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ster + Partners 최종인님을 만나다

INTRO

이번 아티클에서는 Foster + Partners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건축가 최종인님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최종인님은 한국에서의 학부 및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AA School의 EmTech 과정에서 실험적인 디자인과 제작을 탐구했고, 현재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입니다. 실무와 연구, 교육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는 최종인님의 여정은, 건축을 통해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통찰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유학과 해외 실무를 준비하는 과정, 글로벌 사무소에서의 경험, 그리고 앞으로의 건축적 방향성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1. 안녕하세요. 최종인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저명한 플랫폼인 렉터스를 통해 제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저는 현재 영국 런던에 위치한 건축 설계사무소 Foster + Partners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종인입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한국에서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소규모 아뜰리에 사무소에서 1년간 실무를 경험하며 건축 디자이너로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막연하게 꿈꿔왔던 해외 유학을 영국 런던의 AA school 에서 마치고, 졸업 후 운이 좋게 Foster + Partners에 입사해 현재까지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무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Q2. 건축을 전공하게 된 계기와, 건축가로서 지금까지의 진로를 결정짓는 전환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건축가가 되어야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진로를 결정해야되는 순간이 되었을 때,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만들고, 손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던 제 성향을 돌아보며 자연스럽게 건축이라는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막연한 흥미로 시작한 선택이었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본격적으로 건축공부를 하면서 점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제가 고민하고 시도한 만큼 결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그 과정 자체가 저를 몰입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대학 시절을 꽤나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로의 전환점으로는, 대학 시절 경험한 두 번의 해외 프로그램과 졸업 후의 실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같아요. 미국 하버드 대학교 건축학과를 방문했을 때, 스튜디오 분위기와 학생들의 건축에 대한 열정에 감명을 받았고. 이어진 유럽권 어학연수에서는 다양한 시대와 양식의 건축물을 직접 체험하면서 건축에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후 소장님과 저 뿐인 작은 아뜰리에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제한된 자원과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도전적이면서도 보람 있었고, 동시에 더 넓은 세계에서 다양한 건축적 가능성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확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그 경험이 유학과 해외 취업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3. 한국에서의 실무 경험이 이후 유학이나 현재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많은 5학년 건축학생들이 그렇듯, 졸업을 앞두고 저도 ‘소규모 아뜰리에에서 일할 것인가, 아니면 대형 설계사무소에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졸업 전 인턴십을 통해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사무소를 경험해 볼 수 있었고, 언젠가 해외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어요. 결국 저는 건축이라는 작업의 전체적인 프로세스 – 아이디어 발상부터 실제 시공까지- 를 짧은 시간 안에 경험해보기 위해 정말 작은 아뜰리에에서 일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를 통해 들어간 그 사무소에서 프로젝트의 거의 모든 단계에 참여할 수 있었고, 짧지만 매우 밀도 높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무리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다뤄야 할 디테일이나 재료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고 복잡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컨셉 디자인부터 수차례 수정 과정을 거쳐 최종 납품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경험하면서 실무적으로 정말 많을 걸 배웠고, 동시에 ‘해외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궁금증은 제가 선택한 석사과정, AA School의 EmTech프로그램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석사과정은 재료에 대한 실험적 접근과 이해, 그리고 실제 디자인 결과물을 어떻게 제작 (Fabrication) 해야하는가에 대한 탐구에 중점을 둔 학과입니다. 전통적인 방법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제작 방식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실무에서 느꼈던 고민들을 이론과 실험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Q4. Architectural Association (AA school)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커리큘럼으로 유명한데요. 이 과정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실제 경험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A School은 학부 시절부터 늘 들어왔던 학교였습니다. 실험성과 창의성 면에서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동시에 전통적인 건축 교육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늘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선택한 EmTech (Emergent Technologies and Design) 과정은 기술적 탐구와 디자인적 실험이 결합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고, 제가 실무에서 느꼈던 디자인과 제작, 재료 간의 관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는 갈증을 채워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연 시스템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나 패턴, 재료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건축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주로 배우면서, 단순히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작(Fabrication) 가능성과 기술적 구현까지 연결짓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학기 동안에는 디지털 시뮬레이션, 재료 실험, 로보틱스와 3D 프린팅 같은 첨단 제작 기술을 직접 다뤄보며 디자인과 기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 과정이 단순히 ‘창의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이 사회나 환경과 맺는 관계, 그리고 기술이 그것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했다는 점입니다. 수업을 통해 저는 건축가로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만큼이나, ‘왜 그렇게 설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게 되었고, 이는 제 디자인 접근 방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EmTech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석사 과정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로 작동 가능한 구조로 구현되는 과정을 통해, 저는 기술과 디자인 사이의 균형에 대한 감각을 체득했고, 지금도 실무에서 그 통찰을 계속 활용하고 있습니다.

