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에서 살아남기 _ ④ 폰트와 색감

INTRO

중간 크리틱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달력을 보면 어느덧 최종 마감이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설계가 계획대로 술술 풀리는 날도, 때로는 밤을 지새워도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은 날도 있겠지만, 마감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것 같습니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불안함이 고개를 들 때일수록,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나의 생각을 어떻게 선명하게 전달할 것인가’인 것 같습니다. 수개월간 고민한 결과물을 단 한 장의 패널로 압축해내는 과정은, 어쩌면 설계만큼이나 치열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분명 고심해서 배치한 패널인데, 막상 출력하고 나면 어딘가 모르게 엉성해 보여 속상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열심히 준비한 내용이 폰트 하나 때문에 가벼워 보였던 적, 혹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는데 색감을 조절하지 못해 정작 중요한 설계의 위계가 무너져 보였던 순간들 말이죠. 저 역시 최종 패널을 출력하고 나서야 “아, 이 폰트를 쓸 걸”, “이 색은 조금 뺄 걸” 하며 아쉬움을 삼켰던 기억이 많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이러한 아쉬움을 한 끗 차이로 줄여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주 사소하지만, 패널의 완성도를 확실하게 높여줄 폰트와 색감의 활용법. 나의 공간을 보다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마감’이라는 긴 여정의 첫 퍼즐 조각을 함께 맞춰보겠습니다.

 

패널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폰트

 

건축 패널에서 폰트는 종이 위에 쓰인 설계자의 ‘목소리’와 같습니다. 같은 악보라도 연주자의 음색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듯, 패널 속 폰트는 우리가 담아낸 설계 내용을 어떤 톤으로 전달할지를 결정하곤 합니다.

 

때로는 세련된 옷차림처럼 설계의 전문성을 높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친절한 가이드처럼 읽는 사람의 시선을 부드럽게 이끌어주기도 하죠. 폰트는 단순히 글자를 적는 도구가 아니라, 나의 논리를 시각적으로 대변하는 또 하나의 설계 요소인 셈입니다.

 

하지만 폰트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합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 보니, 그 안에서 내 설계안의 성격과 가장 잘 어울리는 폰트를 찾아내는 일은 당연히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많은 폰트 중 어떤 폰트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01. 건축 패널에서 주로 쓰이는 폰트의 4가지 종류

폰트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건축 패널에서는 크게 네 가지 타입이 주로 쓰이곤 합니다. 각 타입이 가진 고유한 인상을 이해하고 나면, 내 패널에 어떤 폰트를 사용하고 싶은지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일 것입니다.

 

 

● 세리프 Serif

 

글자 획 끝에 ‘부리(장식)’가 있는 서체입니다.

이 서체는 고전적이고 권위적인 인상을 주며, 특유의 우아함과 신뢰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획 끝의 부리가 시선의 흐름을 도와주기 때문에 긴 글을 읽을 때 가독성이 좋아 주로 아티클의 본문이나 논문에 자주 사용됩니다.

 

 

● 산세리프 Sans-Serif

 

세리프에서 장식을 없앤 직선적인 형태의 서체입니다.

현대적이고 간결한 인상을 주며, 효율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이나 대형 출력물에서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 건축 패널의 제목이나 소제목에 가장 많이 쓰이는 타입이기도 합니다.

 

 

● 슬래브 세리프 Slab-Serif

 

세리프의 장식이 아주 굵고 투박하게 직선으로 처리된 서체입니다.

세리프의 구조를 띠고 있지만, 산세리프만큼이나 힘 있고 단단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각적인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에 패널 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타이틀이나, 구조미를 강조하는 산업적인 분위기의 프로젝트에 잘 어울립니다.

 

 

● 스크립트 및 디스플레이 Script & Display

 

손글씨 느낌이 나거나 디자인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간 장식용 서체입니다.

