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Lab 남정민 교수, 건축과 교육을 말하다

INTRO

이번 아티클에서는 2018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신 남정민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남정민 교수님은 현재 고려대학교에 교수로 재직하며, OA-Lab 건축연구소를 통해 활동하고 계십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 설계 석사학위를 받으셨고, 이후 KVA, OMA, Safdie Architects 등 다양한 사무소에서 인턴과 실무경험을 수행하셨습니다. 하버드대학원에서 졸업논문상 파이널리스트(2등), 2009 AIA 미국 건축가협회의 주택공모전 대상, 2015 AIA 미국 건축가 협회(국제 챕터) 건축 부분 대상, 2018 젊은 건축가상 등 다수의 수상을 하셨습니다. 건축가이자 교수님이신 남정민 교수님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INTERVIEW

Q. 교수님께서는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셨을 만큼 주목받는 건축가이신데요, 교수님께서 ‘건축’을 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A. 사실 큰 계기는 없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고, 대학에 가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죠. 건축가가 되고 싶어서 건축공학과에 진학한 건 아니었어요.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지만, 물리학이나 의예과는 저와 맞지 않을 것 같았고, 만화 그리기를 좋아해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건축공학과를 선택한 게 시작이었네요.

 

당시에는 설계하시는 교수님들이 설계를 가르쳐주셨던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공, 역사 과목의 교수님들도 설계를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설계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서 사실 대학생 때까지도 제가 설계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군대를 카투사로 가게 되면서 미국 유학의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배운 게 건축밖에 없기 때문에, 설계로 유학을 가게 된 거죠. 미국은 당시 한국과는 달리 설계 중심 커리큘럼이었기 때문에 3년 반 정도 대학원에 있으면서 계속 설계만 했는데, 재미있고 적성에도 잘 맞더라고요. 당시에도 설계는 야근이 잦고 월급도 적다고 악명이 자자했기 때문에 한 100명 중 3명 정도가 설계를 선택했었죠.

 

제 목표 자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을 해 봤을 때, 우선 만화는 학교 신문사 만화 연재를 1년 해보니 매주 마감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건축은 큰 마감은 한 달 반에 한 번 정도다 보니 좋아하는 일이면서도 힘들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건축을 하게 된 게 여기까지 온 것 같네요.

 

 

Q. 건축가가 꿈은 아니었으나, 좋아하는 일을 찾다 보니 건축가가 되신 거군요! 그러면 교수님의 어릴 적 꿈은 있으셨나요?

 

A. 그렇죠.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 되는 걸 찾고 있었던 차에, 설계가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된 거죠! 대학교 가기 전에는 건축가나 설계에 대해서도 사실 잘 몰랐기 때문에 건축공학과를 선택할 때는 공학적으로 건축물을 만드는 것만 생각했지, 설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는 다른 장래 희망 같은 것은 딱히 없었지만, 사실은 인디아나 존스처럼 세상을 탐험하고 숨겨진 비밀을 찾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네요.

Q 교수님께서는 건축가이실 뿐만 아니라, 교수님으로서 이렇게 학생들도 가르치고 계시는데요,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미국의 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독립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졌어요.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건 처음에는 독립을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많은 교수님들께서 설계를 연구로 삼고 가르치는 것을 보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저 역시 그런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설계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더욱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설계를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행정 업무도 많지만, 그래도 제가 원하는 설계와 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제게 큰 보람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Q 그러면 건축가로서의 활동과 교육자로서의 활동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거네요!

 

A. 맞아요, 시너지가 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미국과 상황이 달라서 한계는 있어요. 한국에서는 건축학과 교수가 되면 논문을 써야 해서 설계를 못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실제 설계 경험이 있어야 크리틱이나 교육 커리큘럼을 현실적으로 짤 수 있거든요. 설계하면서 건축물이 도시와 사회에서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건축 공간에 대한 고민과 방향 설정을 하게 되면, 그게 자연스럽게 교육에도 반영돼요.

아직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순환 단계는 아니지만, 건축가로서의 경험이 교육 커리큘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교수님께서는 식물을 접목한 리빙 브릭이나 외벽에 식물을 심는 등, 도심에 자연을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계시는데요. 이런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고,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영감은 주로 관찰에서 얻어요. 제가 사는 동네나 여행하면서 관찰한 것들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건축 컨셉은 갑자기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현실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공간적으로 풀어내는 데서 나오죠. 저는 건축물이 자연을 밀어내는 방향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도 자연을 잘 활용하면 기존 생태계와 함께할 수 있어요. 서울만 봐도 산과 한강, 공원이 많잖아요. 그래서 건축 설계할 때도 처음부터 자연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해요.

 

 

Q 좋은 건축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건축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요.

 

 

A 저는 건축이란 ‘관계 설정’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건축은 단순히 예쁜 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이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중요해요. 형태는 기본적으로 보기 좋아야 하지만, 더 자주, 더 즐겁게 사용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해야 해요. 또한, 그 건물이 주변 환경과 이웃 건물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도 중요해요. 결국, 건축은 긍정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건축가는 형태를 통해 이러한 관계를 풀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Q 평소에 교수님께서 설계를 하실 때 혹시 교수님의 설계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으신가요?