 

 

Q5. AA school의 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나 배움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희 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매년 실제로 디자인한 Geometry를 1:1스케일의 파빌리온 형태로 제작해 전시를 한다는 건데요. 내부 심사를 거쳐 선별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와 구조적 실험이 이뤄지며, CNC나 로봇 암(Robot Arm)을 활용한 디지털 제작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디자인 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재학 중일 때는 코로나로 인해 해당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지만, 윗 학년에서 진행된 파빌리온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설계부터 가공, 조립, 설치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면서, 팀워크와 공정 계획, 재료의 한계 등을 몸소 배우게 되었고, 특히 디지털 툴을 실제 제작에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Q6. 한국에서의 건축 교육과 AA School에서의 교육 방식 사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차이점은 ‘정답을 찾는 방식’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한국의 건축 교육은 비교적 구조적이고, 일정한 틀 안에서의 완성도와 논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과제를 수행할 때도 명확한 목적과 요구사항이 주어지고, 그에 맞는 해석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실무를 염두에 둔 교육인 만큼, 실현 가능성과 디테일의 정교함이 평가의 핵심이었던 것 같아요.

 

반면, AA School은 질문 자체를 재구성하고,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교수진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더 깊고 넓게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줬어요. ‘왜 이 문제를 이 방식으로 접근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교육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논리적 사고뿐 아니라, 재료 실험, 디지털 툴, 환경 분석 등을 통해 물리적으로 증명해내야 했기에 훨씬 입체적이었고, 때론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그만큼 자율성과 몰입도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제 건축적 사고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전에는 ‘좋은 건축’이란 기술적으로 잘 설계되고, 실현 가능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왜 이 공간이 필요한가’, ‘어떤 방식이 이 맥락에 가장 적절한가’를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서양권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재료에 대해 실험하고,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문화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Q7. Foster + Partners 입사를 준비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인터뷰 등,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Foster + Partners는 예전부터 늘 관심을 갖고 있던 회사였고, 특히 기술적 디테일과 대규모 프로젝트에서의 설계 완성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이 인상 깊었습니다. 입사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접근하고, 어떤 비전을 추구하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잘 꾸미는 것을 넘어서,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는 시각적 완성도뿐 아니라 논리적인 흐름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려 했습니다. 각 프로젝트마다 “내가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해결했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도록 했어요. 비주얼 자체가 인상적이더라도 그 안에 담긴 ‘생각의 깊이’가 드러나지 않으면 평가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회사의 핵심 가치인 지속가능성, 기술 기반의 디자인, 글로벌 협업과 맞닿아 있는 부분은 더 부각시켜 구성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실무적인 경험과 팀워크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 특히 “협업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가”, “디자인 아이디어를 클라이언트나 팀원에게 어떻게 설득했는가” 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는 질문도 받았어요. 저는 가능한 한 구체적인 경험을 들어서 설명하려고 했고, 무엇보다 겸손하면서도 자신 있는 태도, 그리고 유연하게 배우고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어필하려고 했습니다. 기술이나 실력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일원으로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많이 보는 것 같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와 인터뷰 모두 ‘내가 잘한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고민하고, 실패하고, 다시 풀어갔는가를 진솔하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방식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Q8. 세계적인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느낀 가장 큰 배움이나 도전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의 건축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Foster + Partners와 같은 글로벌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단순히 ‘큰 회사에서 일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건축이 얼마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조율의 산물인지에 대한 인식이었습니다.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저는 디자인만큼이나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능력, 그리고 다양한 팀과의 협업 속에서 균형을 잡는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습니다.

