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SNS를 통한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핫플레이스 방문’이 트렌드가 되면서 브랜드들은 공간을 이용한 마케팅을 잇따라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브랜드 자체를 무의식적으로,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케팅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의 철학이 담긴 장소 중 세 곳을 방문해 보았다.
ㅣ통일된 프랜차이즈 인테리어에서 벗어나다

지나가면서 이 매장을 본다면 ‘어? 이게 롯데리아라고?’ 싶을 것이다. 밖에서 보이는 매력적인 내부가 시선을 끌면서 한 번쯤 방문해 보고 싶어진다. 일반적인 햄버거 매장을 떠올리라면 오픈되어 있는 주방과 주문을 받고 있는 직원, 그리고 프랜차이즈만의 특유의 가게 분위기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롯데리아 L7홍대점’은 다르다. 기존 롯데리아의 통일된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재미와 독특함을 극대화한 ‘어메이징 박스(Amazing Box)’ 콘셉트의 스마트 스토어를 지난 12월 오픈하였다.

이곳에는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무인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픽업존에서 영수증 바코드를 인식한 뒤 픽업 박스를 두드리면 내가 주문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매장 입장부터 주문, 픽업까지 직원과의 대면 과정 없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루어지는 스마트존의 ‘원스톱 주문 Flow’를 경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99년에 선보였던 롯데리아의 로이∙로디∙로킹∙로니 캐릭터를 2021년 감성으로 재해석한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취식 공간은 이 매장만의 시∙공간 특화존으로 기존 버거 매장과 차별화를 두었다. 위치가 홍익대학교 부근인 만큼 캠퍼스 강의실 느낌을 살려 계단식 좌석으로 구성하였고, 후면에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의 멀티비전을 배치해 2030세대의 힙한 감성을 반영하였다. 이 지점만의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L7홍대점 단독 메뉴인 ‘홍대 치’S버거’도 판매하고 있다.

L7홍대점은 기술, 제품, 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Test Bed)’ 콘셉트 매장으로 롯데리아에 적용되었던 다양한 스마트 스토어 기술들을 집결시켰다. 완전히 분리되고 통로로만 연결되어 있어 포장을 하러 온 고객이 취식하는 고객 사이에 뻘쭘하게 앉아 있을 필요도 없고, 취식하는 고객은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다. 고객 중심의 동선 설계와 재미 요소들은 버거 주문 후의 단순 식음 역할에서 벗어나 L7홍대점만의 스마트하고 힙한, 색다른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ㅣ디저트로 맛보는 패션 브랜드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의 쇼룸이 위치한 ‘하우스 도산(HAUS DOSAN)’. 그 지하에는 카페 ‘누데이크’가 있다. ‘누데이크’는 ‘New, Different, Cake’를 조합한 단어로, ‘기존 F&B 업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맛있는 디저트’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우스 도산에서 세 매장을 둘러본다면 해당 브랜드만의 노래를 들으며 젠틀 몬스터에서는 독특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아이웨어로 시각을, 탬버린즈에서는 후각과 촉각을, 마지막으로 누데이크에서는 미각을 자극하는 경험을 하며 젠틀몬스터만의 세계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누데이크에서는 평소 일반적인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보던 디저트와는 다른 디자인을 선보인다. 젠틀몬스터만의 브랜드 스토리와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기 때문. 브랜드의 슬로건인 ‘MAKE NEW FANTASY!’ 아래 예술 작품 같은 디자인과 그에 비례하는 맛을 가진 디저트는 새로운 충격을 안겨준다. 매 시즌 젠틀몬스터의 변화하는 독특한 콘셉트에 맞추어 건물 내 쇼룸과 1층에 위치한 전시 공간도 변화하고, 누데이크의 시즌 메뉴도 변화한다. 현재는 ‘젠틀 가든(GENTLE GARDEN)’ 콘셉트에 맞추어 정원에 피크닉을 온 듯한 1층 전시와 누데이크만의 과일 바구니 모양의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테마에 맞춰 정기적으로 변화하는 공간과 디저트는 재방문을 불러일으킨다.

누데이크 대표 상품인 피크(PEAK) 케이크는 다소 난해하다. 케이크는 칼로 나누어서 조각으로 먹는 게 일반적인데, 이 케이크는 겉에 있는 크루아상을 찢은 뒤, 가운데에 흘러내리는 녹차 크림에 찍어 먹는, 케이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적인 디저트이다.

