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부다이 힐즈 : 땅의 흐름을 따라 만들어진 도시

INTRO

 

도심 한가운데에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개발 프로젝트는 종종 ‘크다’는 인상으로 먼저 인식된다. 높은 타워, 밀집된 프로그램, 복잡한 동선. 이러한 요소들은 도시의 밀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지만, 동시에 개인의 경험을 소거시키기도 한다.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다이 지역에 들어선 아자부다이 힐즈(Azabudai Hills)는 이러한 대규모 개발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일정 부분 따르면서도, 그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공간 전략을 취한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개발 기업인 모리 빌딩(Mori Building)이 주도하고,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가 마스터플랜 및 저층부 설계를, Pelli Clarke&Partners가 타워 설계를 담당했다. 모리 빌딩이 지속적으로 주정해온 ‘도시를 하나의 수직 정원(vertical garden)으로 만든다’ 는 개념은 이 프로젝트에서도 핵심적은 출발점으로 작동한다.

 

 

멀리서 바라본 아자부다이 힐즈는 세 개의 고층 타워보다 지면을 따라 펼쳐진 거대한 곡선들이 먼저 시야를 차지하며 하나의 랜드마크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걷기 시작하면, 이곳은 단순히 수직으로 쌓아 올린 도시라기보다 땅의 레벨과 흐름을 다시 조직한 도시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곡선을 따라 이어지는 저층부와 그 사이에 스며든 녹지, 그리고 끊기지 않는 보행 동선은 장소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게 만든다.

 

이 글에서는 아자부다이 힐즈가 ‘수직으로 압축된 프로그램’과 ‘수평으로 확장된 지면’이라는 이중 전략을 통해 어떻게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보행자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수직으로 압축된 프로그램, 수평으로 확장된 도시

아자부다이 힐즈의 구성은 비교적 명확하다. 세 개의 고층 타워에는 주거, 오피스, 호텔 등 대규모 프로그램이 수직적으로 집약되어 있다. 이는 도시의 기능을 위로 끌어올려 밀도를 관리하는 전략이다. 반면, 도시와 직접 맞닿는 저층부는 보행, 체류, 공공 활동을 위한 영역으로 계획된다. 즉, 하늘로 갈수록 기능적이고, 땅으로 내려올수록 경험적이다.

 

▲ 걸으면서 가까이서 마주치는 힐즈의 곡선들

 

이 구조는 방문자의 인식을 자연스럽게 전환시킨다. 멀리서 볼 때 인식되는 것은 타워이지만, 실제로 체험하게 되는 도시는 저층부이다. 저층부는 포디움이나 상업시설의 받침대가 아니라, 도시 지면을 다시 설계한 하나의 층위로 작동한다.

 

조형이 아닌, 지형을 잇기 위한 곡선

▲ 곳곳에서 보이는 저층부의 곡선

 

아자부다이 힐즈 저층부의 곡선 형태는 조형적 제스처라기 보다 대지에 대한 응답에 가깝다. 이 부지는 약 8만㎡ 규모의 불규칙한 형태와 레벨 차를 가진 땅으로 개발 과정에서 이를 인위적으로 평탄화하기보다 기존 지형의 흐름을 유지한 채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곡선형 저층부는 이러한 레벨 차를 완만하게 흡수한다. 보행자는 명확한 경사로를 인식하기보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높이를 바꾸며 이동하게 된다. 이는 이동이 등반이 아니라 ‘산책’에 가깝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 건물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자연들

 

이 위로 녹지가 겹쳐지며, 보행과 자연은 하나의 연속적인 층을 형성한다. 부지의 약 3분의 1이 녹지로 계획되어 있으며, 녹지는 하나의 공원으로 집중되지 않고 저층부 가장자리, 건물 사이, 테라스, 옥상 등으로 분산된다. 이렇게 자연은 장식물이 아니라 동선의 일부가 된다.

 

저층부 디테일이 만드는 지면성

▲ 곡선을 받치는 기둥들

 

저층부를 지지하는 기둥들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에 강철 구조가 결합된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표면에는 자갈이 노출된 듯한 질감이 드러나며, 가까이에서 보면 거칠고 무게감 있는 인상을 준다.

 

▲ 가까이에서 본 기둥의 모습

 

이 기둥들은 인공적인 구조체라기 보다, 땅에서 자라난 뿌리처럼 인식된다.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매스와 대비되는 거친 물성은 저층부에 물리적 안정감과 심리적 신뢰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 저층부에 배치되어 있는 상점 유닛들

 

상점 내부 역시 날카로운 모서리 대신 둥근 경계를 가진다. 이는 공간을 하나의 닫힌 상자가 아니라, 흐름 속에 놓인 영역처럼 느끼게 만든다. 타워의 모서리 또한 둥글게 처리되어, 단지 전체가 각진 덩어리의 집합이 아닌 연속된 덩어리들의 집합처럼 읽힌다.

 

더 클라우드 : 머무름이 생성되는 공간

▲ 헤더윅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중앙광장의 ‘더클라우드’ 캐노피

 

단지 중심부에는 약 16m 높이의 캐노피 구조물인 ‘더 클라우드(The Cloud)’가 놓여있다.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는 않지만, 지붕과 기둥이 만들어내는 범위 안에서 하나의 공간 영역이 형성된다. 이곳에 머물면 커피를 마시는 사람, 아이와 함께 걷는 사람,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 등 다양한 장면이 동시에 펼쳐진다.

 

▲ 캐노피 아래에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의 모습

 

특정 프로그램이 강하게 규정되지 않은 대신, 머물 수 있는 가능성만이 열려 있다.

더 클라우드는 도시 안에 놓인 거대한 나무처럼 작동하며, 그 아래에 머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된다.

 

OUTRO

 

아자부다이 힐즈는 시각적으로 소비되는 랜드마크라기보다, 보행을 통해 해석되는 도시에 가깝다. 곡선이라는 형태의 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곡선이 만들어내는 이동 방식과 체류 방식이다.

이곳을 걷다보면 건축은 형태를 드러내기보다 행동을 유도한다. 방문자를 천천히 걷게 만들고, 멈추게 만들고, 머무르게 만든다.

 

아자부다이 힐즈는 대규모 개발이면서도, 도시를 하나의 ‘경험 가능한 지면’으로 재구성한 프로젝트다. 이곳의 의미는 멀리서 바라볼 때보다, 몸으로 걸을 때 비로소 생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