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건축_세계를 대표하는 건축 잡지 5선②

알려진 거장들의 그늘을 벗어나, 건축의 숨은 보석을 마주하다

지난 1편에서는 전 세계 건축계의 뼈대를 지탱하는 5대 거장 잡지(El Croquis, The Architectural Review, A+U, 新建築, DETAIL)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 소비 시대에 종이 매체가 지닌 묵직한 힘과 도면의 가치를 짚어보았다. 1편에 등장한 잡지들이 건축을 전공하거나 건축에 깊은 관심을 둔 이들이라면 한 번쯤 필독서로 삼았을 ‘주류의 바이블’이었다면, 이번 2편에서 소개할 다섯 가지 잡지는 철저히 그 너머의 세계를 지향한다.

 

이번 편은 대중에게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전 세계 소수의 실무 건축가들과 깊이 있는 연구자들이 자신만의 안목을 유지하기 위해 서점 구석에서 비밀스럽게 찾아 읽는 ‘독립 및 전문 건축잡지’들의 세계다. 대형 자본의 논리나 화려한 스타 건축가의 이름값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건축 본연의 구축 논리와 실험적인 비평, 그리고 타협 없는 편집증적 미학으로 완성된 책들이다. 화려한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진짜 실력자들의 실시 설계 도면, 그리고 주류 미디어가 조명하지 않는 건축가들의 깊은 사유를 갈망해 온 독자들에게 이 다섯 가지 잡지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것이다. 주류의 문법을 넘어 건축을 바라보는 또 다른 렌즈, 그 두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el croquis N. 208 의 DOGMA 표지 디자인 및 내부 드로잉 (출처 : ©el croquis)

 

1P : a.mag 포르투갈의 정교함으로 빚어낸 순수 건축의 정수 (01)

a.mag의 출판 책 모음 모습 (출처 : ©a.mag)

 

-잡지명: a.mag (International Architecture Technical Magazine)

-발행 국가: 포르투갈 (Portugal)

-발행 주기: 연간 약 3~4회 발행 (부정기 형태의 모노그래프 형식)

-정기 구독료: 글로벌 정기 구독: 연간 약 €140.00 ~ €180.00 선 (3이슈 기준, 배송비 별도 및 유통 경로에 따라 상이, 단권 구매 시 권당 약 €45 ~ €55 선)

-온라인 제공 여부: 디지털 플랫폼 전용 구독보다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한 종이책 거점 판매 중심. 일부 과월호에 한해 디지털 에디션을 부분적으로 지원하나, 종이의 질감과 인쇄 퀄리티를 극대화한 아날로그 소장에 절대적인 가치를 둠.

-공식 웹사이트: https://www.amagpublisher.com/magazine

-공식 인스타그램 ID: @amagpublisher

 

1p: a.mag 소개 및 성향(02)

● 정제된 미니멀리즘과 재료의 물성 기록

 

포르투갈에서 발행되는 a.mag는 시중의 화려한 건축잡지들과 비교했을 때 극도로 차분하고 정제된 성향을 지닌다. 이 잡지는 포르투갈 특유의 로컬 건축 감성, 즉 시저(Álvaro Siza)와 수토 드 모우라(Souto de Moura)로 대표되는 ‘시적 미니멀리즘’과 ‘재료의 순수한 물성’을 잡지라는 매체 안에 그대로 투영한다. 대형 상업 건축물보다는 대지와 긴밀하게 호흡하는 주택, 소규모 문화시설,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주로 다룬다.

 

a.mag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각적 피로감을 완전히 제거한 편집 디자인이다. 백색의 여백을 극대화한 레이아웃 속에 아주 가느다란 선으로 정교하게 그려진 도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에 가깝다. 인터넷에 떠도는 해상도 낮은 이미지와 달리, 벽체의 두께와 재료의 접합부가 완벽하게 표현된 평면도와 단면도를 고집한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유럽의 숨은 실력파 건축가들을 독점 취재하여 깊이 있게 다루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설계 언어를 구축하고자 하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a.mag의 책 내용 모습 (출처 : ©a.mag)

 

2P : TC Cuadernos 엘 크로키의 대안, 실무자를 위한 현실적인 도면집 (01)

TC Cuadernos의 표지 디자인 모습(출처 : ©TC Cuadernos)

 

-잡지명: TC Cuadernos (General de Ediciones de Arquitectura)

-발행 국가: 스페인 (Spain)

-발행 주기: 연간 약 4~6회 발행 (모노그래프 및 특정 테마 형식)

-정기 구독료: 프리미엄 글로벌 구독 (종이책 + 디지털): 연간 약 €120.00 ~ €150.00 선 (유럽 외 지역 배송비에 따라 변동, 단권 구매 시 권당 약 €30 ~ €40 선)

-온라인 제공 여부: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 지원. ‘TC Digital’ 서비스를 통해 정기 구독자에게 과거 발행된 모든 백넘버의 도면과 아티클을 유료로 디지털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음.

