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설계가 궁금해? 그럼 이건 필수지 ! _학생들을 위한 특수설계 입문서 (철도편)
INTRO
철도는 매일 타지만, 어떻게 설계되는지 잘 모른다. 역은 도시 곳곳에 있지만, 어떻게 자리 잡히는지도 알기 어렵다. 특수설계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시의 흐름을 조용히 연결하는 거대한 작업이다. 건축·토목·운영·신호 등 수많은 조건이 합의되는 과정 속에서 하나의 역은 비로소 ‘사용 가능한 시스템’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설계 과정을 거의 보기 어렵다. 특수설계는 이름처럼 조금 ‘특수’해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 그 궁금함을 풀기 위해 국내 특수설계 최전선에서 일하는 분들과 함께 그 세계를 들여다보려 한다.
특수설계가 궁금하다면? 학생들을 위한 철도 특수설계 입문서, 지금 함께 펼쳐보자.

INTERVIEW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Y : 안녕하세요. 근정건축에서 근무하고 있는 Y 차장입니다. 저는 현재 신안산선 복선전철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현장 대응 및 설계 변경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건축 설계와 달리, 신안산선과 같은 특수설계(인프라/철도)는 노선을 신설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프로젝트의 호흡이 매우 긴 것이 특징입니다. 저 역시 입사 후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이 프로젝트와 함께 성장하며, 차장이 된 지금까지도 설계 변경과 현장 대응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내년 개통을 앞둔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L : 철도 역사 및 관련시설물을 설계하고 있는 L차장이라고 합니다. 현재 국가철도공단 BIM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 : 안녕하세요. 저는 일반철도역사 중 지상역사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AM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철도역사 설계는 일반건축과 다르게 열차 운행이라는 특수한 요소로 인해 기능, 구조, 미적 요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기준과 요구사항을 종합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Q. 특수설계(교통인프라) 분야로 진입하게 된 개인적인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Y : 근정건축은 특수설계(인프라) 설계뿐만 아니라 일반건축, 공동주택 등 다양한 분야의 설계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특수설계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기보다, 좋은 기회로 철도 설계 팀에 배정받으면서 이 분야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L : 경력의 처음은 BIM 전문 용역사부터 시작하였는데, 당시 최초 프로젝트는 ‘서울식물원’과 ‘대전역 증축공사’의 BIM 프로젝트 였습니다. 이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설계사무소로 전향 후 일반 + 운수시설(철도역)을 주로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근정건축에서는 운수시설(철도관련 시설물)만 수행하고 있습니다.
K : 기존에 군시설 설계를 수행하며 실무에서 BIM을 활용해왔고, 이 능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설계 분야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철도 인프라는 구조적 복합성 때문에 BIM의 중요도가 매우 높은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BIM 활용 능력을 실무에 적용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근정건축에 지원하였고, 교통 인프라 분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Q. 일반 건축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교통 인프라 설계만이 가진 독특한 설계 프로세스나 단계별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Y : 지하철 사업은 토목 분야가 주축이 되어 전체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는 점이 일반 건축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토목이 선형과 전체 구조를 잡으면, 그에 맞춰 건축, 기계, 전기, 통신, 신호 등 다양한 전문 분야가 협력하여 설계를 진행하게 됩니다. 5~6개의 서로 다른 회사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분야 간의 인터페이스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각 분야 담당자들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이슈를 즉각 협의할 수 있도록 합동 사무실을 꾸려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교통 인프라 설계의 큰 특징입니다
L : 국가철도공단 발주사업의 경우 설계검사점(Hold Point) 체계가 구축되어, 설계가 일정수준에 도달하거나 시기가 도래하면 그에 맞는 성과품을 제출 후 감독자(공단)에게 승인을 득한 후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절차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적인 설계기간은 소폭 증가하지만, 설계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e.g. 설계VE 수행 후 관련 성과품 검증 후 인터페이스 협의 진행)
K : 교통 인프라 설계는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노선 전체를 커다란 시스템으로 본다는 점에서 일반 건축과 차이가 있습니다. 철도 설계에서는 노반·구조·부대토목·조경·설비·신호·통신·소방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설계 단계마다 반복적인 검토와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각 역사가 그 지역만의 개성을 담은 디자인을 가지면서도, 노선 전체적으로는 통일된 분위기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의 특징과 노선 전체의 조화를 완성해가는 점이 교통 인프라 설계만의 특징입니다.

