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교환학생 이야기
INTRO
안녕하세요. 저는 2025년 8월부터 12월까지 한 학기 동안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건축학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 전 교환학생을 한 번쯤 고민하지만, 준비 과정이나 실제 생활에 대한 정보는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싱가포르로 교환학생을 가기 위한 준비 과정부터 그곳에서의 수업 방식, 그리고 한국과는 달랐던 학교와 도시의 분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왜 싱가포르, 왜 NUS였나


● 아시아에 있으면서도 국제적인 학교
교환학생을 고민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어디로 갈 것인가”였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제적인 교육 환경을 갖춘 도시입니다. 특히 NUS는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대학으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건축 전공자로서 끌렸던 도시의 조건
또한 건축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실험실처럼 느껴지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고밀도의 도시 구조 속에서 기술과 도시가 밀접하게 얽혀 작동하고, 인프라와 자연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결합된 공간들을 매체를 통해 접하며, 한국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도시 환경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 다른 세계’라기보다는,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싱가포르를 선택하게 만든 이유였습니다.
싱가포르 교환학생은 어떻게 가게 되나
● 지원 대상과 조건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소속 대학과 NUS 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한 학기 단위로 파견되는 형태였습니다. 지원은 보통 3학년 또는 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학과 내부 선발 과정을 거쳐 파견 대학이 결정됩니다.
● 선발 과정과 영어 요건
선발 과정에서는 학점 기준(3.0 이상), 자기소개서, 면접이 요구되었고, NUS의 수업이 전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언어 요건(TOEIC 820점 이상)도 필요했습니다.
● 비자와 행정 절차
싱가포르에서 한 학기 이상 체류 시에는 학생 비자(STP)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가을 학기 기준으로 보통 5월부터 NUS에서 본격적으로 안내 메일이 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필요한 서류와 절차들이 체계적으로 안내됩니다. 메일을 꼼꼼히 확인하며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 비용 구조와 기숙사 선택
출국 전 학비는 본교에 납부하고, 기숙사비는 파견교에, 비자 발급 비용은 ICA에 각각 납부했습니다. 기숙사는 1인실부터 플랫 구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었고, 식사 포함 여부나 에어컨 유무에 따라 비용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1인실에 식사 포함, 에어컨은 없는 기숙사에 배정되었고, 한 학기 기준 약 280만 원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NUS 수업은 한국과 무엇이 달랐나
● 수업 구조: 강의와 튜토리얼
저는 설계 스튜디오(6학점)와 전공 선택 과목(3학점), 총 두 과목만 수강했습니다. 3학점 기준으로 NUS의 수업은 한국처럼 한 번에 3시간을 몰아서 진행하기보다, 주 1회 강의(2시간)와 격주 1회 튜토리얼(1시간)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강의에서는 이론과 사례를 다루고, 튜토리얼에서는 수업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이나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을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튜토리얼 수업은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고, 질문하는 데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졌습니다.


● 선택의 폭이 넓은 스튜디오
한국에서 3학년 과정을 마친 뒤 교환학생을 떠났지만, NUS의 커리큘럼은 학부 3년 이후 석사 과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학원 설계 스튜디오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학기 초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각 스튜디오의 주제가 소개되고, 학생들이 희망 스튜디오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배정되었습니다.
제가 참여한 스튜디오는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을 주제로 삼고 있었고, 총 5명의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었습니다.

● ‘형태’보다 ‘조건’을 먼저 다루는 설계
한국에서의 설계 수업이 비교적 ‘대지 위에 어떤 건물을 올릴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NUS 스튜디오에서는 공간을 둘러싼 조건과 흐름, 시스템을 정의하는 과정에 훨씬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습니다. 최종 마감 직전까지도 건물의 형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설계를 이어가야 했기에, 학기 중반에는 방향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설계를 대하는 사고의 범위를 넓혀준 경험이었습니다.

● 언어의 장벽과 작업 방식에 적응하기까지
설계 수업은 주 1회 하루 종일 진행되었지만, 그 외에도 교수님께 크리틱이 필요한 경우 메시지를 통해 비교적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초기에 영어와 스튜디오의 작업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일주일 동안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에는 교수님과 메시지를 자주 주고받으며 중간중간 방향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언어적인 장벽을 조금씩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 스튜디오 트립: 설계를 도시의 맥락으로 확장하다
중간 마감 이후에는 중국 선전과 홍콩으로 스튜디오 트립을 떠났습니다. 이 답사는 단순한 건축 견학이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다루고 있던 스튜디오 주제를 아시아 산업 도시의 맥락 속에서 검증해보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현지 건축 답사뿐 아니라 건축가 및 대학생들과의 교류, 로봇·드론 관련 기업 방문을 통해 기술과 도시, 산업이 실제로 맞물리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수업에서 다루던 개념들이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의 도시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체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 작업 환경이 남긴 인상
건축학과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5층 규모의 SDE3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고,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등이 충분히 갖춰진 모형 제작 환경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설계 스튜디오는 오픈형 구조로 되어있었는데, 최종 크리틱 때는 책상을 모두 이동시켜 하나의 큰 크리틱 공간으로 전환되는 방식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살아본다는 것

교환학생 생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새로운 도시의 환경이 일상에 주는 자극이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며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고, 높은 물가로 인해 현실적인 부담을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마리나 베이 주변을 달리거나 2층 버스를 타고 도시를 구경하며 스스로를 환기하곤 했습니다.

NUS 캠퍼스는 규모가 매우 커 하나의 작은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숙사를 중심으로 한 자치 활동, 운동과 춤 연습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 그리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작업실의 풍경은 이곳 학생들의 바쁜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저 역시 비교적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의 문화적 경험은 호커센터에서의 식사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되는 이벤트의 순간들로 기억됩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이 자연스럽게 섞인 호커센터, 싱가포르 F1 그랑프리와 독립 60주년 기념행사처럼 도시 전체가 들썩이던 장면들은 교환학생으로서 잠시 머무는 존재를 넘어, 도시의 리듬 속에 함께 있었다는 감각을 남겼습니다.

OUTRO

제게 교환학생은 단순히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을 넘어,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시험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방식 속에서 부딪히며, 미처 알지 못했던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교환학생을 고민하고 있다면, 완벽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다른 조건에 놓아보았다는 기억만으로도 그 경험은 충분히 오래 남을 것입니다.
제게 교환학생은 단순히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을 넘어,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시험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방식 속에서 부딪히며, 미처 알지 못했던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교환학생을 고민하고 있다면, 완벽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다른 조건에 놓아보았다는 기억만으로도 그 경험은 충분히 오래 남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