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_전주를 읽다 1편
책의 도시 전주는 전국에서 인구 대비 도서관이 가장 많은 도시이다. 근래에는 책 읽고 공부만 하는 딱딱한 분위기였던 도서관의 개념이 많이 사라진 추세이다. 전주시는 누구나 다양한 독서 문화와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장려하고, 도서관을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느끼도록 하는 데 진심인 것 같다. 이처럼 고정관념을 깨버린 전주의 특색 도서관 몇 곳을 소개하고 싶다.
연못 위 연화정 도서관
위치: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390-1 연화정
운영시간:화~일, 책꽃 필 무렵 10:00 책꽃 질 무렵 19:00

외부의 웅장함이 한국인으로서, 한옥 도서관을 처음 접해본 사람으로서, 가슴을 뛰게 해주었다. 연화정도서관은 덕진공원의 옛 연화정 건물을 한국이 가진 아름다움을 담은 한옥 도서관으로 재건축하여, 덕진공원을 찾는 시민과 여행자들이 머물며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조성되었다.

연면적 393㎡에 ‘ㄱ’자 형태의 단층 건물이지만 도서관 공간인 연화당과 문화공간 및 쉼터의 역할을 하는 연화루 등으로 구성돼있다. 처음 개관했을 때는 멀리서 외부의 모습만 보았는데 가까이에서 마주하니 한옥 목구조가 시각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어 내부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내부로 들어서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서관이기에 한옥의 목구조가 나타내는 특징을 담아 ‘점·선·면·그리고·여백’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책들이 비치되어있다.
책뿐만 아니라 한옥에 어울리는 은은한 노란 빛의 스탠드 조명들과 조각보 패턴의 커튼에 한옥 도서관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다.


주위의 풍경 그대로 활용해 경관을 구성하는 차경 기법을 활용해서 자연과도 원래 하나의 풍경이었던 것처럼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내구성이 좋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원목 가구도 한몫한다.

덕진공원의 연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연꽃이 만개하는 여름, 연꽃과 함께 어우러진 연화정 도서관은 더욱더 여름이 기다려지는 곳이다. 밤에도 연화교를 넘어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 예뻐서 아름다운 풍경과 고즈넉한 전통의 멋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한옥 도서관이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꿈꾸는 공간 다가여행자도서관
운영시간: 화-일, 입국 09:00 출국 18:00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완산구 전라감영2길 28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이용자분들이 여행을 계획하고 다른 여행자와 만나 서로 소통하여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성된 여행 특화 도서관이다. 전주의 특색 도서관으로 탈바꿈한 도서관은 기존의 파출소였던 건물을 40년 동안 빈 곳으로 비워두다가 도서관으로 만들자 해서 겉에 건물을 지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하<다가독방>는 여행을 설계하고 꿈꾸는 공간으로 아늑한 작업실 느낌이다. 벽면에 붙어있는 방문객들의 편지에는 한옥마을에 놀러 왔다가 들렀지만 이런 곳이 있음에 놀라고 또 오고 싶다는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시간 여유가 많다면 <다가독방>에서 인터넷에서 찾는 자료가 아닌 온전히 책으로만 여행을 계획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1층 <다가오면>에는 도서관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별빛책장이 있다. 북극성이 밝게 빛나 여행자의 길잡이가 되어주듯 별빛책장이 여행자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조명과 어우러져 여행가이드북과 여행에세이가 테마별로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 별빛책장 말 그대로 빛나고 있었 다.


별빛책장 이외에도 색다른 여행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한 여행 도서를 비치한 공간이 있었다. 여행 관련 책과 더불어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터널 북으로 인테리어를 곁들인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외에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책정원>은 날이 좋으면 방석을 깔고 야외에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책풍덩>이라는 곳은 수영장이 있길래 ‘정말 물을 받아놓고 수영하는 곳일까? ’라고 궁금증이 생겨 서장님께 여쭈어보았는데 책에 풍덩 빠져보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셔서 웃음을 자아냈다. 이러한 공간 하나하나가 도서관의 의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2층 <머물다가>는 언제든지 머무르며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여행 매거진과 그림책을 비치해두었다. 서로의 여행을 소통하는 공간인 긴 테이블과 좌식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긴 테이블의 특성상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전주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씀해 주셨다. ‘서로 소통하며 또 하나의 여행이 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책을 읽기도 하지만 다가여행자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컬러링 엽서도 있어서 색칠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재미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데 빔프로젝터에서는 영화 속 스틸컷이 나와 인스타 감성을 살려주고 LP 판이 준비되어 있어 원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2층의 또 다른 공간으로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창가 좌석이다. 조명이 너무 신기하게 생기고 눈에만 담기에 아쉬워서 사진으로 한 장 남겨보았다. 조명은 방향과 위치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실내를 돌아다니며 색깔을 입힌다는 것을 다가여행자도서관에서 한 번 더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재미로는 <여행자의 오늘 마음은 어때요?> 각 테마에서 한 가지를 뽑을 수 있었다. 뽑은 종이에는 테마와 관련된 책의 구절이 적혀있다. 종이는 한지 재질로 이러한 디테일 하나하나 신경 쓰신 게 느껴진다. 이러한 재미요소도 추가해놔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시간 지나가는 줄 모르고 머물렀던 것 같다.

옥상은 <노올다가>로 새로운 여행을 기대하는 공간으로 마련된 공간이지만 주변의 건물들은 전주의 근대 흔적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특색 도서관답게 공간구성이 독특했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라는 문구가 와닿는 도서관이었다.
특색 도서관들을 직접 경험해 보고, 도서관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알아가다 보면 책의 도시라는 수식어와 걸맞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서관 여행을 하면서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새로운 발상들에 대해 배웠고, 앞으로도 특색 있는 장소들이 많이 생겨나서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릴 적 정숙해야만 했던 도서관의 느낌과는 너무나도 달랐고, 여유로운 이색 여행을 계획하고 싶다면 전주의 도서관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