만날 수 있었다. 또 미래에는 어떠한 특색 도서관들이 생기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