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차를 마시게 한다, 북촌 오설록 티하우스

INTRO

1960년대 지어진 양옥이 가회동 골목 안에 서 있다. 한옥들 사이에서 이 건물은 눈에 띄게 다르고, 그럼에도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다. 새로 짓지 않고, 있던 것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공간이 만들어졌다. 건물이 먼저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차는 그 뒤를 따라온다.

 

 

차를 마시게 하는 공간

시작은 계단이다. 건물로 들어서기 전, 실외 계단을 오른다. 오르는 동안 건물의 외벽이 천천히 눈높이를 바꾼다. 낡은 타일의 질감, 오래된 창틀의 비례, 빛이 맺히는 방식. 진입로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공간에 진입하기 전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도로변을 막고 있던 6미터 축대를 허물어 건물을 거리 앞으로 끌어낸 결과다. 무언가를 더한 것이 아니라, 가려진 것을 걷어낸 선택이 지금의 진입 경험을 만들었다.

 

 

1층, 차를 사기 전에 차를 맡는다.

‘차향의 방’이라 불리는 1층은 판매 공간이지만, 서두르기 어렵게 만들어진 공간이다. 잎차들이 유리 용기 안에 담겨 있고, 그날 갓 볶은 차의 향이 방 안에 얇게 깔린다. 손으로 직접 소분된 잎차를 집어보고, 시향해볼 수 있다. 구매라는 행위에 앞서 감각이 먼저 열리는 구조다. 공간 안에 오설록의 태도가 있다.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차를 경험하게 하겠다는 것, 그 자체의 공간이 되고 있다.

 

 

2층, 서까래가 된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 ‘찻마루’에 들어서면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감재를 걷어낸 자리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규칙적인 간격으로 뻗어 있는 그 형태가 묘하게 한옥 서까래를 닮았다. 서양식 건물에서 의도하지 않은 한국적 리듬이 천장으로부터 내려오는 이 장면이, 이 공간 전체를 상징하는 하나의 단면이다. 창 밖으로는 작은 테라스 정원이 있고, 그 너머로 북촌 지붕선이 겹쳐 보인다. 실내에 앉아 있으면서 바깥의 시간을 함께 마시는 느낌이다. 찻마루 안쪽 ‘가회다실’은 같은 층이지만 다른 시간대에 있다. 한지 미닫이문, 팔각형 나무 테이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던함과 전통이 각자의 언어로 앉아 있다.

 

 

3층, 북촌을 내려다보는 바

가장 위층, ‘바 설록’에 이르면 공간의 성격이 달라진다. 깨진 유리가 낀 낡은 나무 문을 그대로 두었다. 지우지 않았다는 것이 이 공간의 태도다. 녹색 벨벳 체어, 격자창, 자개장 위에 놓인 잔들. 레트로라는 말이 어울리기도 하고, 그냥 오래된 것이라는 말이 더 맞기도 하다. 가로로 긴 창문 너머로 북촌의 지붕들이 켜켜이 놓인다. 차로 만든 논알코올 칵테일을 앞에 두고 저물어가는 풍경을 바라볼 때, 이 건물이 3층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비로소 납득된다. 간의 모든 요소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닌, 하나의 브랜드이자 판매 가능한 작품, 전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덜어내는 방식으로 쌓은 공간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에서 눈에 띄는 것들은 대부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있던 타일, 나무 문, 벽의 조명. 이것들을 남겨두는 것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덜어내고 드러내는 방식으로서 말이다.

 

 

OUTRO

층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층마다 다른 이유로 시선이 걸린다. 차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래된 것을 그대로 두었을 때 공간이 어떤 목소리를 갖게 되는지, 그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방문의 이유는 충분하다. 농담처럼 시작된 것이 브랜드가 되는 공간이 있듯이, 쓸모를 잃은 집이 차 문화의 언어가 되는 공간도 있다. 북촌 오설록 티하우스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