●거대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실무의 현장
Q. 특수 설계(교통인프라)는 보안, 안전, 동선 등 법적·기술적 제약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러한 제약 조건들이 설계의 창의성을 제한하진 않는지, 혹은 오히려 새로운 설계의 근거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A. Y : 제약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창의성이 제한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 새로운 시도보다는 과거의 검증된 데이터를 따르는 것이 우선일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제한 안에서 시도한 새로운 대안이 통과되어 또 하나의 표준 데이터로 남게 될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큽니다. 제약 속에서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 분야의 창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L : 의외로, 설계에서 제한사항이 생기는 것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강릉, 나주역과 같이 외부 형태와 동선체계가 통상적인 역사 설계의 틀을 바꾼 사례도 있어 일반건축물과 유사하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단, 여객인원에 대한 피난, 환승 거리와 그에 따른 시간 기준을 최우선으로 준수 하여야 하기 때문에 너무 과감한 시도는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K : 철도 시설을 설계 진행하면서 보안, 안전, 동선과 같은 법적·기술적 제약은 창의적인 설계에있어서 제한이 되는 요소 이지만 동시에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해주고 설계의 기준이 됩니다. 주어진 조건 안에서 복잡한 요구를 하나씩 정리하고 공간으로 구현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으며, 충분히 창의적인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Q. 구조, 기계, 전기뿐 아니라 교통 영향 평가, 운영 시스템 등 수많은 전문 분야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협업 구조 속에서 건축가는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하나요?
A. Y : 철도 설계에서 건축분야는 각 분야의 기술적 요구사항을 역사라는 한정된 공간에 배치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각종 영향평가와 법적 규제사항을 면밀히 파악하여, 그 제약 안에서 최적의 설계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목, 기계, 전기, 통신 등 각 파트의 설계가 충돌할 때 이용객 동선과 관리 효율을 고려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업무를 수행 합니다.
L : 인터페이스 협의’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각 분야(전철전력, 통신, 신호 등)와 설계(안)에 대해 협의를 하고 모두가 확실하게 만족은 못하지만 가장 적정한 협의 구간에서 설계를 정리합니다.
협의가 어려운 사항의 경우 감독자와 협의하여 선례와 사업비, 각 분야의 고유 역할을 기준으로 정리됩니다.
*질문과 같이, 일반건축물의 설계는 건축사무소가 시스템과 토목분야와의 협의에 가장 주요한 조율을 한다고 하면은 철도역사 설계에서는 철도역사는 전체 노선 공사는 열차가 정차하여 승객이 탑승하는 정거장 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노선을 설계하는 시스템과 토목분야와의 협의결과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합니다.

Q. 거대 인프라는 도시와 단절되기 쉽습니다. 거대한 역사가 들어설 때 주변 조직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도시의 ‘단절’이 아닌 ‘허브’가 되도록 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A. L : 환승역, 버스 정류장, 주차장 등 승객이 하차 후 연계 교통 요소와 업무 및 상업시설 등 주요시설의 출입구 연계 등 다른 시설로 이어지는 동선의 흐름을 가장 중점적으로 협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열차의 정차역이 아니라 모임과 업무, 생활의 장소로 갈 수 있게끔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같은 공간이라도 출퇴근 시간, 비상 상황, 심야 시간 등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데, 이러한 시간성은 설계 과정에서 어떻게 고려되나요?