 

 

특히 글로벌 스튜디오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시간대, 문화, 언어를 가진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단순한 도면 작업을 넘어서 ‘의사소통 능력’과 ‘조율 능력’도 건축가의 핵심 역량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때로는 디자인보다 커뮤니케이션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많았고, 이 과정에서 저는 ‘좋은 건축’이란 단순히 잘 만든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가치가 균형 있게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도전적인 부분도 분명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속도감 있는 업무 환경과 높은 기대치에 압박을 느끼기도 했고, 특히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집착보다 유연한 사고와 열린 태도가 더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건축 철학이라는 표현이 약간 거창하긴 하지만,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이 프로젝트가 놓이는 맥락과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결국 건축은 혼자서 완성하는 예술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의 협업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든, 늘 중심에 두고 가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9.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건축적 주제나, 장기적으로 그리고 계신 커리어 방향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는 건축가로서 ‘기술’과 ‘디자인’ 사이의 균형을 이해하고 익히는 데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그 기술과 디자인이 어떤 사회적, 환경적 맥락 속에서 작동해야 하는지에 더 깊은 관심을 두고 싶습니다. 특히 저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단순히 재료나 에너지 효율을 넘어서 지역성과 사람의 삶, 건축이 맺는 관계성 자체를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적 실험’과 ‘로컬 이슈’를 연결할 수 있는 건축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지역의 전통적 건축 방식에 최신 제작 기술을 접목하거나, 자연재료와 디지털 툴을 결합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똑똑한 공간을 설계하는 방법 등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의미 있는 공간을 남기는 것이 제게는 앞으로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실무자로서의 경력만 쌓기보다는 연구와 교육, 실험적인 건축 프로젝트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며 활동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하며, 건축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의 오랜 목표입니다. 그 과정이 꼭 한 나라나 한 도시 안에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다양한 맥락 속에서 유연하게 사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건축가로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건축 유학이나 해외 실무를 고민하는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해외 유학이나 실무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거예요. 저 역시 그랬고, 지금도 어떤 선택이 ‘정답’이었는지는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낯선 환경에 몸을 던졌던 그 경험들이 제 시야를 넓혀줬고, 제 생각의 틀을 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유학이든 실무든, 해외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스펙을 쌓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문화와 시스템 속에서 나만의 건축 언어를 다듬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도전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언어, 문화, 비자 문제, 재정적인 부담 등 현실적인 장벽이 많고, 때로는 그 장벽들 때문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출발하려 하기보다는, 불완전해도 일단 시작해보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영어가 유창하지 않았고, 포트폴리오도 처음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하나하나 부딪히면서 점점 방향이 보이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주변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의 ‘속도’와 ‘방향’을 믿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건축이라는 길은 길고도 복잡한 만큼, 빨리 가는 것보다 꾸준히 자신만의 관점을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껴요. 낯선 세계에서의 도전은 분명히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은 정말 값진 경험이 될 거예요.

 

 

OUTRO

최종인님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이 단지 공간을 설계하는 작업을 넘어 사람, 기술, 맥락 사이의 깊은 조율이자 대화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은 아뜰리에에서의 밀도 높은 실무 경험부터, AA School에서의 실험적 교육, 그리고 현재 Foster + Partners에서의 글로벌 협업까지—최종인님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사고 구조와 건축 언어를 성실하게 다듬어가고 계셨습니다.

 

종인님은 디자인뿐 아니라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능력’과 ‘조율과 소통의 감각’을 건축가의 중요한 역량으로 강조했으며, 기술적 실험과 사회적 맥락을 연결하는 건축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인터뷰가 유학, 실무, 건축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방향성과 영감을 제공하길 바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질문과 실험으로 건축의 지평을 넓혀갈 최종인님의 여정에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