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에서 열심히 살아남기(현장실습 편)

건축학과에서 열심히 살아남기(현장실습 편)

수많은 인파와 불꽃같은 청춘의 이야기가 있는 곳, 저는 지금 강남에 와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일 수많은 청춘이 저마다의 추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학 생활은 건축학과를 선택한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실습과 출근, 커피입니다.

Intro

반갑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이 험준한 건축학과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보여드리고 알려드릴 아키그릴스입니다. 이제 저는 직접 건축학과의 3학년이 되어, 이곳에서의 생존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건축학과는 5학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변 선배들의 도움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받던 1, 2학년이 끝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하는 3~4학년 시기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기인 동시에 가장 방황하기 쉬운 시기입니다. 건축이라는 이 길을 걷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이제 뭘 해야 하지? 라는 고민이 올 겁니다.

방황하는 당신을 위해, 이에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설계 사무소 아르바이트 (현장실습)

건축학과에서 설계를 공부하는 학생의 대부분은 훗날 설계사무소에 취직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업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파악하고, 교수님이나 실무자분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저는 3~4학년부터 설계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틈틈이 방학을 이용해서 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또한, 현장실습 경험은 훗날 졸업하고 취업을 할 때 이력서에서 정말 효과적인 자기 어필이 될 수 있습니다.

두려워하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와 함께 설계사무소 아르바이트에 관해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죠.

설계사무소 아르바이트는 무슨 일을 할까?

설계사무소 아르바이트는 업무 과정에서 부족한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사무소에서 교수님, 다른 학생을 통해 모집합니다. 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현상설계 과정에서 간단한 업무를 맡기기 위해 모집합니다. 학생들에게 그렇게 난이도 높은 업무를 맡기지 않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주로 모델링(.Sketch Up, Rhino 등)이나 모형 제작, 설계 설명서에 들어갈 다이어그램 제작 정도를 맡깁니다. 기존에 학생 작품에서 그리던 다이어그램들보다 더 화려하고 다채로운 다이어그램을 만들기보다는, 누구나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다이어그램을 주로 만들게 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학교에서 만들던 다이어그램보다 더 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설계사무소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위에서 말했다시피, 주로 교수님이나 다른 학생들을 통해 제안받거나, 학과 단톡방에 모집 공고가 올라옵니다. 친하게 지내던 교수님이 계신다면 교수님께 직접 여쭤봐서 아시는 사무소에 연결해 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방학 기간이 시작되면, 학과 단톡방 알림을 켜놓고 언제든 연락할 준비를 하고 계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당연하게도, 유명하고 규모가 큰 대형 사무소들의 아르바이트 자리는 언제나 빨리 차버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직접 연결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졸업 조건 중에 ‘학교를 통해 진행하는 현장실습 2회 완료’가 있었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학교에서 연결해 주는 현장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이 경우 정말 유명한 대형 사무실, 유명 건설사 등에서도 실습을 할 수 있어서, 각 학교의 현장실습 시스템을 잘 활용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혹은 사람*, SPA**와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아르바이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이트들을 통해 구한 경우 한두 달 정도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보다는 한 학기 이상 출근하는 장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도 있어 잘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어디서 설계사무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좋을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의 사무소가 최우선입니다. (위 사진은 멋도 모르고 지원했다가 지정된 김포 현장) 아무리 좋은 사무소라도 출퇴근할 수 있어야 하니까, 사무소와 집까지의 거리는 고려하셔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가장 멀리 다녔던 사무소가 편도 1시간 30분 거리였는데,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내가 가고 싶은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기. 설계사무소 안에서도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정말 대규모의 프로젝트 위주로 하는 사무소,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 위주로 하는 사무소, 현상설계 위주로 하는 사무소…. 훗날 자기가 해보고 싶은 업무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사무소에 가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훗날 이력서를 쓸 때 비슷한 업무를 했던 경험은 정말 큰 어필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설계사무소 외에도 경험해 보기. 자신은 100% 설계사무소 지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아직 3~4학년밖에 되지 않은 분들이 진로를 벌써 확고하게 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꼭 건축학과를 다니는 사람은 설계사무소에만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정말 많은 분이 건설사나 다양한 분야에서 취직하고 있습니다. 설계사무소, 건설사, CM(Construction Management) 사 등 다양한 선택지 안에서 경험해 보셔서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지 않나 싶습니다.

