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내마을 도시재생사업 – 첫번째 벽화 이야기 by GAON

INTRO

괘내마을을 알고 계십니까? 부산시 사상구를 지나는 경부선, 그 철길 옆에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오직 네 곳의 굴다리를 통해서만 오고 갈 수 있는 괘내마을, 그곳에 들어서게 되면 싱그럽게 자리 잡고 있는 텃밭, 골목마다 보이는 집들이 조화를 이루는 조용하고 정겨운 풍경이 펼쳐지게 됩니다.

괘내마을의 모습이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부선 철도와 백양대로로 인한 외부와의 단절로 접근성이 매우 부족했고 철도 바로 옆에 위치한 마을이라 소음 문제도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인구 감소, 인구 고령화, 주거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한 괘내마을은 ‘도심 속 오지’로 불리며 점점 낙후되고 소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했던 괘내마을이 현재는 산뜻한 ‘괘내생태문화마을’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2022년까지 시행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한 마을 환경 개선 사업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이란?

도시재생뉴딜사업이란 도시 쇠퇴에 대응하여 물리적인 환경개선뿐만 아니라 지역을 주도로 하는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를 통하여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국가적 도시 혁신 사업입니다. 거주환경이 열악한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거나 혁신 거점공간을 형성하여 도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사회 통합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괘내마을은 이러한 도시재생뉴딜사업 중 ‘우리 동네 살리기‘ 유형을 채택하여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 및 생활 편의시설을 공급하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설립하여 마을 주민과 행정 전문가의 교류를 추진하고 여러 행사 활동을 개최하는 등 대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마을을 바꾸다

부산학생건축디자인연합인 가온은 괘내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 공모사업 ‘안전하고 깨끗한 괘내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벽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철로변 방음벽과 텃밭 울타리 등에 그림를 그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벽화를 활용하여 생태문화마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마을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괘내마을 내에 위치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벽화 프로젝트에 관한 첫 미팅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장지원센터 코디네이터분을 직접 만나 뵙고 프로젝트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 벽화 구역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괘내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저희가 벽화를 그려야 할 곳은 총 4개의 구역, 길이가 200미터가 조금 넘는 다양한 규모의 담벼락이었습니다. 높이가 5미터를 넘어가는 철도 옆 방음벽부터 아기자기한 텃밭을 감싸고 있는 1미터 남짓한 돌벽까지, 각 구역마다 매우 다른 환경과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벽화 재료 준비와 인원 모집에 있어서 매우 신중하게 계획하고 진행해야 했습니다. 답사 정보를 바탕으로 코디네이터분과 다시 미팅을 진행하였고 현장지원센터와 마을 주민분들의 지원과 함께 매주 회의를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미팅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가온 내부의 회의 통해 벽화 프로젝트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하여 프로젝트 팀을 결성하였습니다.

벽화 컨셉 정하기

본격적으로 벽화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면서 어떻게 벽화를 구성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프로젝트 팀 내에서 다 회차의 회의를 진행한 결과 괘내마을의 지리적 특징과 마을 내부에 존재하는 각종 요소들을 위주로 벽화를 꾸미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이에 모든 의견을 종합하여 프로젝트의 컨셉 및 주제를 ‘이스터 에그’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벽화 컨셉 ‘이스터 에그’

게임, 영화, 소설 등에 숨겨져 있는 장치나 메시지를 의미하는 이스터 에그는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이 ‘우연히’ 발견하여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프로젝트팀과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마을 주민들이 작가가 되고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작가가 숨겨둔 이스터 에그를 찾아보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마을 속의 이야기들을 수수께끼, 다이어그램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스터 에그화하여 벽화로 표현하고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은 벽화에서 우연히 마을의 이스터 에그를 찾아내며 괘내생태문화마을 자체를 즐기게 하는 것이 이번 벽화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벽화는 단순히 1회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1년, 5년, 10년이 지나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하여 마을 주민들도 참여하고 발전시켜 낼 수 있는 방식으로 벽화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자 하였습니다.

멘토링 수업

프로젝트팀은 괘내마을 벽화에 이스터 에그로 표현할 요소들을 찾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수집하면서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괘내마을에 대한 정보들이 벽화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며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마을 주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터를 지키며 존재해왔던 괘내마을이니만큼 마을에 오래 거주하신 분들도, 마을에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매우 많았습니다. 괘내마을의 정보를 얻기 위해, 또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주민분들과의 교류를 위해서 현장지원센터와 함께 회의를 진행하였고,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결과를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멘토링 수업 진행 과정

프로젝트 팀 내에서 선발한 3명의 멘토와 팀원들이 함께 진행하게 된 괘내마을 멘토링은 총 3주차 6차시의 과정으로 매주 화요일, 금요일 오후 1시에 진행되었습니다. 1주차에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벽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위주로 진행이 되었고, 2주차부터는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괘내마을의 소개 및 특징 설명과 벽화에 대한 구상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마을 내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주민분들의 참여가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현장지원센터의 우려가 있었지만 예상외로 많은 주민분들이 참여를 해주셨고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멘토링이 진행되었습니다.

마을 주민분들은 멘토링을 위한 제작된 지도를 참고하여 괘내마을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괘내마을의 이름과 유래, 물길이 굳어 형성된 지금의 꼬불꼬불한 골목들, 괘내마을에서 많이 나는 작물들과 과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장소와 같이 다양한 정보들이 하나둘씩 지도 위에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저희가 진행해하고자 하는 벽화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의견들을 내주셨는데, 괘내마을 주민협의체 관계자분께서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벽화가 아닌 괘내마을에만 존재하는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시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주셨습니다.

성공적으로 멘토링을 진행한 프로젝트 팀은 자료들을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벽화를 그리기 위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벽화를 그리기 전 현장지원센터와의 최종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각각의 구역마다 그릴 그림들을 구상하였고 필요한 인원과 사용할 재료들을 파악하였습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벽화 작업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상태가 되었고, 현장지원센터에서의 최종 회의를 끝으로 괘내마을에서의 벽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괘내마을 도시재생사업의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는 LECTUS가 공식 후원하는 단체인 부산 경남 학생 건축 디자인 연합 가온이 직접 디자인 및 진행한 프로젝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