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시선을 담는 건축사진가, 윤준환

건축가의 시선을 담는 건축사진가, 윤준환

[레지던스엘가- 삼현도시건축 / 윤준환 제공]

INTRO

건축을 전공하면 꼭 건축설계만이 길일까?

건축사진가로서 활동하고 계시는 윤준환 작가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보았습니다. 작가님이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한 노력과 건축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2023년 02월 21일, 서면 어느 카페에서

인터뷰의 답변은 간결성을 위해 단답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모여가- 라움건축 / 윤준환 제공]

Q. 2018년도부터 꾸준하게 인스타를 운영하시면서, 1.3만 명의 팔로워가 생기실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하고 계시는데 처음 인스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원래는 SNS를 거의 하지 않았다. 수년간 작업을 해오면서 가지고 있는 많은 사진 파일을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젠 작업물을 보여줘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글을 장황하게 쓰는 것보다는 담백하게 사진으로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Q. 언제부터 건축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제 모교인 동아대에 건축 사진동아리 ‘아키포토’에 햇수로 10년째 되는 해에 활동하게 되었다. 우연히 졸업 설계를 하는 해에 학과 사무실에 건축 사진 워크숍의 공지를 보고 참여를 하게 되었다. 3회째 워크숍이 진행되었었는데, 그 당시에 가장 유명했던 건축사진가 선배님들이 모여 부산에서 워크숍을 열게 된 것이다.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고 실습도 다녔었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게 직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깊게 하였다.

그때 워크숍에서 만났던 선배님들의 연락처를 직접 받아 연락을 드리며 찾아뵈었다. 그때 당시 IMF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선생님의 추천으로 광고사진 스튜디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평소엔 광고와 관련된 제품 사진을 찍고 틈틈이 건축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건축 사진 워크샵이 매년 열릴 때 참여하였고, 워크샵을 참여하는 것이 나에겐 휴가였다. 2년 정도 스튜디오 생활을 하였고 그때 당시 월급 30만 원을 받아 가며, 생활하였지만 너무 좋은 기억이다. 선생님께 돈을 빌려 그 당시의 뷰 카메라를 구입하여, 틈틈이 용호 농장 마을과 같은 곳에 촬영하며 트레이닝하였다. 스튜디오에서 나와 선배님이 ‘건축문화’ 잡지사에 추천해주셔서 메인은 아니었지만, 뉴스에 나오는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잡지사와의 작업이 이어져 왔다.

[기억의사원- 토마건축 / 윤준환 제공]

Q. 평소에 의뢰받지 않으셔도 여행을 가시거나, 휴식을 취하실 때 건축 사진을 촬영하시나요?

쉴 때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웃음). 클라이언트의 의뢰가 적었던 초반에는 기록하고 훈련하기 위해서 어떤 특정 사이트를 정해서 찍기도 하였다.

오륙도 앞 용호동의 용호 농장에서 촬영했던 적이 있다. 흔히 한센병이라고 문둥이 병이라고 불리는 환자들이 사는 곳이 있었다. 부산 시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곳이고, 언덕으로 둘러싸져 있다. 그 동네에서 양계장이나 채소를 농사하여 부산 시내에 공급하는 곳이었다. 그곳이 부산의 관문이었다. 부산으로 들어가는 모든 배들이 오륙도 앞을 지나게 될 때, 마을의 전체가 보인다. 어떻게 보면 산토리니처럼 언덕 위로 능선을 따른 슬레이트 집들이 펼쳐져 있고, 양계장이나 가공장이 많이 있었다. 그곳을 오랫동안 기록 작업을 했었다. 지금은 재개발이 되어 아파트가 들어섰다. 마음의 안식처처럼 방문하며 기록 작업을 하였다. 후배들과 함께 작업을 하기도 하고 철거가 되기 마지막 날, 동네에 남아있는 아이들과 축구를 하기도 하였다. 교회 마당에서 함께 놀기도 하고, 그곳엔 항상 있는 강아지도 있었다. 한 7, 8년 정도 작업을 했었다. 지금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사진을 찍는다(웃음).

