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으로 보는 게임 이야기 – 오버워치

INTRO

‘GAME’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고 있는 여가문화 중 하나로 90년대 인터넷과 개인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급성장, 21세기 스마트폰이 발달하며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횡스크롤 형태와 도트로만 단순하게 표현이 되었던 게임 속 세계는 3D를 넘어 메타버스 형태로 등장하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물리적인 환경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며 게임 속의 ‘공간’ 또한 플레이 환경에 맞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될 필요성이 대두되며, 게임 속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존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에는 실존하는 공간 요소들을 게임 환경(미래, 판타지 등등)에 맞춰 변화시켜 해당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2016년에 출시한 ‘오버워치(Overwatch)’는 가까운 미래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옴닉’이라는 거대 로봇과 ‘탈론’이라는 집단으로부터 세계의 평화를 지킨다는 설정의 배경 스토리를 가진 ‘하이퍼 FPS(원거리 무기와 함께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는 게임장르)’으로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역과 도시들 등장하여 적과 전투를 하는 중임에도 마치 전세계를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오버워치 내에는 미국 할리우드부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그리스 산토리니, 중국 상하이 그리고 한국의 부산까지 30개의 다양한 전장이 등장하여 각기 다른 모습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까운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의 모습들이 근미래에는 어떻게 바뀌게 될지 재미있게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것 또한 오버워치가 선사하는 즐거움입니다.

블리자드에서는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함과 동시에 세계의 유저들이 오버워치를 플레이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각 지역의 건축적 특징과 랜드마크들을 게임 속에 녹여내려고 한 노력들을 게임 속 디테일에서 찾을 수 있어 건축학도라면 지나칠 수 없는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그럼 오버워치 내에 어떤 건축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지 오버워치의 몇몇 전장을 함께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 효율적인 자료활용을 위해 인게임 플레이 화면을 활용하였습니다)

1. 왕의 길 : 영국 런던

고풍스러운 런던의 밤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왕의 길’에서는 게임의 초입부터 런던의 랜드마크인 ‘빅벤’과 함께 런던의 거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장에서 격전이 벌어지는 광장에는 빅벤이 자리하고 있어 시각적으로도 전장 속의 중심지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데, 흔히 알려진 랜드마크적인 요소를 통해 전장 내에서 시선이 모여 게임 플레이에 집중을 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다소 이질적일 수 있는 ‘미래의 런던’에 익숙한 요소를 더하고 활용함으로서 이질적인 느낌을 다소 감소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빅벤의 뒤로는 게임의 시간대 상 현대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높은 마천루들이 함께 있어 저희가 알고 있는 현대의 런던과는 또 다른 미래의 런던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왕의 길에서 나타나는 건축물들은 대부분 18세기~19세기에 영국에서 유행하던 ‘조지양식’으로 ‘팔라디안’, ‘로코코’, ‘고딕’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쉬노아제리 양식’과 ‘신고전주의 양식’ 등을 포함하여 나타나는 시대적인 양식입니다. 여기서 ‘팔라디안 양식’은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의 대칭성, 관점, 가치에 집중을 한 이탈리아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영향으로 발생된 양식으로 영국과 유럽, 대서양 넘어 미국까지 영향을 끼친 건축 양식이며, 영국에서 나타난 형식들은 ‘영국의 바로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조지양식’은 팔라디안 양식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신고전주의 양식’은 팔라디안 양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쉬노아제리 양식’은 극동(중국, 일본)에서의 자연적인 미학, 즉 오리엔탈리즘의 흐름을 표현한 것으로 자연에서 오는 비대칭적인 장식성, 풍부함 등을 표현하여 ‘로코코 양식’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럽과 극동 아시아로부터 영향을 받아 몇 세기에 걸쳐 다양한 건축양식들이 절충, 포괄적으로 나타난 시대 양식인 조지양식으로 지어진 건축을 ‘조지안 하우스’라고 합니다. 이들은 테라스와 같은 외벽의 돌출이나 장식적인 요소들을 활용하여 다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오버워치 왕의 길 내에서는 이러한 묘사가 적절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왕의 길의 빅벤 앞에 보면 조지안 양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한 호텔을 찾아볼 수 있는데, 실제 영국 런던 이든 스퀘어에 있는 ‘조지안 하우스 호텔’을 모티브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지안 하우스의 외관을 살펴보면 하얗게 외벽을 칠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점토에 대리석 가루나 석회석을 섞어 칠한 ‘스투코 양식’이 표현되어 있는 것입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1666년 런던 대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런던에 신축되는 건축물들은 붉은 벽돌이나 석재로 짓도록 법을 재정하게 되었고 스투코 양식은 값비싼 석재 등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자 대안으로 탄생한 시대적인 양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으슥하고 어두운 터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세계최초의 지하철인 ‘튜브(Tube)’입니다. 튜브는 영국에서 지하철을 부르는 표현으로, 지하철이 다니는 터널과 지하철의 형태가 마치 ‘튜브(관)’처럼 생겼기에 붙여진 명칭입니다. 영국의 튜브는 1863년 처음 개통한 이후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원형이 잘 남아 있으며, 과거 세계 대전에는 독일군의 공습으로 부터 시민들을 지켜준 존재이기도 합니다. 오버워치 내에서도 옵닉의 공격으로부터 시민들이 대피하였던 흔적처럼 비슷한 연출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빅토리안 하우스’‘에드워디안 하우스’와 같은 양식의 건축과 고전주의가 나타나는 교회 또한 왕의 길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지역의 경계를 나누는 아치형 게이트 ‘뮤즈’까지 오버워치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국이 가진 매력적인 건축의 이야기들을 담아낸 오버워치의 ‘왕의 길’을 플레이 하며 숨겨진 건축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2. 하나무라 : 일본 교토

