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Designer Final] ‘인터랙티브’에 관하여 with 유장우 작가님
INTRO
이번 마지막장에서는 단순한 기능의 숙련을 넘어,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예술적 물성을 획득하고, 나아가 우리가 정주하는 물리적 공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탐구해 보고자합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인터랙티브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하고 계신 교육자이시자 미술작가이신 유장유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기술과 예술의 공간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가님의 작업 비하인드와 미디어, 그리고 건축 공간의 깊숙한 관계성에 대한 대화를 전합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최근 어떤 작업과 활동에 집중하고 계시는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미디어 테크놀로지라는 가변적인 매체를 통해서 동시대의 예술적 언어를 탐구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유장유입니다.
저는 기술과 자본, 그리고 다양한 시스템이 우리의 지각과 감각, 신체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조직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작업해 왔습니다. 특히 동시대 기술 환경의 발전과 자동화의 확산은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점점 더 시스템 안에서 조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자신의 자유로운 결정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사회적·기술적 구조가 미리 설계한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구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직접 감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불확실성’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불확실성은 경제와 기술, 정치, 미디어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통되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전가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상태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일상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그것이 우리의 감각과 신체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쉽게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데이터를 감각적 경험으로 변환하는 신작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관객의 신체와 공간의 환경이 함께 변화하도록 설계하여, 관객은 그 원인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미세한 긴장과 불안, 혹은 감각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동이 신체에 남기는 흔적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드는 시도입니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구조를 감각 가능한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현재 제 작업의 핵심적인 관심사입니다.

Q. 작가님께서 작품 활동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나 핵심적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A: 제가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상황의 이면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날 기술과 자본의 시스템은 우리의 선택과 행동, 감각을 끊임없이 조직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고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저는 예술이 이러한 익숙함을 잠시 멈추게 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현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설명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술과 자본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이미 많은 이론과 담론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저는 사회 구조를 해설하거나 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관객이 자신의 신체를 통해 그 구조 안에 놓여 있음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사회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의 방식을 작업 안으로 옮겨옵니다. 데이터가 수집되고 분석되며 우리의 행동과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전시 공간 속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일상에서는 너무 익숙해 의식하지 못했던 작동 방식도 낯선 환경 속에 놓이는 순간 감각의 대상으로 드러납니다. 관객은 작품을 해석하기에 앞서 먼저 하나의 상황을 몸으로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그 이면의 구조를 다시 사유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Q. 이번 인터랙티브 프로그래밍 수업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진 TouchDesigner만의 매력과 이 프로그램이 미디어 아트 작업에서 가지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제가 생각하는 터치디자이너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다른 툴과 차별화되는 압도적인 강점은 ‘실시간성’과 ‘연결성’입니다. 과거의 프로그래밍 환경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텍스트 코딩 구조에 가려져 있어서, 창작자가 직관적으로 느껴야 할 시각적 피드백을 지연시키거나 생각을 끊어버리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터치디자이너는 노드 기반의 비주얼 프로그래밍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머릿속에 있는 상상이나 개념적인 아이디어를 복잡한 단계 없이 곧바로 형태로 구현하고 그 결과를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실제 미디어 아트 작업 필드에서 발휘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서로 다른 도메인의 신호들을 단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시간 비주얼 그래픽뿐만 아니라 사운드 신호, 그리고 아두이노나 다양한 하드웨어 센서 데이터 등 수많은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창작자에게 무한한 자유도를 부여합니다.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공간이 주는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시스템을 가변적으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상상을 현실의 실제 공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창작자에게 매우 강력하고 매력적인 도구가 됩니다.

Q. 많은 학생이 미디어 아트를 접할 때 이를 어떻게 실제 공간과 연결할지 고민하곤 합니다. 미디어 아트와 건축 공간의 관계성에 대해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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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는 미디어 아트에서 공간이 작품을 담는 ‘용기’가 아니라 작품의 일부, 나아가 작품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스크린 안의 영상은 관객이 밖에서 ‘보는’ 대상이지만, 공간 전체가 매체가 되는 순간 관객은 작품 ‘안에’ 놓이게 됩니다. 이 차이는 결정적입니다. 보는 것은 거리를 전제하지만, 안에 놓이는 것은 몸 전체가 개입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제 작업에서 공간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작동을 감각하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는데, 이때 감각의 통로는 시각만이 아닙니다. 공기의 진동, 온도, 빛의 밀도처럼 공간을 채우는 비가시적 요소들이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몸에 작용합니다. 건축 공간은 이런 요소들을 조율할 수 있는 조건이자 재료입니다. 벽의 반사, 공간의 부피, 관객의 동선 하나하나가 작품의 변수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스크린 밖’을 상상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내가 만든 비주얼이 모니터 안에 있을 때와, 특정한 크기와 재질과 어둠을 가진 공간에 놓였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가.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 미디어 아트는 이미지 제작이 아니라 경험의 설계가 됩니다. 공간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관객의 몸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학기 교수님의 [인터랙티브 프로그래밍] 수업을 수강하며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들과 작업물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혹시 종강 이후 학생들에게 추가로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A: 종강 이후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툴을 다루는 기술보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터치디자이너 같은 툴은 시간을 들이면 누구나 익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툴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는 툴 안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많은 경험을 쌓고, 책을 읽고, 인문학적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만들어집니다. 좋은 작업은 결국 그 사람이 세계를 얼마나 깊이 들여다봤는가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툴을 연마하는 시간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자기 바깥의 세계를 경험하고 공부하는 데 시간을 쓰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완성된 결과물은 그 순간의 산물일 뿐이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과정은 온전히 자기 안에 남아 다음 작업의 토대가 됩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과정에서 치열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반대로 그럴듯한 결과를 얻었어도 과정이 비어 있다면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자기만의 작업은 결과의 축적이 아니라 과정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Q. 기술과 예술, 그리고 공간을 융합하는 작업 특성상 개념을 시각화하거나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이 찾아올 때, 교수님께서는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얻거나 문제를 해결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는 일은 제 작업에서 예외가 아니라 일상에 가깝습니다. 개념적으로는 선명한데 그것을 구현할 기술이 마땅치 않거나, 반대로 기술은 작동하는데 감각적으로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제가 돌아가는 곳은 기술이 아니라 생각입니다. 저는 매일 떠오르는 생각을 저장하고, 그것들을 마인드맵으로 그려 서로 연결해 봅니다. 그렇게 흩어진 생각들을 잇고 리서치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두 문장으로 정리되는 때가 옵니다. 그 문장이 나올 때까지 생각하고 조사하는 시간이 사실 제 작업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손을 움직이는 제작의 시간보다, 이 보이지 않는 사유의 시간이 훨씬 깁니다.
이 과정이 문제 해결의 열쇠이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한두 문장으로 선명해지면, 지금 막혀 있는 기술적 방법이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목적지가 분명하면 경로는 여러 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려움은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라기보다, 내가 정말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지를 한 번 더 근본에서 검토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막히는 순간이야말로 그 과정이 가장 치열해지는 시간일 것입니다.
Q. 기술과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고 창의적인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창의적인 길을 찾으려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귀한 출발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기술을 좇는 것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기술과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는 새로운 툴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그것을 빨리 익히는 사람이 앞서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툴은 결국 수단입니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자기만의 질문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기술도 금세 비슷비슷한 결과물로 수렴하게 됩니다.
그 질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읽고, 자기 바깥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서 서서히 자라납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도,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 자체가 여러분 안에 쌓이고 있습니다. 그 축적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잘 만들어진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안에서 내 몸과 감각이 무엇을 겪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만의 언어를 갖게 됩니다. 그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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