개성이 매우 뚜렷하고 예술적인 느낌을 주지만, 정보 전달보다는 하나의 ‘이미지’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가독성이 낮기 때문에 긴 본문보다는 컨셉을 설명하는 짧은 문구나 로고 디자인 등에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네 가지 외에도 모든 글자의 가로 폭이 동일해 공학적인 느낌을 주는 모노(Mono) 타입이나, 중세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는 블랙레터 타입 등 다양한 폰트들이 있습니다. 건축 패널에서 자주 사용되지는 않지만, 설계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필요에 의해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패널의 완성도를 높이는 폰트 활용 TIP **

 

✅ 선택이 어렵다면 ‘산세리프’부터 시작해 보세요!

어떤 폰트를 써야 할지 막막할 때는 산세리프(Sans-Serif) 계열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산세리프는 폰트의 종류를 늘리지 않고 ‘굵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준 높고 정돈된 패널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실패 없는 폰트 조합은 세리프(제목) + 산세리프(본문)

조금 더 풍성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서로 다른 타입을 섞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클래식한 세리프체를 메인 타이틀로 사용고, 설명이 들어가는 본문에는 가독성이 좋은 산세리프를 배치하면 전문적이면서도 격식 있는 패널의 위계를 잡을 수 있습니다.

 

02. 실패 없는 패널을 위한 추천 폰트

폰트의 종류를 이해했다면, 이제 내 패널에 직접 사용할 폰트를 골라야 할 차례입니다. 수많은 폰트 사이에서 방황할 저학년 친구들을 위해, 건축 패널에서 검증된 폰트들을 국문과 영문, 그리고 혼용 조합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 국문 (Korean)

 

한글은 영문에 비해 획이 복잡하기 때문에, 패널에서는 가독성이 좋은 산세리프 타입을 주로 사용합니다.

 

– 프리텐다드 (Pretendard)

현재 건축과 디자인 업계의 표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폰트입니다. 9가지나 되는 다양한 굵기를 제공하고 자간이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어, 어떤 패널의 본문이나 소제목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독성의 정석을 보여주고 싶을 때 추천합니다.

 

– 본고딕 (Source Han Sans)

구글과 어도비가 합작해 만든 폰트로, 중립적이고 단단한 인상을 줍니다. 정갈하고 공학적인 느낌을 주며, 본문이나 도면 주석용으로 사용하면 패널을 보다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나눔스퀘어 (Nanum Square)

직선미가 강조되어 획의 끝이 딱딱 끊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직선적인 평면도나 그리드가 강조된 다이어그램 옆에 배치하면 시각적 통일감이 좋아 소제목용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 영문 (English)

 

영문 폰트는 패널의 인상을 결정하는 ‘얼굴’ 역할을 담당하기에, 나의 설계 컨셉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Helvetica / Arial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무색무취의 폰트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폰트이기 때문에 화려한 기교보다는 깔끔한 레이아웃으로 연출하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습니다.

 

– Futura

기하학적인 원과 직선으로 구성된 폰트입니다. 건축적 조형미가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폰트라 현대적이고 디자인 감각이 돋보여야 하는 컨셉 문구 또는 메인 타이틀에 자주 사용됩니다.

 

– Garamond

우아하고 고전적인 세리프체로, 획의 굵기 변화가 아름답다고 평가받습니다. 건축 이론이나 역사성, 인문학적 접근이 강조되는 프로젝트에서 사용한다면 설계의 깊이감을 더해줄 것입니다.

 

– Roboto Mono

모든 글자의 폭이 일정한 고정폭 폰트입니다. 기계적이고 분석적인 느낌이 강해 대지 분석의 데이터나 수치를 나열할 때 사용하기 좋습니다.

 

● 영한 혼용

 

실제 패널에서는 영문 타이틀과 국문 설명을 섞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두 언어가 따로 놀지 않도록 이질감을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완벽한 통일감의 패밀리 폰트

같은 개발사에서 나온 패밀리 폰트를 사용하면 글꼴의 높이와 굵기가 같아 매우 깔끔해 보입니다.

본고딕 + Source Sans Pro // 나눔스퀘어 + 나눔스퀘어 영문

 

상반된 이미지의 대비

서로 다른 종류의 폰트를 사용하면 제목의 시각적 임팩트와 본문의 가독성을 모두 챙길 수 있습니다.