그렇다면 젠틀 몬스터가 카페를 오픈한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 브랜드의 쇼룸만 있을 때에는 방문하면 구매를 해야 할 것 같고,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낀다. 하지만 브랜드 스토리가 담긴 카페를 오픈했을 때에는 거리감이 들지 않고, 해당 브랜드를 느끼며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도 쌓인다. 옷을 구매하는 횟수보다 카페에 방문하는 횟수가 더 많은 만큼 카페에 여러 번 방문하게 되면 친밀도를 바탕으로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호기심도 쌓이고, 이는 제품 구매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브랜드 측에서는 직접적인 노출 없이도 공간에 대한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고객과 연결하고, 인지도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누데이크는 오픈하기 전부터 고객 페르소나(persona, 인격)도 설정하였다. ‘디저트·빵 덕후이면서, 미술 회화에 관심이 많고, 세련된 패션 감각을 가진 괴짜. 브랜드 신상품을 즐겨 입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데에도 적극적인 사람’. 그만큼 소비자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불러일으켰고, 그에 맞추어 호불호가 갈리는 재료인 오이로 만든 케이크를 선보였다. ‘100명을 적당히 만족시키는 것보단 10명이 열광할 맛을 찾자’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이러한 신선한 충격과 경험은 누데이크 뿐만 아니라 젠틀 몬스터의 다음 콘셉트를 기대하게 만든다.
ㅣ브랜드를 ‘전시’하다

의왕 타임빌라스에 위치한 ‘시몬스’ 매장은 글라스 빌 중 유일한 가구 매장으로, 야외 광장과 이어진 정면 출입구, 자작나무 숲과 연결된 복층 출입구, 그리고 지하 테이스티 그라운드와 연결된 뒤쪽 출입구, 이렇게 총 세 개의 출입구로 고객을 반겨준다.


테이스티 그라운드와 연결된 지하 출입구로 들어오면 침대 박물관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정중앙에 있는 오래된 기계, 한눈에 펼쳐지는 시몬스의 역사. 우측에는 재즈 노래와 함께 시몬스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 ‘재즈 인 시몬스’가 재생되고 있다. 시몬스 창립 시기에 재즈가 발생하고, 재즈는 문화를 일으키고 사회상을 반영하여 트렌드를 이끌어간 문화이기에 재즈와 시몬스가 연결되었다. 브랜드에 대한 시청각적 경험을 통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시몬스는 ‘매너가 편안함을 만든다(manners maketh comfort)’라는 타이틀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강조해왔다. 반 층 올라가면 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시몬스만의 핵심 기술 ‘포켓스프링’을 이용한 매트리스에 누워볼 수 있고, 내장된 폼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타임빌라스의 정원이 보이고, 반투명의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사이에서 편안한 침대에 누워보는 것은 최고의 경험일지도 모른다.

침대는 구매 주기가 길기에 브랜드 친밀도가 무척 중요하다. 입구에 놓여 있는 키오스크는 제시된 질문에 고객이 답변하면 고객의 수면 상태를 점검하여 그에 맞는 수면 솔루션과 매트리스를 추천해 준다. 구매 의사 없이 단순히 방문한 고객에게도 부담 없이 편안한 잠자리를 제시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시몬스 제품을 추천하여 후에 구매하게 되었을 때 해당 제품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해주는 것이다.

한 층 더 올라가면 야외 광장의 뷰와 함께 마치 고급스러운 집에 들어온듯한 느낌을 준다. 소파, 침대 프레임, 이불 등 시몬스의 제품이 인테리어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곳에서도 가구를 직접 만져보고, 앉아보고, 누워볼 수 있다. 시몬스는 ‘가구는 직접 보고 사야 한다’라는 인식을 따라 체험형 매장을 만들었고, 매장에서 체험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공간에서 구축된 긍정적인 이미지는 구매까지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의 체험이 후에 소파를 구매하게 되었을 때 ‘시몬스 소파, 한번 사용해 봤었는데 편하더라’라고 말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브랜드의 고객이 되기 이전 단계인 브랜드 인지부터 브랜드의 단골이 될 때까지의 과정인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에서의 역할을 위해 단순 판매 공간을 넘어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공간에 대한 브랜드의 노력은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다. 롯데리아는 ‘L7홍대점’을 통해 일반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와는 다른 공간과 새로운 스마트 스토어의 경험을 제시했고, 누데이크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저트로 풀어냄으로써 맛에 브랜드가 스며들게 하였다. 시몬스는 단순히 상품 구매를 위해 침대에 누워보는 것에서 벗어나 브랜드 스토리와 함께 침실 인테리어에 맞춰 자유로운 체험형 공간을 만들었다. 고객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를 몸소 경험하기 위해 장소에 방문한다. 브랜드만의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고, 친밀감을 바탕으로 언젠가 해당 종류의 물건을 구매해야 할 때가 왔을 때 이 브랜드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이런 오감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공간 마케팅의 전략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본 아티클은 LECTUS의 창작활동지원 프로젝터인 렉-크레이션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