A. Y : 철도 설계는 이용객이 가장 몰리는 피크 타임을 기준으로 시설 규모와 동선을 계획합니다. 출퇴근 시간의 최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단 폭,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대수, 대합실 면적 등을 산정하여 혼잡도를 관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가장 과부하가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비상 상황 대피나 평시 운영 등 모든 시나리오를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 : 철도역에서의 면적산정은 출근시간대 중 가장 혼잡한 구간(첨두시)을 기준으로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출근시간대의 급격한 수요를 공간이 받아들일 수 있고, 비상시에도 안전하게 대피 할 수 있습니다. 심야시간의 경우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야간(오전 1시~4시)에 주로 유지보수, 건설 등 작업자의 안전과 관련된 동선유도, 단전을 고려한 시공 순서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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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속의 건축가, 그리고 사용자 경험
Q. 교통 인프라 공간을 설계할 때, 일반 건축과 비교해 사용자 분석 방식에서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요?
A. Y : 교통 인프라 공간은 흐름과 이동을 최우선으로 분석합니다. 보행 속도, 밀도, 혼잡도 등 수치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선을 계획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교통약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가 별도의 학습 없이도 직관적으로 길을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L : 불특정 다수를 계속 공간의 안팎으로 유도하는 것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느낍니다. 타려고 할 때 바로 알 수 있게 하고 내릴 때는 출구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여야 하는 것이 사용자를 특정해서 맞춤을 하는 용도의 시설과는 확연히 다름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수만 명의 이용자가 거쳐 가는 공항이나 역사를 설계할 때, 차장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용자 경험’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Y : 흐름과 이동이 최우선인 공간은 이용객들에게 압박감을 주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용객이 ‘사람은 많지만 공간은 답답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층고 확보와 시야가 트인 공간 구성은 이용객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목적지를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도와주어 더욱 원활한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L : 길 찾기를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방향치인데, 명확한 출구안내와 탑승방향안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길찾기가 명확하지 않다면 원하는 목적지로 계획 한 시간에 도달하지 못하고 환승, 피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학생들이 흔히 생각하는 ‘디자인’과, 실제 교통 인프라 설계에서 요구되는 디자인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보시나요?
A. Y :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본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본인이 의도한 디자인과 최종적으로 반영되는 결과물이 달라 실망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 자체가 교통 인프라 디자인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공간의 질을 높이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이 분야에서 요구되는 진짜 디자인입니다.
L : 국가기반시설의 경우 화려한 내외장의 적용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접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제한된 예산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오래 쓸 수 있는 재료와 형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철도설계에 있어서 디자인은 외형적인 디자인이 아닌 많은 수요를 포용할 수 있는 동선의 흐름을 디자인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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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Q. 특수설계 분야를 고민하는 학생이라면, 가장 먼저 어떤 방향이나 관점을 정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A. L : 특수설계 안에서도 타 분야와는 다르게 철도분야는 공공건축물과 가장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공공건축물을 포함하여 다양한 사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 계획인지 또는 그러한 형태를 띄고 있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지역특색을 담아내는 시도도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특수설계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Y : 방향을 미리 한정 짓기보다 최대한 넓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통 인프라 분야는 한 프로젝트를 오래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생각이 굳어지기 쉽습니다. 이때 학생 시절 경험한 다양한 활동들은 고착된 실무 환경에서 생각을 환기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특정 설계를 위해 경험을 제한하지 마시고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만의 논리를 만들고, 이를 설계에 녹여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실무에서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OUTRO
특수설계는 도시 인프라가 작동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설계의 집합이다. 철도는 그 집합에서도 가장 밀도 높은 사례다. 이동과 시간, 운영과 안전, 정책과 기술이 하나의 시스템에 결절되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그 세계를 향해 작은 창을 여는 시도였다. 아직 들여다보지 못한 층들이 많고,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도 더 많다. 앞으로 특수설계가 조금 더 알려지고, 그 세계가 학생들의 진로와 연구, 그리고 도시를 향한 더 넓은 상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학생들을 위한 특수설계 입문서(철도편)를 마친다.