Futura(영문 제목) + 프리텐다드(국문 본문) // Playfair Display(영문 세리프 제목) + 본고딕(국문 본문)

 

** 패널의 완성도를 높이는 폰트 활용 TIP **

 

✅ 폰트는 최대 2~3종류만 사용하세요

너무 많은 종류의 폰트를 섞어 쓰면 패널이 산만해지고 설계의 논리가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가장 쉽고 깔끔한 방법은 한 종류의 폰트를 정한 뒤, Bold, Medium, Light로 굵기만 나누어 위계를 잡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전문적인 패널을 만들 수 있습니다.

 

03.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폰트의 굵기와 크기

폰트를 선택했다면 그 다음에는 폰트의 굵기와 크기를 결정해야합니다.

 

사실 패널의 완성도를 해치는 건 폰트의 종류보단 잘못된 굵기와 크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모니터 속 화면만 믿고 출력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화면에서는 적당해 보였던 글자가 실제 출력물 앞에서는 너무 커서 부담스럽거나, 반대로 너무 작아 읽히지 않는 상황이 생기곤 하죠. 따라서 프로그램상의 수치를 맹신하기보다 실제 출력물에서의 ‘거리감’을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마감 전에 실제 크기로 부분 출력을 해보며 폰트의 크기감을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이때 크기뿐만 아니라 굵기와 자간, 행간이 도면의 선들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도 함께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패널의 레이아웃은 모두 다르지만, 일반적인 위계에 따른 권장 크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패널의 크기나 구성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만 확인해주세요. 아래 권장 가이드는 A0 패널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패널 위계별 폰트 가이드라인

 

1. 메인 타이틀 (80 ~ 150pt / Bold 또는 Black)

프로젝트의 이름이자 패널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얼굴입니다. 레이아웃에 따라 크기는 유동적이지만, 멀리서도 프로젝트의 정체성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가장 굵고 힘 있는 서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2. 핵심 컨셉 및 리드문 (24 ~ 36pt / Medium 또는 Bold)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한 문장 정도의 강조 문구에 사용합니다. 다만 패널의 성격에 따라 생략되기도 하는 위계입니다.

 

3. 소제목 (18 ~ 24pt / Semi-Bold 또는 Bold)

각 다이어그램이나 도면의 제목입니다. 확실한 내용의 정리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더 선호한다면 15pt를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4. 본문 (10 ~ 12pt / Regular 또는 Light)

설계의 논리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층입니다. 보통 9~13pt 사이에서 결정되는데, 10pt 미만으로 내려가면 가독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5. 도면 주석 및 치수 (6 ~ 8pt / Light 또는 Thin)

도면 안의 실명이나 치수를 표기할 때 사용합니다. 글자가 도면의 선보다 굵어지면 도면의 정보가 묻힐 수 있기 때문에 글자보단 하나의 ‘다이어그램 요소’로 읽힐 수 있도록 합니다.

 

 

** 패널의 완성도를 높이는 폰트 활용 TIP **

 

✅ 출력 확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패널 전체를 출력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A3 사이즈로 주요 부분만 ‘부분 출력’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눈으로 직접 글자의 실제 크기를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 한 끗 차이를 만드는 자간 조절

제목의 경우 자간을 살짝 좁히면 글자가 단단하게 뭉치면서 훨씬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반대로 본문은 자간을 아주 미세하게 넓혀주면 읽는 사람의 눈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다만, 자간을 잘못 만지게 되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쉽게 깨질 수 있으므로 다루기 어렵다면 기본값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설계의 인상을 완성하는 색감

폰트가 설계자의 목소리라면, 색감은 패널이 가진 전체적인 ‘온도’와 같습니다. 같은 도면이라도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차갑고 이성적인 분석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공간의 기록이 되기도 합니다.