-공식 웹사이트: https://www.tccuadernos.com/

-공식 인스타그램 ID: @tccuadernos

 

2P: TC Cuadernos 소개 및 성향(02)

● 화려한 수사학을 배제한 철저한 실무 중심 비평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발행되는 TC Cuadernos는 같은 국가의 엘 크로키(El Croquis)가 지닌 아카이브 성격과 독일의 디테일(DETAIL)지가 지닌 기술적 정밀함을 융합한 듯한 독특한 성향을 지닌다. 엘 크로키가 ‘신격화된 거장’들의 철학을 무겁게 다룬다면, TC 콰데르노스는 현재 실무 전선에서 가장 치열하게 건물을 짓고 있는 ‘현역 건축가’들의 실질적인 결과물에 집중한다.

 

이 잡지의 최대 강점은 ‘비밀이 없는 도면 공개’에 있다. 대개의 건축잡지들이 개념도 수준의 도면만을 수록하는 반면, TC 콰데르노스는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축척의 실시 설계 도면과 치수, 상세 부품 번호가 표기된 디테일을 가차 없이 수록한다. 건축가가 머릿속으로 구상한 철학이 어떻게 콘크리트와 철골로 구현되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해부도와 같다. 실무자들 사이에서 “실제 도면을 가작 정확하게 훔쳐볼 수 있는 잡지”로 입소문이 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TC Cuadernos의 내부 모습(출처 : ©TC Cuadernos)

 

3P: archives-journal, 단 한 명의 건축가를 향한 집요한 기록학 (01)

archives-journal의 표지 디자인 모습 (출처 : ©archives-journal)

 

-잡지명: archives (archives-journal)

-발행 국가: 스페인 (Spain) / 글로벌 협력 체계

-발행 주기: 연 2회 발행 (반연간지, 상반기/하반기)

-정기 구독료: 글로벌 종이책 구독: 연간 약 €60.00 ~ €80.00 선 (단권 구매 시 권당 약 €35.00 전후, 발행 부수가 적어 희소성이 높음)

-온라인 제공 여부: 오프라인 독립 출판의 가치를 지향하여 전면적인 디지털 스트리밍은 제공하지 않음.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각 호의 핵심 에세이와 참여 건축가 라인업을 아카이브 형태로 아날로그 아웃라인만 공개함.

-공식 웹사이트: https://archives-journal.com/

-공식 인스타그램 ID: @archivesarchitecture

 

3P: archives-journal 소개 및 성향(02)

● 한 호에 오직 단 하나의 아카이브만 남기다

 

archives-journal은 독립 건축 저널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순수한 형태의 기록학을 추구한다. 잡지명 그대로 ‘아카이브(기록 보존)’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 여러 작품을 나열하는 종합지의 성격을 완전히 거부하고, 1년에 단 두 번, 전 세계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설계 철학을 가졌으나 미디어에 노출되기를 꺼려했던 은둔 고수나 신진 건축가 한 명을 지정해 책 한 권 전체를 그들의 연구실로 만들어버린다.

 

이 잡지가 매력적인 이유는 완공된 건물의 미끈한 사진보다 건축가가 그 건물을 짓기 위해 거쳤던 ‘실패의 기록’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낙서 같은 아이디어 스케치, 모형 제작 과정에서 부서진 잔해들, 건축가가 편집부와 나눈 수개월 간의 서신 등이 그대로 인쇄된다. 인터넷이 결과물로서의 ‘완성된 이미지’만 소비하게 만든다면, 아카이브 저널은 하나의 공간이 탄생하기까지의 지저분하고 치열한 ‘과정의 철학’을 복원해 낸다. 대량 생산되지 않는 독립 잡지 특유의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매체다.

 

archives-journal의 책 내부 모습 (출처 : ©archives-journal)

 

4P: Quart Verlag, 스위스 정밀 기계처럼 정교한 건축 출판의 미학(01)

Quart Verlag의 표지 디자인 모습(출처 : ©Quart Verlag)

 

-잡지명: Quart Verlag (Anthology / Bibliotheca 시리즈 등)

-발행 국가: 스위스 (Switzerland)

-발행 주기: 부정이 정기 간행 및 단행본 시리즈 형태 발행 (연간 수차례 에디션별 출시)

-정기 구독료: 시리즈별 가입 및 개별 구매 방식: 권당 약 CHF 40.00 ~ CHF 60.00 선 (스위스 프랑 기준, 한화 약 6만~9만 원 선으로 판형 대비 가격이 높은 편)

-온라인 제공 여부: 디지털 아카이브 서비스 없음. 스위스 특유의 최고급 인쇄 기술과 종이 선택, 제본 방식을 고집하므로 오직 아날로그 물리 매체로만 유통됨.

