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 ‘틈’을 잇다

여러분은 도시재생을 아시나요?

지난 아티클에서 건축이 ‘틈’을 만들 때 비로소 도시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생명력을 잃고 소외된 노후 공간들은 어떻게 다시 도시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도시재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낙후된 도시 시스템에 ‘공공성’을 부여하여, 공간과 사람 그리고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맺어주는 사회적 복원 작업입니다.

 

▲ 서울로 7017

 

‘틈’을 있는 공동체의 시간

도시재생의 가장 큰 가치는 완성된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 숨어있습니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전면 철거 방식이 거주민을 소외시켰다면, 도시재생은 마을의 문제를 직접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민주적 합의’를 전제로 합니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우리 동네에 필요한 쉼터나 커뮤니티 공간을 고민하는 과정은, 각자의 사적인 이익을 넘어 ‘공공성’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소통은 단절되었던 이웃 간의 관계를 회복시키며, 서로를 도시라는 유기체 속으로 불러들입니다.

 

▲ 안성시 도시재생사업 시민참여 회의

 

●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위치한 시민예술촌은 1920년대 방직 공장이었던 붉은 벽돌 창고를 시민들의 예술 활동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곳의 공공성은 전 구역 24시간 상시 개방이라는 파격적인 운영 철학에서 나옵니다.

 

건축가는 과거 공장의 벽돌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되, 내부를 시민들의 연습실, 공연장, 공방으로 가변성 있게 재구성했습니다. 이는 산업 시대의 폐쇄적인 공간에서 시민의 일상이 스며들 수 있는 물리적 틈을 만든 것입니다.

 

▲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전 구역 24시간 개방과 저렴한 이용료는 자본의 논리에 구애받지 않는 진정한 ‘제 3의 장소’를 실현합니다. 밤낮없이 불이 켜진 이 예술촌은 도시의 안전망 역할을 하며, 시민들이 스스로 공간의 주인이 되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공공성’을 극대화합니다.

 

● 독일의 ‘Soziale Stadt’

 

독일의 ‘Soziale Stadt(사회적 도시)’ 프로그램은 물리적 정비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통합적 도시재생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1999년부터 2011년도까지 진행된 이 사업은 물리적 쇠퇴뿐만 아니라 실업, 빈곤 등 사회적 문제가 집약된 350개 도시 내 약 600개의 지역을 대상으로 실행되었습니다.

 

▲ Soziale Stadt 공식 로고

 

이 사업이 진행된 대표적인 도시는 바이에른주 레드니츠 강변에 위치한 피르트 도심지였습니다. 구시가지 구조 특성상 유휴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었으며 노후된 건물과 높은 실업률이 커다란 문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건물 리노베이션 및 강변 유휴지를 주민들의 쉼터로 변화시키는 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지역의 이민자들과의 융합을 위해 건물을 개조하여 문화적 기반시설을 확보하고 공공공간을 확충하여 다문화 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했습니다.

 

▲ 강변 유휴지 활용 사업
▲ 건설 사업에 직접 참여한 구직자들

 

● 수원특례시 행궁동 도시재생

 

수원 화성이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노후 주거지가 맞닿은 행궁동은 ‘역사와 일상의 공존’이라는 숙제를 도시재생으로 풀어냈습니다.

 

행궁동 재생의 시작은 골목길 정비였습니다. 아파트의 높은 담장 대신 낮은 화단이나 투명한 펜스를 설치하고, 주민들이 직접 그린 벽화와 작은 쉼터를 배치했습니다. 이는 사적인 집 앞의 공간을 도시의 길로 확장하여 보행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또한 버려진 가옥을 리모델링한 공유 공간들은 1인 가구와 기존 주민들이 조우하는 거점이 되어, 파편화된 삶을 도시 유기체 속으로 연결합니다.

 

▲ 수원특례시 행궁동 벽화마을

 

● 서울특별시의 도시재생(경의선 숲길 & 마포문화비축기지)

 

서울특별시는 거대 인프라를 시민들의 ‘공유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입체적인 공공성을 제안했습니다.

 

경의선 숲길 : 지상으로 달리던 경의선 철도가 지화화되면서 남겨진 폐철길 부지를 선형 공원으로 조성한 사례입니다. 과거 철길은 두 마을을 갈라놓는 벽이었지만, 이를 공원으로 재생하면서 연남동, 대흥동 일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마포문화비축기지 : 40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었던 석유 탱크들을 문화 저장소로 바꾼 사업입니다. 탱크의 거친 질감을 살리면서도 내부를 광장과 전시장으로 설계하여, 과거의 독점적 산업 시설을 미래의 공유 자산으로 환원하였습니다.

 

▲ 경의선 숲길

 

▲ 마포문화비축기지

 

당신이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위의 도시재생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도시재생이 결코 화려한 건물을 짓는 일에 매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가나자와시는 시간을, 독일은 사람을, 수원특례시는 골목을, 서울특별시는 인프라의 용도를 재생함으로써 각기 다른 형태의 ‘틈’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물려받은 도시의 유산을 각기 다른 ‘공유의 언어’로 재해석함에 따라, 낡은 골목과 버려진 창고가 모두의 공간으로 재탄생합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을 확장해야 합니다. ‘이 노후된 공간이 어떻게 우리 모두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의 도시재생입니다.

 

▲ 함께 만드는 도시재생(AI 생성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