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에서 살아남기(학과 적응 편)

건축학과에서 살아남기(학과 적응 편)

길었던 수험생활을 끝내고, 우리는 저마다 아름다운 풍경의 대학교에 왔습니다. 이곳에 온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에게는 장밋빛 대학교 생활이 기다리고 있겠죠. 하지만 그런 대학 생활은 건축학과를 선택한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끝없는 과제와 디벨롭, 밤샘, 크리틱입니다.

Intro

반갑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이 험준한 건축학과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보여드리고 알려드릴 아키그릴스입니다. 이제 저는 직접 건축학과의 신입생이 되어, 이곳에서의 생존법을 알려드리죠.

건축학과 생존 법칙 우선순위는 정보수집> 인맥 형성 > 프로그램 및 기술 > 경험 > 건축지식 순입니다.

우리는 지금 막 건축학과에 조난되었으니, 서두르지 말고 첫 번째 단계부터 시작해보죠.

정보수집

정보수집은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에서 이뤄지는 행사나 학사일정, 각종 제출기한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과 단톡방/공지방에는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학과사무실에 찾아가는 것에 익숙해지시는 것이 좋습니다. 학과 내 정보가 모이는 학과사무실에서는 단톡방에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나, 더 자세한 안내를 해주니 궁금한 게 있다면 망설임 없이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맥형성

인맥 형성은 정말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건축학과에서의 관계는 과 동아리와 설계 스튜디오를 따라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 동아리는 다양한 학번의 과 선후배들과의 관계를 이어주며, 노하우와 경험, 인맥을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단체 답사, 프로그램 스터디 등 건축학과에서 필요한 시각과 기술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설계 스튜디오는 대학마다 명칭이 다를 수 있겠지만, 건축 설계 수업에서의 반을 의미합니다. 저학년에는 대부분 같은 학번의 동기들과 수업을 듣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각종 휴학을 한 선후배들이 뒤섞여 다양한 학번의 교류가 발생하곤 합니다. 과 동아리처럼 정보나 기술의 교류보다는, 인간관계에 더 영향을 많이 줍니다.

또 최근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 많은 건축커뮤니티가 형성되어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고, 편하게 질문하고 조언을 주는 분위기가 형성된 곳이 많아 이곳에서 인적교류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프로그램 및 기술

건축학과가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은 크게 도면 작성, 모델링, 렌더링, 후가공 프로그램으로 나뉩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알 필요는 없지만, 필수가 되는 몇몇 프로그램은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마땅한 강의가 없어서 선배들에게 프로그램을 배우곤 했는데, 지금은 렉터스라는 좋은 프로그램 강의 환경이 마련되어 있어서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울 수 있습니다.

경험

건축학과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갑자기 경험이라니, 당황스러울 겁니다. 정확히는 체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군요. 저희에게는 수능과 입시로 딱딱하게 굳어져 버린 뇌를 말랑말랑하게 녹여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건축학도들의 합법적 여행 핑계, 답사입니다.

답사란 어떤 건축물을 외관, 내부 공간구조, 마감 재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답사를 통해서 우리는 실제로 지어져 있는 건축물들의 공간감과 비례감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답사를 처음 할 때 생각하면 좋은 몇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줄자를 가져갈 것. 답사는 단순 그 공간을 느끼고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요소를 재보시는 게 좋습니다. 계단의 폭, 너비, 기둥의 두께, 이 글을 읽으면서 앉아계실 의자의 높이…. 이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도면으로 표현해보면 더 좋습니다.

둘째, 좋은 건축물을 찾아갈 것. 자신의 방, 집 앞의 상가나 아파트에서도 배울 수 있는 점은 많습니다. 하지만, 기왕 답사를 나간다면 그 공간만의 이야기가 있는 곳을 찾아가 보시는 게 좋습니다. 박물관, 도서관, 종교시설, 아니면 유명한 골목이어도 좋습니다.

셋째, 이용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처음 건축학과에 들어온 사람에게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한다면 당황스러울 겁니다. 처음에는 조금 단순하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또 오고 싶은 공간인가?

여기에 누군가를 데려와 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이 공간이 맘에 들었는가?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이용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쉬울 겁니다. 이후에는

어떤 건축적 요소가 이 공간의 분위기와 특징을 만들어냈을까?

와 같이 조금은 어려운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겁니다.

OUTRO

우리는 지금까지 건축학과에 갓 조난된 신입생이 되어서 건축학과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건축학과는 멀리서 보면 정말 멋있는 학과지만, 그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 험난한 길을 선택하신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전 이만 작업하러 가보겠습니다.

(마지막 건축적 지식 관련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드리겠습니다.)

다음 편에는 주로 2~4학년들에게 중요한, 현장 실습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과 팁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01. 건축학과에서 살아남기(학과 적응 편)

02. 건축학과에서 열심히 살아남기(학과 경험 편)

03. 건축학과에서 잘 살아남기(현실적인 성적 상승 경험 편)

04. 건축학과에서 늦깍이로 살아남기(졸업 설계 및 취준 편)

05. 대형사무소에서 살아남기(대형사무소 지인 인터뷰 편)

06. 아뜰리에에서 살아남기(아뜰리에 지인 인터뷰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