-공식 웹사이트: https://quart.ch/

-공식 인스타그램 ID: @quart.ch

 

4p: Quart Verlag 소개 및 성향(02)

● 스위스 건축의 단단하고 냉철한 문법을 담다

 

정확히 말해 Quart Verlag는 정기 잡지사라기보다는 건축 전문 출판사에 가깝지만, 이들이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Anthology(선집)’와 ‘De l’Architecte’ 시리즈는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하나의 연속성을 지닌 정기간행 저널로 인식된다. 이들의 성향은 스위스 건축 특유의 ‘정밀함’, ‘구조적 엄격함’, ‘타협 없는 고결함’으로 대변된다. 피터 줌토르나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을 낳은 국가답게, 건축을 하나의 정밀한 기계이자 대지 위의 예술로 다룬다.

 

콰르트 페를라크의 서적들은 손으로 쥐었을 때의 묵직한 질감과 특유의 잉크 냄새마저 편집의 일부로 기능한다. 화려한 색채를 배제하고 흑백에 가까운 톤앤매너로 스위스 및 유럽 알프스 지역의 가치 있는 로컬 건축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이 다루는 도면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스위스의 시공 정밀도를 그대로 보여주며, 인터넷 검색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학술적 깊이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아날로그 종이 매체가 왜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웅변하는 출판 저널이다.

 

Quart Verlag의 내부 모습(출처 : ©Quart Verlag)

 

5p: domus, 건축, 디자인,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이탈리아의 전설 (01)

domus의 표지 디자인 모습(출처 : ©domus)

 

-잡지명: domus (도무스)

-발행 국가: 이탈리아 (Italy)

-발행 주기: 월간 (연 11~12회 발행)

-정기 구독료: 이탈리아 국내: 약 €130.00 / 글로벌 프린트 구독: 연간 약 €260.00 ~ €310.00 선 (국가별 항공 배송료 차등 적용, 단권 구매 시 약 €20 ~ €25 선)

-온라인 제공 여부: 강력한 웹 포털 및 디지털 에디션 운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새로운 글로벌 건축 및 디자인 뉴스를 업데이트하며, 종이 잡지 유료 구독자에게는 태블릿과 PC로 지난 호를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 패스 제공.

-공식 웹사이트: https://www.domusweb.it/it.html

-공식 인스타그램 ID: @domusweb

 

5p: domus 소개 및 성향(02)

● 1928년 시작된 이탈리아 디자인 총체 예술의 방주

 

앞서 소개한 네 가지 잡지가 철저히 숨겨진 독립 잡지였다면, 마지막을 장식할 domus는 이탈리아 건축·디자인 역사 그 자체인 전설적인 매체다. 1928년 거장 지오 폰티(Gio Ponti)에 의해 창간된 이래, 도무스는 건축을 독단적인 학문으로 보지 않고 가구, 산업 디자인, 순수 예술과의 ‘총체적 융합(Total Art)’ 속에서 바라보는 독보적인 성향을 유지해 왔다.

 

도무스의 가장 위대한 생명력은 시스템에 있다. 이 잡지는 고정된 편집장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매년 전 세계를 대표하는 거장 건축가(예: 타다오 안도, 데이비드 치퍼필드, 노먼 포스터 등)를 ‘올해의 편집장’으로 초빙하여 1년 동안 잡지 전체의 방향성을 완전히 위임한다. 따라서 도무스는 현재 이 지구상에서 가장 거시적인 시대정신과 디자인 담론을 다루는 트렌드세터 역할을 수행한다. 비록 대중적인 인지도는 일반 패션지보다 낮을지언정, 예술과 건축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가장 지적인 스파크를 매달 가장 세련된 레이아웃으로 전달하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domus의 책 내부 모습(출처 : ©domus)

 

마무리: 두 편의 여정이 남긴 것: 균형 잡힌 시선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법

1편의 주류 거장 잡지들이 건축의 ‘표준과 중심’을 잡아주었다면, 2편의 숨겨진 잡지들a.mag, TC Cuadernos, archives-journal, Quart Verlag, domus은 건축의 ‘지평과 경계’를 넓혀주었다. 인터넷 검색과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늘 ‘남들이 많이 본 인기 있는 건축’만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 인위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이처럼 주류의 레이더망 밖에 존재하는 독립 잡지들을 읽어야 한다. 세상에 단 한 번도 인터넷에 업로드되지 않은 도면들이 이 종이 책자들 속에 숨쉬고 있으며, 우리가 이름을 알지 못했던 이국의 건축가가 던지는 묵직한 철학이 활자화되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의 속도감을 누리되, 종이 잡지가 보존해 온 사유의 깊이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건축 공부의 태도일 것이다.

 

이로써 세계 건축 잡지를 관통하는 두 번의 여정이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전 세계 도처의 재능 있는 편집자들과 건축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만의 새로운 종이 매체를 창간하고 있으며, 도면 위의 언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비주류의 깊이를 만끽한 독자들에게 건축은 더 이상 단순한 공간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인문학적 텍스트로 다가올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잡지라는 형식을 넘어, 실제 건축가들의 서재 속 깊숙이 숨겨진 ‘세계적인 건축 전문 서점들과 그들이 독점 유통하는 희귀 단행본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도면의 잉크가 마르지 않는 한, 건축을 향한 사유의 탐색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KGDVS의 BESIDES, HISTORY (출처 : ©Office KGDV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