벚꽃이 만개하고 있는 일본 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하나무라’는 일본의 교토와 함께 일본의 여러 오브제들을 더하여 표현한 전장입니다. 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마다 성(게임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성)’은 일본 3대 성으로 백색의 성으로 불리는 ‘히메지 성’의 천수각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 된 것으로, 석회로 마감한 성의 하얀 외벽과 함께 회색빛이 도는 와식 기와 지붕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히메지성과 비교하여 본다면 시마다 성에서도 볼 수 있는 총구안이나 세로로 나 있는 창, 백색의 회반죽 마감이 되어 있는 외벽 등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마다 성 주변에는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과 함께 일본의 교토를 모티브로한 시내와 성의 축대를 함께 볼 수 있는데 일본의 성 건축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일본의 고유한 축대는 각각의 모서리를 비스듬하게 쌓아올려 그 위에 천수각을 건축하는 방식인데, 이는 오래 전부터 지진으로 인한 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결과로 나타난 건축양식 입니다. 또한 일본 성에서 나타나는 축대는 성을 침공하는 적이 기어오르도록 유도하여 적이 축대를 기어 오르면 축대의 바로 위에 있는 총구안이나 구멍으로 공격을 하여 효과적으로 방어를 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축대는 일본의 성 건축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여담으로 한국 각지에 축조되어 있는 성곽 건축 중에 일본의 축대 양식이 드러나 있는 것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축조한 성이였다는 것을 축대를 통해 추측할 수 있게 됩니다.