 

색감은 단순히 패널을 예쁘게 꾸미기 위한 장식이 아닙니다. 복잡한 도면 사이에서 시선의 우선순위를 정해주고, 보이지 않는 공간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증명해내는 강력한 논리 도구인 셈입니다. 잘 선택한 색감 하나가 수백 마디의 설명보다 더 명확하게 설계 의도를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색을 쓰려고 하면 막막함이 앞서곤 합니다. 어떤 색을 얼마나 써야 할지, 내가 고른 색들이 서로 충돌하지는 않을지 고민하다 결국 익숙한 색들만 반복해서 사용하게 되곤 합니다. 내 설계안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줄 ‘딱 맞는 온도’를 찾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많은 색의 조합 중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할까요? 패널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색감 활용 방법들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01. 건축 패널에서 주로 쓰이는 색감 활용 방법

패널의 색은 예쁘게 꾸미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정보를 분류하고 위계를 잡는 ‘시각적 언어’입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설계의 논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네 가지 색감 활용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 톤온톤 톤인톤 (Tone on Tone, Tone in Tone)

 

톤온톤은 동일한 색상 안에서 명도와 채도만을 조절하는 방식이고, 톤인톤은 색상은 다르지만 비슷한 톤(명도와 채도)으로 조합하여 배색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실패가 적고 안정적이며, 패널 전체에 차분하고 전문적인 통일감을 줍니다. 신뢰도와 질서가 중요한 오피스나 공공기관 같은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에 추천합니다.

 

▲ 톤인톤 색감을 활용한 다이어그램

 

● 포인트 컬러 (Point Color)

 

무채색 위주의 패널에 강렬한 색상 하나만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시선을 즉각적으로 사로잡는 힘이 있어, 프로젝트의 핵심을 단번에 설명해야 할 때 강력한 논리 도구가 됩니다. 기존 건물과 신축이 대비되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 믹스매치 (Mix & Match)

 

서로 대비되는 색상이나 보색 관계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서로 다른 요소들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보여줍니다. 다양한 기능이 섞인 복합문화시설이나 대규모 주거단지 계획에 자주 사용됩니다.

 

● 컬러 팔레트 (Color Palette)

 

실제 건축 재료나 렌더링 이미지에서 색감을 추출해 팔레트를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사실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며, 다이어그램과 실제 이미지 사이의 이질감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목조 건축이나 주택처럼 재질감이 뚜렷한 프로젝트, 혹은 노을이나 특정 배경의 분위기가 강조된 렌더링을 사용할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 컬러 팔레트를 이용해 색을 추출한 모습

 

02. 공모전 트랜드로 보는 실전 색감 가이드

트랜디한 패널은 화려한 색을 많이 사용하기 보다는, 설계의 성격에 맞는 ‘한 끗’의 분위기를 잘 잡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국내외 공모전 수상작들에서 자주 보이는 다섯가지 유형의 색 조합 팔레트를 살펴보겠습니다.

 

● 어반 그레이 & 테라코타 (Urban Grey & Terracotta)

 

최근 도시 재생이나 공공 건축물 공모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조합입니다. 차가운 무채색의 대지 분석 위에 따뜻한 벽돌색이나 목재의 톤을 얹어, 도시와 사람 사이의 온기를 표현할 때 유용합니다.

 

 

● 세이지 그린 & 페일 베이지 (Sage Green & Pale Beige)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 설계가 중요해지면서 자주 사용되는 컬러 팔레트입니다. 기존의 쨍한 초록색 대신, 회색빛이 섞인 차분한 세이지 그린을 사용해 세련된 자연미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 딥 네이비 & 아이시 블루 (Deep Navy & Icy Blue)

 

시스템적인 설계나 공학적인 논리를 강조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서 주로 쓰입니다. 어두운 네이비 컬러는 무게감을 잡아주고, 밝은 블루는 데이터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 샌드 베이지 & 슬레이트 블루 (Sand Beige & Slate Blue)

 

전통적인 대지 위에 이와 반대되는 유리 패널 또는 수공간을 연출할 때 자주 사용됩니다. 보색 관계의 색상이 대비되며 다이어그램이 선명하게 읽히는 효과를 연출 할 수 있습니다.