Q. 사진 촬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가요?

-뷰이다. 어떤 대상을 바라보았을 때, 어떤 위치에서 이 건축물을 볼 것인가. 더 상세하게, 어떤 위치에서 x, y 좌표처럼 어떤 높이에서 촬영을 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마감 기한이 촉박하게 출품을 해야 하는 경우, 날씨가 좋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지만, 아닌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 세심하게 날씨를 분석해야 하고, 이 건축물을 보았을 때 몇 시에 보아야 가장 좋을 것인지를 분석하고 간다. 이렇게 많은 요소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뷰는 좋아야 하는 것이다.

[손양원기념관- 코마건축 / 윤준환 제공]

Q. 보정작업은 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포토샵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라이트룸을 사용하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이 포토샵을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 작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우리가 하는 작업은 보정이 아닌 조정에 가깝다. 전체적인 대조와 색을 맞추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은 리터칭의 수준이다. 대부분은 있는 그대로를 담아낸다. 다만 달라진 것은 불필요한 사물이 있을 때는 지우기도 한다(웃음). 디지털이기에 가능한 것이며, 필름 시절의 경우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들 덕에 디지털로 전환된 것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하는 것을 더 선호하시는 건가요?

-필름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전환된 것은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필름의 기록성과 필름이 왜곡이 없을 거라 생각을 하지만, 필름은 대상의 모든 정보를 담지 못한다. 또한 필름의 관용도에 따라서 디테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어 빛이 너무 어둡게 들어오거나 밝게 찍힌 사진은 필름 사진에서는 디테일을 볼 수 없다. 우리가 실제로 보고 있을 때는 어두운 부분에 있는 사물까지 보이지만 필름 사진 속에서는 어둡게 나온 부분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모든 정보를 담아낼 수 있기에, 포토샵 작업을 통해서 계조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보고 있는 그대로 정보를 담아 내기 때문에, 더 사실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작업에 따라서 많은 왜곡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더 정직하게 디지털카메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작가 개개인의 기준에 따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중점으로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작가마다 다양한 표현을 보여줄 수 있기에 되었다는 점도 장점이다.

[리븐델- 이뎀도시건축 / 윤준환 제공]

Q. 사진 촬영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전문작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차이점은 노이즈의 차이이다. 전문작가들은 모바일 화면에서 대형 광고까지 큰 출력물로 나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 작업하기에 좋은 화질의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은 조금은 둔감한 편일 것이다. 그리고 앞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 중에 뷰포인트도 있었지만 적절한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 건축물의 재료에 따라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 몇 시에 촬영할지에 대한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재료와 건축물의 방향과 형태 등등의 판단으로 촬영한다. 건축물을 촬영하는 것은 단순히 감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정보를 가지고 있기에 정확하게 정보 전달을 하면서 디자인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설계를 작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고생해서 만든 결과물을 설계할 때 특정 장면을 상상하면서 디자인을 구상하였을 텐데, 그러한 장면들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서 뷰포인트와 타이밍 등을 깊게 고민하여야 한다. 그리고 건축가에게 받은 건축물의 개요, 평면도, 배치도, 현장 사진, 스케치업 사진 등등을 분석하여 단순히 이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건축가와의 대화를 통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둔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공간의 사진 촬영을 한다.

많이들 오는 질문이 몇 시에 촬영하면 좋은지에 대한 것이다. 다 다를 것이다(웃음).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맞춰 뷰포인트에서 촬영하는 것. 이것이 아마추어와 전문사진작가의 차이일 것이다.

[두구동주택- JMY Architects / 윤준환 제공]

Q. 사진도 감각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재능과 노력 중 무엇이 건축사진가로서 무엇이 더 가능성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노력이라 생각한다. 더 직관적으로 숙련도라 할 수 있다. 충분히 훈련을 통해서 기를 수 있고 직관적으로 바라 볼 힘을 기르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Q. 좋아하는 일이 직업으로까지 삼는 것에 많은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이면서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함에 있어 열정이 있을 것이고, 이를 버틸 힘을 가질 것이다. 오랫동안 트레이닝을 하면서 숙련도가 쌓여 먹고살 수 있는 능력치가 생길 것이다. 이때, 돈은 따라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쫓는다면 당장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벌 수 있지만, 멀리 바라보았을 때, 어느 순간 월급을 받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담아내면서 작업을 하고, 그 건축가가 성장하여서 좋은 클라이언트들을 만나서 이것 또한 기쁜 일이 될 것이다.