시마다 성의 천수각을 살펴보면 성의 좌측에는 ‘가케즈쿠리’ 양식으로 지어진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케즈쿠리는 절벽이나 높은 축대에 ‘무대’를 설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양식으로 주로 사찰과 같은 건축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본 특유의 건축양식입니다. 못을 사용하지 않고, 각 목재를 엮는 방식으로 건축이 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나무라를 제작하기 위해 모티브로 삼은 일본 교토의 ‘기요미즈데라(청수사)’에 가면 같은 방식의 가케즈쿠리가 적용되어 있는 무대를 기요미즈데라의 본당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장 내 시가지로 진입하면 현대에 지어진 건물과 과거에 지어진 일본의 목조 건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층부 상가 + 상층부 주거 형태의 목조주택과 일본 목조주택에서 찾을 수 있는 ‘비늘판 벽’, 창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비를 막기 위해 창문의 위에 설치한 ‘눈썹지붕’과 암기와 숫기와로 구분되어 있는 한국의 전통 기와와 달리 한쪽 방향으로 물결로 되어 있는 와식기와 또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마다 성 내에 위치하고 있는 사찰에서는 일본의 전통정원 양식인 ‘가레산스이 양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다. 주로 일본의 사찰건축에서 나타나는 정원 양식으로, 자연적인 요소인 바위를 가운데 배치하고, 하얀색 자갈이나 모래 등으로 물의 흐름을 표현한 방식입니다. 일본의 승려들이 매일 흐트러진 자갈과 모래에 자연을 표현하며 수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운데에 있는 바위를 ‘시마’, 주위의 자갈들을 ‘미즈’로 표현하여 자연에 보다 다가가고자 하였던 일본인들의 표현 방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자연요소와 자연의 요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의 다양한 건축 건축양식들이 하나무라 전장에 표현이 되어 있어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도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어 또 숨겨진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3. 일리오스 : 그리스 산토리니와 신전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은 그리스 전통건축과 그리스의 상징과 같은 산토리니의 건축양식이 나타나고 있는 ‘일리오스’ 전장입니다.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는 산토리니 마을과 그리스의 전통 신전을 배경으로하고 있는 일리오스에서는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마을의 모습과 파르테논 신전과 아테네 신전에서부터 모티브를 한 신전 건축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하얀 회백 마감을 한 외벽과 함께 푸른 지중해를 의미하는 파란색 지붕은 누구든지 이곳이 그리스라는 것은 쉽게 떠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건축에서의 상징적인 오브제로 역할을 하고 있는 푸른 지붕과 하얀 벽은 일리오스라는 게임 속 공간에서 또한 유저들로 하여금 상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지역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과거 7대 불가사이였던 ‘로도스의 거상’을 모티브로 한 오브제를 게임 속에 넣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먼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를 연상시키는 절벽 위 신전은 구성이나 형태 또한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앞서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왕의 길’에 나타난 빅벤과 비슷한 역할을 게임 속에서 하여 전장의 중심에 사람들이 집중하고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 신전건축에서 찾아 볼 수 있는하얀 대리석을 재료로 한 열주들을 찾아볼 수 있고, 각 열주들은 그리스 건축의 전통 양식인 ‘도리아’ 양식과 양의 뿔 형태를 하고 있는 ‘이오니아’ 양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기둥에서 볼 수 있는 가로의 줄은 대리석을 각각 깎아 쌓아올린 흔적으로 일리오스의 신전에서는 이를 선명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리오스의 신전들을 둘러보면 도리아 양식 기둥과 동시에 이오니아 양식 그리고 아치의 구조물이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건축양식과 여러 건축 양식이 혼재되어 일리오스 내에 적용되어 있는 것을 보아 게임 내에 극적인 연출과 효과를 위해 일부분 왜곡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끝마치며

이렇게 영국 런던을 모티브로 한 왕의 길, 일본의 교토를 모티브로한 하나무라, 지중해의 그리스를 모티브로 한 일리오스까지 오버워치의 전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건축적인 요소들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을 포함한, 멕시코,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담은 모습을 게임인 오버워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 속에는 또 다른 건축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건축이라는 것은 다소 거리가 느껴지고 어렵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오버워치 속 건축 이야기처럼 건축이라는 것은 우리가 언제든 다양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앞으로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사이버 세계에 접어들게 되며 우리가 대응하고 표현해야할 건축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 아티클은 LECTUS의 창작활동지원 프로젝트인 렉-크레이션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