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ner Unbuilt Award 수상자 윤다은 인터뷰_부산 목욕탕을 다시 설계하다.
INTRO

한때 동네의 중심이었던 목욕탕은 이제 문을 닫고, 굴뚝만이 남아 도시의 풍경 속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쓸모를 다한 구조물’을 다시 도시의 자원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Forestack’은 부산 곳곳에 남겨진 목욕탕 굴뚝을 수직 정원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탄소를 흡수하는 새로운 도시 인프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입니다. 과거의 기억을 품은 공간에 새로운 생태적 역할을 부여하며, 도시의 결핍과 가능성을 동시에 탐구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Buildner Unbuilt Award 2025 학생 부문 미디엄 스케일 1등을 수상한 윤다은 님을 만나,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 개인적인 기억부터 설계 과정, 그리고 공모전을 통해 확장된 건축적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먼저 ‘빌드너 언빌트 어워드 2025’ 학생 부문 미디엄 스케일 1등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Forestack”을 설계한 팀의 팀 리더 윤다은입니다. 저는 강원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해 이제 막 실무에 첫 발을 내디딘 신입사원입니다.
학생 시절의 마지막을 이렇게 뜻깊은 수상으로 장식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Q. 이번 Buildner 공모전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건축 공모전에 관심있는 건축학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Buildner를 들어봤을 것입니다. 저 또한 늘 도전해보고 싶던 무대였고, 한국이 가진 서사에 대한 세계적인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특히 이번 ‘Unbuilt’라는 주제가 주는 자유로움 속에서 가장 우리다운 해답을 던져보고 싶어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의 무대인 ‘부산의 목욕탕’은 우리에게 어떤 기억의 공간인가요?
A. 부산은 피난민들이 모여 형성된 도시라는 역사적 특수성을 가집니다. 당시 판자촌에는 화장실이나 세면 시설이 열악했기에, 가족들은 매주 목욕탕을 찾아 한 주를 마무리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목욕탕은 단순한 위생 시설을 넘어 마을의 커뮤니티 거점이 되었죠.
특히 낮은 주택가 사이로 높게 솟은 굴뚝은 휴먼 스케일을 벗어난 거대 구조물이었지만, 동시에 어디서든 보이는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주거 환경의 개선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이러한 추억의 공간이 문을 닫고 방치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Q. 처음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순간이나 계기가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은 저의 개인적인 배경과 건축적 탐구심이 맞닿은 지점에 있었습니다. 저는 늘 한국 근대 건축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고, 그 무대로 자연스럽게 저의 고향인 부산을 떠올렸습니다.
부산은 근대의 흔적과 독특한 도시 조직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달동네의 풍경, 하늘로 높게 솟은 목욕탕 굴뚝, 그리고 그 안에서 이웃들이 나누던 정겨운 온기는 저에게 어릴 적 기억 이상의 건축적 영감이 되었습니다.
파편화되어 있던 이러한 정서적 경험들이 리노베이션이라는 주제와 결합하면서 프로젝트의 골격이 잡혔습니다.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깊이 공감하는 경험을 공간으로 치환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를 더욱 풍성하고 설득력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제는 흉물이 된 ‘굴뚝’을 왜 철거 대신 ‘수직 정원’으로 바꾸기로 하셨나요?
A. 여기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는데, 노후 굴뚝은 철거 비용만 약 2,000만 원에 달해 현대에는 설비 시설이 바뀌어 사용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도시의 파편을 억지로 제거하는 대신, 부산의 또 다른 결핍인 녹지 부족을 해결할 도구로 보았습니다.
부산은 이름처럼 산은 많지만,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공원과 같은 평지 녹지는 전국적으로 매우 부족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굴뚝이라는 기존의 수직 구조를 활용한 수직 정원을 제안했습니다. 부산 곳곳에 남겨진 굴뚝들이 수직 정원이 된다면, 도시 전체의 녹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새로운 커뮤니티의 앵커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Q. ‘탄소 포집 장치’라는 개념이 핵심인데, 기술과 공간을 어떻게 엮었나요?
A. 과거의 굴뚝이 연기를 내뿜는 오염의 통로였다면, 이제는 탄소를 흡수하는 반전을 담았습니다. 굴뚝 내부를 절단해 탄소 포집 설비를 넣고, 포집된 탄소로 비료를 만들어 식물을 키우는 자생적 시스템을 제안했어요. 굴뚝의 설비 기관이라는 본래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그 기능이 반대되는 것이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굴뚝을 일부 절단하고 재배치하여 만든 두 개의 실린더 공간은 식물원 안에서 그 특유의 수직적이고 특별한 공간감을 자아내도록 계획했습니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저희의 많은 고민이 담긴 부분은 부산 목욕탕 특유의 느슨한 점유 방식을 공간화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과거 사람들이 목욕바구니 하나로 공간을 빌려 쓰며 소통하던 기억을, 수직 숲의 테라스와 틈새 공간에서 어떻게 재현할지 고민했죠. 특히 굴뚝을 타고 올라가며 마주하는 입체적인 시퀀스와 리모델링 계획을 정교하게 짜는 데 주력했습니다.