 

A 설계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방향성 설정이에요. 모든 문제를 다 고민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주제를 중요하게 다룰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 주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할지도 많이 고민해요.

 

 

현실적인 설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제도적인 문제와 기술적인 제약이에요. 특히 공공건축의 경우,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비나 지원이 부족해요. 설계비나 건축가의 역할, 대가 등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또한, 실험적이거나 복잡한 설계를 지원해 줄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교수님께서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설계도 하셨는데, 한국과 비교했을 때 건축에 대한 인식이나 설계 작업에서 차이점이 있나요?

 

A 네, 저는 미국에서 오래는 아니고, 약 7년 반 정도 있었어요. 4년은 학생으로, 3년 반은 실무를 했죠. 가장 큰 차이는 사회적, 문화적 인식인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아키텍트’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건축가에 대한 인식도 매우 좋아요. 일반인들도 건축가의 이름을 알고, 건축물이 잘 지어졌을 때의 가치를 인정하죠. 다만, 미국에서도 건축가는 다른 엔지니어링 분야에 비해 연봉이 낮은 것 같아요.

 

Q 그러면 미국에서 건축사 자격을 따는 것과 한국에서 따는 것이 많이 다른가요?

 

A 네, 다르긴 해요. 한국에서는 ‘건축사’라는 명칭이 잘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이 설계자님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건축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죠.

 

경제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건축가의 연봉이 다른 엔지니어에 비해 낮지만, 건축은 디자인 분야에서 직업으로 확립된 유일한 분야라, 다른 디자인 직업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요. 건축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 같네요.

 

Q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프로젝트 이야기를 조금 해볼 건데요, 교수님의 프로젝트 중에서 교수님께서 특별히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 있나요?

 

A 사실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은 없어요. 제 기대가 항상 100인데, 결과가 보통 70~80 정도로 끝나니까요. 그래도 몇몇 프로젝트에서 보람을 느낀 적은 있어요.

 

 

예를 들어, 엘리 하우스라는 다가구 주택 프로젝트는 설계와 시공에서 제약이 많아서 원래 계획대로 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건축주와 지나가는 사람들이 집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보람을 느꼈어요.

 

 

또 엘로우 풋 아파트도 제가 원래 계획한 것과는 좀 달리 완성되었지만, 거주자들과 동네 주민들이 조경과 밝은 환경을 좋아해 주셨고, 이 경험이 앞으로 조경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Q 그러면 지금까지 교수님의 프로젝트 중에서 대표작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딱히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건 없어요. 예전에는 리빙 프로젝트가 대표작이 되기를 바랐는데, 최근에는 한계가 보여서 잠시 멈춘 상태죠.

 

 

지금은 리빙 페이스라는 전시 프로젝트가 제 개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는 다세대 주택과 상업시설을 결합한 디자인으로, 실제 건물은 아니지만 제 방향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도시 개발에서 아스팔트 같은 불투수성 표면 대신, 식물과 자갈 같은 투수성 표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 문제와 온도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건축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느끼고 있고. 그래서 리빙 페이스가 제 방향성과 잘 맞는 것 같아요.

 

Q 교수님께서 학교나 교육 쪽 프로젝트도 많이 하시던데, 어려운 조건임에도 맡으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요즘은 학교 프로젝트를 많이 안 하고 있어요. 예전에 꿈담 프로젝트도 했었는데, 한계가 있어서 이제는 그만두었어요.

 

 

하지만 학교 프로젝트를 맡았던 이유는 보람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경복고등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공간을 너무 좋아하고, 공간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더라고요. 현장에서 계속 신경 쓴 것도 그 공간이 잘 변하기를 바라서였죠.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 건축가로서 큰 기쁨을 느끼고, 그 가치를 알게 되니까 계속 참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이 맞는 곳은 같이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A 우선, 이 분야를 선택하셨다면 본인의 적성과 직업이 잘 맞는지 생각해 보세요. 내가 원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건축 분야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많죠. 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비 산정과 제도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겪을 수 있어요.

 

그래서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끈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 분야는 1~2년 만에 성과를 내기 힘들어요. 보통 5년, 10년, 심지어 20년 이상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의 제약이나 요구가 많아서 힘들 수도 있어요.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지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Q 추가로 교수직을 하면서 설계를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도 조언해 주실 수 있나요?

 

만약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욕심이 없다면, 교수직과 설계를 병행하는 것이 매우 좋은 선택일 수 있어요. 하지만 학교마다 다르니까, 설계를 허용하는 학교를 찾아야 해요. 어떤 학교는 교수에게 설계를 금지하거나 논문을 많이 쓰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교수직을 하면서 설계를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연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직이 단순히 직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그 열정을 가지고 교수직을 수행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교수가 되더라도 설계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질 수 있어요.

 

결국, 교수직과 설계 둘 다 잘하려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OUTRO

남정민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설계를 병행하시는 교수님의 솔직한 이야기와,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신 건축가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긴 이야기 들려주신 남정민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이번 아티클이 많은 분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