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 DELFT 유학부터 Barcode Architects까지_이의정님 이야기

INTRO

건축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유학, 그리고 그 경험을 실무로 이어가고 있는 이의정 님은 TU Delft 졸업 후 네덜란드에서 건축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유학 준비 과정부터 학교 생활, 취업 이야기까지— 비슷한 길을 고민 중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로테르담 Barcode Architects에서 일하고 있는 이의정입니다.

 

 

Q. 유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사실 학부를 졸업하기도 전에 결정한 유학이었습니다. 막연히 설계 스튜디오에 대한 갈증과 다른 문화권에서, 특히 건축사에서 주류로 다뤄지는 서구권 국가에서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다양하고 폭넓은 건축에 대한 관심사를 더 다뤄보고 확장시켜보고 싶었습니다. 주거 건축, 비정형 건축, 건축 역사 등 분야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TU Delft)에서 유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교나 국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도 알려주세요.

 

A. 저는 건축의 특정한 한 분야에 깊이 관심이 있다기보다 전체적인 건축이라는 학문을 더 탐구해보고 싶어서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스튜디오가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건축의 조형성이나 공간감 같은 미학적인 부분과 구축성과 같은 조금은 더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역사 이론적인 부분을 다양하게 맛보고 싶었습니다. 델프트 공대는 이런 면에서 다양한 성격의 스튜디오를 매 학기 선택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는 제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학교를 선택하는 데에는 QS 랭킹도 참고했습니다. 종합적인 만족도는 보장해 준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학교의 명성이나 평판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학은 그 나라의 문화에서 살아가는 것이기에 자신의 성향과 그 나라의 생활 방식, 기후 등이 잘 맞는지도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Q. 유학 준비 과정의 타임라인이 궁금해요. (언제, 어떤 식으로 준비했는지)

 

A. 저는 한국에서의 학부 5학년 2학기가 시작할 2022년 9월 어학 공부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해서 온라인 강의와 온라인 첨삭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10월부터 12월까지 토플과 포트폴리오를 병행했습니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 준비한 것은 아니어서 막바지에는 어학과 포트폴리오 모두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23년 3월 즈음 지원했던 곳들의 결과를 들었습니다. 저는 거의 3~4개월 동안 단기간에 준비한 케이스인데, 너무 완벽하려 하기보단 자신이 지향하는 건축을 시각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포트폴리오로 풀어내는지, 그리고 적정 이상의 어학 점수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델프트에서의 건축 석사 과정은 어땠나요? (수업 방식, 스튜디오 분위기, 느낀 점 등)

 

A. 수업 방식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델프트의 전체적인 학풍은 토론과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건 한국과 다른 점 같아요. 스튜디오 분위기는 자유롭고 학생들 각자가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면 최대한 그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전개할 수 있게 격려해 줍니다. 하지만 학생 본인이 의지가 없고 게을러진다면 먼저 관심을 가져주거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튜터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졸업 스튜디오는 특히 스튜디오 외부의 연구실이나 다른 학과 혹은 다른 기관과의 협업을 권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가이드라인 없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익숙해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그러한 분위기에 익숙해지면서 한층 성장했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Q. 유학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지금 와서는 델프트에서 처음으로 한 프로젝트인 MSc 1의 Fundamentals of Housing Design 스튜디오에서 한 집합주거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열 명가량의 그룹이 마스터플랜을 계획하고, 두 명씩 짝을 지어 부지 하나씩을 맡아 집합주거 디자인을 했습니다. 저희 팀은 주거 건축의 외부공간에 대한 고찰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사적인 외부 공간이면서 네덜란드 주거 건축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발코니를 가진 각 주거 유닛을 잇는 갤러리가 뻗어 나갑니다. 이 갤러리들은 다시 커뮤니티 공용 옥상 테라스들을 연결하며 뻗어 나가고, 이러한 외부 공간들은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커뮤니티 길로 확장됩니다. 건물을 두 겹으로 가르는 커뮤니티 길이 건물이 면하는 공원과 수변길로 확장된다는 아이디어가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었습니다.

 

또 재밌었던 점은 이 프로젝트를 레빗 엔지니어 경력이 있는 친구와 같이 협업한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인 규제나 실현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는 매우 다른 성향의 친구와 처음으로 레빗을 사용해 집합주거 설계를 하며 힘든 만큼 배운 점도 많았던 프로젝트입니다.

 

 

Q. 유학 이후 네덜란드에서 인턴십과 취업을 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A. 석사를 졸업하고 나서 네덜란드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 일자리를 알아봤는데 인턴십 경력조차 없던 상태여서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인턴십을 구해 스키담의 작은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3개월가량 일했던 시점부터 포트폴리오도 다듬고 인턴 경력도 넣어서 다시 다른 회사들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일하는 곳에서 오퍼를 주어서 좋은 기회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현재 회사(Barcode Architects)에서 맡고 있는 업무와 경험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궁금해요.

 

현재 다니는 회사는 로테르담에 있는 Barcode Architects라는 회사로, 마스터플랜부터 공공건축, 고층 주거 타워 등을 주로 하는 곳입니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암스테르담의 Sluishuis와 로테르담의 Casanova가 있습니다. 저는 Junior Designer로 복합 주거 프로젝트의 주로 SO 단계에서 초기 디자인에 많이 참여하며 컨셉 계획, 볼륨 스터디, feasibility study 등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잡는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직 일한 지 3개월가량밖에 안 되었지만 로테르담, 아인트호벤, 우트레흐트 등 다양한 지역의 주거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Q. 유학 및 취업 과정에서 한국과 유럽(네덜란드) 건축 문화의 차이를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학교, 실무 모두 포함해서)

 

A. 일단 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구조 계산을 통해 각자 프로젝트의 구조 설계를 하거나, 기본적인 상세 도면은 곧잘 그려내는 친구들을 보고 네덜란드 건축 교육은 실용적인 공학 지식이 바탕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한 이러한 밑바탕에 학생들의 프로젝트에서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높게 쳐준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무의 가장 큰 차이는 소통의 방식과 위계질서였습니다. 일단 네덜란드는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직설적이고 명확한 소통을 지향합니다. 또 학교나 직장에서도 형식적인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습니다. 대체적으로 서로를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직책과 상관없이 서로 원하는 바를 비교적 더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Q. 네덜란드에서 건축 일을 하며 느끼는 개인적인 보람이나 재미는 무엇인가요?

 

주니어 직책임에도 규모 있는 프로젝트의 매스 안을 제안하는 등, 좋은 건축물이 지어지는 데 일조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건축뿐 아니라 문화적, 개인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며 스스로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나요? (회사 내에서, 혹은 더 장기적으로)

 

A. 사실 아직은 새로운 회사에서의 위치를 찾아가고 새롭게 배워가는 단계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집합 주거 건축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로서는 다른 건축 유형이나 분야도 흥미가 있지만, 결국 사람이 사는 것에 가장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거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가 현대 주거 건축사에서 중요한 나라인 만큼 이곳의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거 건축 문화를 체득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네덜란드에서 일하는 동안 건축사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건축 유학이나 해외 취업을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조금이라도 해외 유학이나 취업에 흥미가 생기고 여건이 된다면 한 번 도전은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언어의 차이 외에도 문화적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사는 것이 한국에서의 삶과는 다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것이 길게 보면 건축을 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OUTRO

유학과 해외 취업은 단순한 이력 이상의 경험을 만들어줍니다.

설계에 대한 시각이 넓어지고, 건축을 둘러싼 문화적 맥락에 대해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건축이라는 긴 여정을 걷고 있는 분들께 작지만 분명한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