설계사무소 아르바이트를 통해 뭘 얻을 수 있나?

경험

저는 총 5번의 건축 관련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으로는 2학년 때 했던 도면작성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3학년 여름에 설계사무소에서 현상설계를 했고 3학년 겨울에 학교를 통해 건설사에서 실무 경험을 했습니다. 4학년과 5학년 여름에도 설계사무소에서 일했습니다. 도면작성, 모델링, 모형 제작 등 실습에서 했던 경험들은 학교에서 해왔던 제 기술들을 한 번 더 강화해주었습니다. 또, 스스로 학교 프로젝트나 공모전을 진행할 때에도 실무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를 알고 나면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 현장실습 경험은 훗날 쓰게 될 이력서에서 가장 좋은 이야깃거리입니다. 내가 어떤 설계과정을 경험해 봤고, 어떤 것들을 해봤는지 잘 정리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자기 어필이 가능합니다. (물론 남들도 다 현장실습을 해보기 때문에, 더 많은 현장실습을 해보거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보는 것, 어떤 업무에서 어떤 결과물을 가져왔는가가 중요합니다.)

건축적 지식

실무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내용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같은 일이더라도 내가 여태껏 학교에서 해왔던 방식과 실무의 방식은 대부분 다를 것이고, 설계에 접근하는 방식도 다를 겁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부분(재료, 마감, 도면 표기 방식, 요령, 레이아웃 방식…….)들을 흡수할 수 있다면, 두고두고 건축적 재산으로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업무 중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주변 실무자분께 질문드리면서 그 기업의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시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하나 유념해두셔야 하는 부분이, 현장실습을 하며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기업에는 금전적 문제가 걸려있는 ‘실무’입니다. 기업에서 준 업무는 최선을 다해 수행해야 하며, 옆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학생들에게 일을 알려주시는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아닌 실무자입니다. 실습을 통해 무언가 얻어가고 싶으시다면 부끄럽더라도 직접 질문하시고, 질문을 하실 때는 시간을 많이 뺏지 않도록 간결하게 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르바이트인데, 역시 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죠. 현장실습도 엄연한 아르바이트인 만큼, 일하신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최저시급부터 시작해서, 힘들고 기한이 빡빡한 프로젝트의 경우 높은 시급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9시부터 6시까지 주로 일을 하는데, 급한 프로젝트의 경우 야근, 심한 경우 철야를 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 기업과 확실히 짚고 넘어가시는 게 좋습니다.

– 몇 시부터 몇 시까지 근무고, 시급은 어떻게 되는지.

– 야근이 있는지, 있다면 몇 시부터 야근으로 적용되며, 야근 수당을 따로 챙겨주는지.

– 식대(주로 점심 식사 비용, 한 끼 당 만원 정도 제공)는 나오는지.

별도로, 학교에서 연결해 주는 실습의 경우 그 과정이 교육+ 업무로 구성되어, 실제 내가 출근한 시간보다 적은 비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교마다 현장실습 시스템이 다르므로, 학교에서 연결해 주는 실습의 경우 받는 임금의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연결해 주는 실습의 경우 기업을 고르시기 전 충분히 고려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OUTRO

우리는 지금까지 건축학과에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조난 된 3학년이 되어서 현장실습에 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어색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실습은 분명 어려운 경험입니다. 하지만, 이 험난한 경험을 마치시고 난 이후에는 더 나은 예비 건축인이 되어있으실 거라고, 자신 있게 장담합니다. 지금 당장 교수님과 선배들께 연락하세요!

다음 편에는 아마 모든 학생분이 궁금해하실 만한, 성적 향상 과정 및 팁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01. 건축학과에서 살아남기(학과 적응 편)

02. 건축학과에서 열심히 살아남기(현장실습 편)

03. 건축학과에서 잘 살아남기(현실적인 성적 상승 경험 편)

04. 건축학과에서 늦깎이로 살아남기(졸업 설계 및 취준 편)

05. 대형 사무소에서 살아남기(대형 사무소 지인 인터뷰 편)

06. 아틀리에에서 살아남기(아틀리에 지인 인터뷰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