후배 작가들에겐 늘 많은 작업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필름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로 스냅사진을 찍는 세대라 삼각대를 두고 찍는 경험들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로 찍는 경우 엄청난 양의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들이 있다. 나는 작업을 할 때, 많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 하나하나 신중하게 정리하면서 촬영한다. 충분히 건축가와 소통을 하고, 공간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분석하여 촬영하기 때문이다.

Q. 건축사진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전공이 사진을 전공의 학생들인가요?

-종종 건축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분들의 연락을 받는다. 사진 전공인 경우도 있고 건축 전공,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에서 건축 전공 학생들과 사진 전공하는 학생들의 차이가 보인다. 사진 전공하시는 분들이 싫어하실 수도 있지만 건축 사진을 작업하기 위해서는 건축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로 한다. 의사소통의 문제도 있고, 단순히 이쁜 것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Sagrada Familia- Gaudí / 윤준환 제공]

Q. 작업하셨던 건축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축물이 무엇인가요?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부산시청과 협업하여 촬영을 진행하고, 관광객 없이 촬영을 시작하였다. 그 당시 부산시와 바르셀로나시가 자매도시로 연결되어있어 부산건축문화제 전시를 할 때 바르셀로나 사진을 전시 할 기회가 있었고, 사진을 받아올 수 있었지만, 오리지널을 만들기 위해 직접 방문하였다. 20일 정도 가우디 건물 13개를 촬영하였다. 그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피게레스 저택에 들어가 촬영하기도 하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들어갔을 때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촬영하였다. 공간이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을 훔칠 정도였다.

Q. 건축사진가의 직업의 장점은 남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공간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네요.

-이 일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건축을 좋아해야 하고, 공간에서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사실 들어가기가 어려운데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최상의 상태에서 공간을 오로지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다.

Q. 작가님이 담아내고 싶은 사진, 슬로건은 무엇인가요?

카메라와 사진은 건축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건축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것이다. 인물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의 형상이나 인물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기에 그 대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대상에 여유를 가진 사진 촬영을 한다. 너무 타이트하게 잡은 사진이라면, 사용하기에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매체들과 협업을 하다 보면 추가 사진을 요구받는 경우에 맞춰서 좀 더 여유 있게 담아 둬야 편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겠다는 것을 느낀다. 상황에 따라 이미지가 사용될 수 있게 작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가 추구하는 슬로건은 강약을 가지는 풍부한 계조가 담겨있는 사진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밝은 하이라이트부터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연한곳에도 디테일의 흔적이 있어야 하고, 나무의 결이 약간이라도 보여야 하는 것이다. 건축가는 디자인할 때 하나하나 재료에 신경쓰며 디자인을 하였을 텐데, 재료의 정보성이 보일 수 있게 개조가 살아있어야 한다.

건축가의 의도를 최대한 담은 사진을 찍는다. 상황에 따라 건축가가 의도한 대로 공간이 사용되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통제할 순 없겠지만 건축가가 의도한 상황을 만들어 촬영을 진행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다.

[Two Triangle- 아키텍 K / 윤준환 제공]

Q. 추상적인 질문이지만, 좋은 사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먼저 좋아하는 사진이어야 한다. 내가 확신을 두고 있는 좋은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좋은 사진으로 공감을 이끌어 낼수 있기 때문이다.

Q. 건축사진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팀원들과 사진도 중요하지만, 건축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 종이매체 또한 아직 지속적이며 중요하지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맞춰 건축 영상 촬영에 힘쓰고 싶다. 모바일에서 움직임을 볼 수 있는 매체에서는 영상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내 생각이 담긴 건축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논스페이스- 온건축 / 윤준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