 

 

● 소프트 뮤트 퍼플 & 다크 차콜 (Soft Muted Purple & Dark Charcoal)

 

밤의 풍경이나 야간 동선, 혹은 디지털 시스템을 강조하는 프로젝트에서 떠오르는 조합입니다. 흔한 네이비에서 벗어나 퍼플 색상을 활용하여 차별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 패널의 완성도를 높이는 색감 활용 TIP **

 

✅ 색의 개수보다 ‘면적’을 고민해 보세요

전체 패널 면적의 70%는 배경(무채색), 20%는 보조색(톤온톤), 나머지 5~10%만 강렬한 포인트 컬러를 사용하는 ‘7:2:1 법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패널의 산만함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03. 나만의 색을 찾아주는 참고 사이트

트렌드를 참고하고, 잘 짜여진 컬러 팔레트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수많은 작업물 속에서 내 설계안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일관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다양한 색감을 접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색을 섞어보며 시행착오를 겪기보다는 이미 잘 짜인 팔레트들을 분석해 보며 내 설계의 ‘온도’를 찾아가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평소에 색감에 대한 영감을 얻거나, 구체적인 조합을 고민할 때 자주 도움을 받는 세 가지 사이트입니다.

 

1. Adobe Color (https://color.adobe.com/ko)

 

가장 체계적으로 색을 공부할 수 있는 곳입니다. 보색, 유사색, 단색 등 색상환의 원리에 따라 조화로운 조합을 찾아주기 때문에 논리적인 배색이 필요할 때 유용합니다. 특히 ‘테마 추출’ 기능을 활용하면 렌더링 이미지에서 색감을 그대로 따올 수 있어 패널의 전체적인 톤을 맞추기에 아주 좋습니다.

 

2. Design Seeds (https://www.design-seeds.com)

 

자연의 사진에서 색감을 추출해 제안해 주는 사이트입니다. 인위적인 색감보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팔레트가 많아, 주택이나 친환경 프로젝트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필요한 패널을 준비할 때 추천합니다.

 

3. Color Hunt (https://colorhunt.co)

 

트렌디한 4색 조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팔레트들이 업데이트되어, 요즘 유행하는 색감을 빠르게 파악하기 좋습니다. 직관적인 조합들이 많아 다이어그램의 포인트 컬러를 고를 때나, 감각적인 포스터 느낌의 패널을 만들고 싶을 때 가볍게 둘러보기 좋습니다.

 

** 패널의 완성도를 높이는 색감 활용 TIP **

 

✅ 패널 마감 직전, 알고보니 RGB 컬러였을 때

‘CMYK 미리보기’눌러 색상을 확인해 보세요. 실제 출력 시 색이 얼마나 죽는지 미리 확인하고, 그에 맞춰 채도를 조금 더 높이는 등의 보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RGB의 검은색은 출력하면 흐릿한 쥐색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깊고 진한 검은색을 원한다면 CMYK 설정에서 C:40 M:40 Y:40 K:100 정도로 맞춘 ‘리치 블랙’으로 변경하세요.

 

OUTRO

오늘 소개한 폰트와 색감의 활용법은 사실 수많은 마감 전략 중 아주 작은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건축에 정답이 없듯 패널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방식 역시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와 설계의 성격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가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공들여 고른 폰트가 도면의 선과 어우러지지 않아 고민하기도 하고, 야심 차게 준비한 색감이 출력물에서는 기대만큼 구현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결코 헛된 것은 아닙니다. 설계는 언제나 수많은 시행착오와 미완의 상태를 통과하며 완성에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고민하며 골랐던 서체의 굵기나 미세하게 조정했던 색감의 농도는 단순히 패널을 채우는 것이 아닌, 설계의 의도를 종이 위에 그려내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서툰 시도들이 하나둘 모여 나중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공간의 성격을 증명해내는 나만의 독보적인 언어로 자라날 것입니다.

 

각자의 속도로 밤을 지새우며 설계를 이어가는 모든 마감의 여정 속에서, 우리의 형태와 색상은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진해져 갈 것입니다. 마감이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출 그날까지 저와 여러분 모두 끝까지 힘낼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