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도시를 거실로 삼다

새롭게 확장되는 주거의 정의

“당신의 공간은 어디서 끝나나요?” 1월 칼럼에서 던졌던 이 질문을 다시 꺼내 봅니다. 우리는 대개 현관문을 닫는 순간 비로소 ‘나만의 사적 공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을 겁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상당수를 차지하게 된 지금, 1인 가구 살아가는 50.5㎡이라는 평균적인 물리적 면적은 삶의 모든 활동을 담아내기에 턱없이 좁고 삭막합니다.

 

우리가 1월에 건축의 ‘틈’을 이야기하고, 2월에 도시재생의 ‘이음’을 다룬 이유는 명확합니다. 좁은 방의 고립된 개인을 다시 도시라는 유기체로 불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장에서는 1인 가구가 담장 밖 도시 전체를 나의 거실로 삼는 ‘주거의 공공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누디트 홍대

 

왜 1인 가구에게 ‘주거의 공공화’가 필요한가?

우리가 50.5㎡라는 숫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이 현대 도시인이 갇힌 평균적인 ‘공간적 한계선’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삶의 기능을 좁은 방 안에 구겨 넣으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현관문 안쪽으로 더욱 고립시켰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적 공간의 평수를 넓히는 대신, 도시 공간을 ‘나의 거실’로 확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마주해야 합니다.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공유 주방과 동네 도서관 같은 ‘제3의 장소’는 1인 가구의 결핍을 채워줄 실질적인 주거 인프라가 됩니다. 결국 주거의 공공화는 1월의 ‘건축적 틈’과 2월의 ‘틈의 이음’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완성됩니다. 건축물이 경계를 없애며 소통하고 도시재생이 공동체의 거점을 마련할 때, 개인은 ‘고립된 섬’에서 벗어나 도시의 일원이 됩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미 1인 가구의 고립을 건축적 공공성으로 해결하려는 참신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공유세상 어울린 오피스텔’ 다목적 공간

 

● 미국 LA ‘Formosa 1140’

 

로스앤젤레스의 고밀도 주거 지역에 위치한 이 프로젝트는 ‘사유지의 공공적 환원’을 가장 과감하게 실천한 사례입니다.

 

▲ LA ‘Formosa 1140’

 

전체 부지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공간을 담장으로 막는 대신,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공원(Pocket Park)으로 개방했습니다.

건물의 입구가 이 공원과 바로 맞닿아 있어, 입주민은 외출하거나 귀가할 때 자연스럽게 공원을 이용하는 동네 주민들과 시각적으로 조우하게 됩니다. 이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건축가의 의도입니다.

 

1인 가구에게 집 앞마당을 제공하는 동시에, 주거 단지가 도시로부터 고립된 ‘섬’이 아니라 마을의 ‘통로’가 되게 함으로써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했습니다.

 

▲ LA ‘Formosa 1140’ 공원 입구(왼쪽) ▲ LA ‘Formosa 1140’ 평면도 (오른쪽)

 

● 대한민국 서울 ‘공유세상 어울린 오피스텔’

 

‘공유세상 어울린 오피스텔’은 단순히 부족한 공간을 나누는 ‘나눗셈의 공유’를 넘어, 주거가 어떻게 도시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지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입니다.

 

이곳은 각 세대를 ‘개실’이 아닌 하나의 ‘최소의 집’으로 정의합니다. 양변기와 침대만 있는 콤팩트한 방은 사적 활동의 최소 단위가 되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거주자는 문을 열어 방 안으로 숨는 것이 아니라 ‘방에서 도시로’ 나아갑니다.

 

▲ 공유세상 어울린 오피스텔

 

저층부의 ‘일상·커뮤니티·공유 플랫폼’은 도시의 풍경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공유하기 위해선 내 방보다 근사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설계된 이 매력적인 공유 거점들은, 1인 가구의 좁은 면적을 도시라는 거대한 무대로 확장하는 결정적인 매개체가 됩니다.

 

각 세대의 실내 면적은 콤팩트하게 유지하되, 복도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공유 거실’, ‘공유 주방’,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넉넉히 확보했습니다. 1인 가구 거주자가 좁은 방에 갇히지 않고 건물 전체를 자신의 집처럼 누리게 하는 설계입니다.

 

▲ 공유세상 어울린 오피스텔 도서관

 

● 대한민국 서울 ‘누디트 홍대’

누디트 홍대는 1인 가구의 주거가 도시와 결합해 공공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현대적 사례입니다.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도로와 연결된 광장을 조성한 저층부의 ‘수평적 개방성’에 있습니다. ‘건축의 틈’이 실제 광장으로 구현되어, 거주자와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통로가 됩니다. 사적 자산인 건축물이 도시의 풍경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공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 누디트 홍대

 

주거 층(코리빙) 외에도 워킹 스페이스, 로컬 브랜드 샵, 루프톱 가든, 선큰광장 등을 갖추고 있어, 입주민은 자신의 좁은 방을 벗어나 건물 내 다양한 공간을 ‘나의 서재’나 ‘나의 정원’처럼 점유합니다.

 

▲ 누디트 홍대 선큰광장

 

이제 당신의 거실은 어디에 있나요?

결국 건축의 공공성은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파편화된 개인의 삶을 도시라는 커다란 유기체 속에서 부드럽게 연결하는 ‘이음새’가 되어야 합니다. 아파트 담장만 높이는 재건축이 도시의 이미지를 단절시킨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국내 및 해외의 혁신적 사례들처럼 주거가 도시의 공유 인프라가 되는 모습입니다. 미래의 건축가와 건축학도들이 마주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이 삶이 도시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인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당신의 거실은 어디에 있나요? 3개월간의 여정이 여러분이 발을 딛고 선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