Q. 제출 패널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한 장을 꼽는다면 어떤 내용이었나요?
A. 가장 중요한 한 장을 꼽는다면, 저는 리노베이션된 목욕탕의 풍경을 담은 투시 이미지를 선택하겠습니다. 이 이미지는 저희 설계의 목표인 ‘공유와 공존’을 가장 효과적으로 시각화한 장면입니다.
이미지를 만들며 물리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남녀노소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공간을 향유하는 따뜻한 분위기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빌드너 공모전에서 흔히 보이는 차가운 실사 렌더링 방식 대신, 일러스트 스타일의 리터치를 택해 우리가 상상한 공간의 서정성과 창의성을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한 장의 이미지가 여러 마디 설명보다 더 강력하게 프로젝트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Q.만약 현실적인 제약이 없었다면 더 확장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혹은 반대로 일부러 현실성을 유지하려 한 부분이 있었나요?
그래도 해외 공모전인 만큼, 계산적이고 전형적인 리노베이션 틀에서 벗어나 훨씬 과감하고 자유로운 실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공사비나 구조적 안전성 같은 물리적 제약에 얽매이기보다, ‘과연 이 낡은 목욕탕이 어디까지 수직적으로 확장되어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에 온전히 집중했습니다.
반대로 일부러 현실성을 유지하려 했던 부분은 기존 건축물의 흔적입니다. 새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아니라, 옛 목욕탕의 타일, 굴뚝, 그리고 그 공간이 가졌던 특유의 비례감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로운 구조체와 결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비용적인 한계는 잠시 내려두되, 장소의 역사성과 건축적 개연성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싶은 프로젝트나 건축적 주제가 있나요?
사실 한국에서 건축은 흔히 기능에만 충실한 ‘건물’ 혹은 자산의 가치로만 소비되곤 합니다. 저는 그 익숙한 인식을 조금 비틀어보고 싶어요. 너무 실험적인 ‘페이퍼 아키텍처’와 무미건조한 ‘기능적 건물’, 그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건축을 통해 문득 특별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싶어요.

Q. 나우동인 신입사원이라고 하셨는데, 칼 취직도 축하드려요! 아직 짧은 실무기간이지만 학생 때 진행한 이 프로젝트 경험이 현재 실무에도 영향을 주고 있나요?
A. 축하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나우동인 일반현상설계팀에서 일하며, 학생 때 고민했던 것들이 실무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후배가 ‘학교 설계와 실무 설계는 다르지 않냐’는 의구심을 갖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실무는 직급에 상관없이 건축적 논리가 명확하다면 신입의 아이디어도 충분히 채택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이었습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며 팀원들과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안을 디벨롭했던 그 과정 자체가 지금 실무에서 협업하는 데 아주 큰 밑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 리노베이션 도면을 디테일하게 풀어냈던 경험이 실무에서 큰 강점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제 패널을 보시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넘어 실제 구현 가능한 도면 작성 능력까지 갖췄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학생 때 기획부터 도면화까지 공을 들였던 경험이 지금 실무를 익히는 데 있어서도 확실한 자신감이 되고 있습니다.

Q. 국제 공모전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제 공모전은 직접 도전해 보니 생각보다 더 해볼 만한 무대였습니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걸 확인하는 과정은 시야를 넓혀주는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한국과는 다른 해외 공모전만의 패널 구성이나 감성을 파악하고, 마치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듯 설계에 녹여보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밌거든요.
남들과 차별화된 독특한 컨셉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독창성은 단순히 튀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스터디를 깊게 하고 조사와 분석 과정을 탄탄하게 쌓아 올렸을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습니다. 내가 잘 아는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분석의 결과물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세요.
탄탄한 과정 끝에 나온 진정성 있는 프로젝트는 세계 무대에서도 그 깊이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OUTRO
도시 곳곳에 남겨진 오래된 구조물들은 종종 ‘쓸모를 다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와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Forestack’은 바로 그 가능성에 주목하며,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대신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가는 건축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한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설계로 구체화되고,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공감을 얻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며 만들어낸 이 프로젝트는, ‘건축은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일상 속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공간과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설계로 풀어낼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몫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